지성 57

엔도탄생100주년 - "바다와 독약"

- 엔도를 기념하며 다시 읽는 첫 번째 책 - 바다와 독약 - . '침묵'과 '깊은 강'은 엔도가 자신의 사후 관속에 넣어주기를 원했던 작품이고, 많은 이들이 읽고 사랑하는 책에 속한다. 그렇다면 '바다와 독약'은 어떤 책일까? 이 책은 '아덴까지' '백색인 황색인'을 잇는 엔도의 초기작품에 속한다. 서구 기독교와 일본적 영성사이의 거리감으로 방황하던 저자의 고뇌는 "백색인 황색인'을 통해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바다와 독약'은 황색인의 '죄의식 부재'라는 주제의 연장선상에 자리한 작품이다. .. "바다와 독약"은 1945년 미군포로를 대상으로 실제 행해진 큐슈대학 생체 해부사건을 배경으로 인간의 죄의식을 다룬 수려한 작품이다. 비교적 초..

지성 2023.06.22

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 / 림태주에세이 . / 웅진 지식하우스

마음 넉넉한 분으로부터 선물 받은 책이다. 내용이 너무 좋아서 줄을 긋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고 하셨다. 기대가 컸던 까닭이었는지, 아니면 지금 내게 닿지 않는 책이었는지 그분만큼의 감동은 느끼지 못했다. 분명 잘 써진 글이고 대단한 글임에는 틀림없지만 내 마음에는 와 닿지 않았다고 할까. 모든 에세이가 말랑말랑하니 감동을 주고 울컥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보와 지식을 전해줄 수 도 있고 나누어지는 삶의 경험과 인생관을 통해 귀한 배움과 감탄이 터지기도 한다. 단지 지금의 내겐 어쩌면 더없이 따뜻한 마음 절절한 글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다시금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또다른 느낌이 들지 않을까? . 잘 적힌 글이다. 쉽게 적을 수 없는 많은 시간과 노력과 연구를 통해 적혀진 글이다. 더불어..

지성 2021.10.19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박 준 산문 / 난다

시인 박 준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라는 시집으로 만났다. 이번 책은 산문집이라 말하지만 산문과 시집을 오가는 편지의 묶음이라고 할까. 난 이런 글이 좋다. 아무리 덜어내려고 해도 슬픔과 어둠이 자연스레 배어나오는 글이라고나 해야할까? 희망을 이야기하고 빛을 그려내어도 이상하니 모든 것들은 빛을 잃어버리고 무채색이 되어버리는 배경들. 애써 밝아지려는 노력도 인생은 찬란한 것이라 말하지 않아도 되는 기운이 빠져있는 글. 하이톤이 아닌 중저음으로 빨리 내뱉는 말이 아닌 웅얼거리며 입술이 느리게 열렸다 닫히는 글. 꼭 내 삶과 닮아 있는 박 준의 글이 난 좋다. . 나는 죽은 사람들이 좋다. 죽은 사람들이 괜히 좋아지는 것도 병이라면 병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 세상에 살아 ..

지성 2021.10.13

섬. / 정현종 시선집 / 문학판

책값에 대해 후회를 잘 하지 않지만 간혹 책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나자신이 빈하고 초라하게 느껴진다. 책값이란게 안의 내용만으로 측정되지 않는 것인데.. 괜시리 책한테 미안해지고 삶이 남루해지는 것이 그렇다. 시집은 대체로 1만원이 넘지 않는다. 하지만 정현종 문학에디션4로 나온 은 책값이14000원이다. 오랫동안 소장할 수 있도록 책 자체의 가치를 높였는데 몇 편 되지 않는 시라 할지라도 양장본에 시인의 그림과 친필이 들어있으니 그 가격값은 한 셈이다. 여기서 또 함정이 대부분 시집 한권에 시가 60개정도 실리는데 그 시들이 다 내맘에 쏙 드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가짓수라도 많으면 마음에 들 확률이라도 높다. 정현종이라는 국민시인의 시를 두고 왈가왈부할 것은 아니지만 34개가 실린 이번 시집에서 ..

지성 2021.10.12

오늘만큼 걷다. / 홍명직,한슬기 / 토기장이

일본유학당시 나의 첫 교회는 한인교회가 아닌 일본인교회였다. 성도수는 다 합해야 30명이 될까말까하는 작은 교회였는데 담임목사님은 강같은 느낌을 주시는 분으로 늘 책을 가까이 하고 연구하시는 분이셨다. 새벽기도도 없고 한국교회에서 익히보는 특별한 뜨거움이나 분주함이 없는 그냥 그 도시에 어울리는 느슨한 교회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volunteer에는 꽤나 열심이었고, 매주 화요일마다 오르간연주자의 음악회를 겸한 다과회로 친목을 다졌다. 특히 volunteer활동가운데 외국인에게 성경읽기로 일본어를 배울수 있는 과정과 외국인지문날인법금지활동을 하는 일본인들에게 한국어교실이 운영되고 있었다. 그 어떤 포교활동도 없었지만 그들이 여는 오르간연주회로, volunteer활동으로 교회란 어떤 곳인지를 끊임없이 말해..

지성 2021.10.12

나는 초민감자입니다. / 주디스 올로프 / 라이팅하우스

세상 살아가는 일에 쉬운 일이 있을까? 특히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인생들과의 만남, 인간관계는 쉬울 수가 없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 관계를 떠나서는 살 수가 없음이 분명한데 이 관계에 의해 또다른 죽음을 경험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 나역시 관계에 둔하고 살아가는 일에 능숙하지 못하다.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남들보다 조금 예민할 뿐이고, 남들보다 상처를 조금 더 잘 받을 뿐이며,칼 융의 말처럼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느끼는 외로움이 아니라 내게 중요해 보이는 것들에 대해 의사소통을 할 수 없거나 남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떠한 시각을 견지하고 있을 때 미치도록 느끼는 외로움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냉혹한 세상에 등껍질 없이 살아가는 민달팽이같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그렇게 살아가는 또다른 ..

지성 2021.05.02

전략가, 잡초 / 이나가키 히데히로 / 더숲

잡초에 대한 일반생각을 깨는 귀한 책이다. 하나님께서 허락한 피조세계는 서로를 바라보며 보여지는 그 현상아래 많은 배움들을 허락한다. 잡초의 세계를 통해 배우는 살아감에 대한 생각들. 다시금 나를 흔들고 나를 키우는 독서가 된 귀한 책이다. 우린 아무 쓸모없는 인생을 잡초같은 인생이라 표현하지만 누가 감히 잡초를 필요없는 쓸모없는 이라 말할 수 있을까?잡초를 방해가 되는 풀이라 말하지만 사전에서 잡초는 "저절로 자라는 여러 가지 풀 또는 이름도 모르는 잡다한 풀""농경지나 뜰 등에 나지만 재배할 목적이 아닌 풀" 생명력과 생활력이 강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등으로 설명되어 어느 한곳. 나쁜 풀이라는 뜻은 없다.p18. 나쁘다 방해된다는 것은 인간의 기준일 뿐 잡초 자체로는 그 어떤 위악이나 해악적인 존재가..

지성 2021.05.02

옥봉 / 장정희 / 강

#소설_옥봉_장정희_강_2020우수출판콘텐츠선정작 - 꽃은 졌으나 그 향기만은 붉디붉다. . 신흠(申欽)의 수필집 "야언"에 나온 한 소절을 급하게 읊조린다.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 매화는 한 평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이른 봄 매화는 작은 몸으로 태어나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아니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 오히려 작은 몸으로 피어나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자신의 향기만은 감추지 않았다. 꽃은 쉽게 꺾여버리지만 향기는 꺾을 수가 없는 법. 매화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 간혹 계절을 앞질러 피는 꽃이 있다. 그 꽃의 삶은 고달프다. 남성중심의 가부장제사회에서 여성이 가진 재주는 축복이 아닌 저주가 된다. 마치 앞질러 피는 꽃이 추위에 떨어 그 생명조차 위협 받듯 말이다...

지성 2020.12.23

의식있는 삶의 피곤함. - 자연사박물관 / 이수경

아침부터 울음이 나를 찾아왔다. 이런 날은 어쩔수 없다. 속수무책으로 울음에 나를 맡기는 수 밖에. 울음의 발단은 택배기사님들의 '택배없는 날' 기사로부터다. 택배가 없는 날 하루 전 늦은 밤까지 그들에게 맡겨진 갑절의 일을 했다. 기사에 실린 사진에는 택배없는 하루전날 8개중 7개가 도착해 대문앞에 쌓여 있는 사진이었고 8개중 도착하지 않은 한개또한 재고부족에 의한 것이라는 기사내용이었다. 그냥 그렇게 울컥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차오르는 더위속에 시간을 맞추기 위해 달리고 계단을 오른 그들의 삶. 배달을 마치고 차에서 숨돌릴 사이도 없이 폰을 열어 알림을 보내야하는 초를 다투는 그들의 삶은 이미 사람이기를 포기했다. 열악한 "생존"에 내몰린 그들이 바로 우리의 아버지이고 우리의 남편이며 우리의 아들..

지성 2020.08.15

파도가 밀려와 달이 되는 곳 / 윤정현 산문집 / 헥사곤

페친이신 장정희 선생님으로 선물받은 책 윤정현산문집 "파도가 밀려와 달이 되는 곳"을 읽으며 "윤정현선생 앓이"중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라고 정의하는 것은 어렵겠지. 하지만 이분처럼 글을 써야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면, 우리곁을 떠나간 많은 문인들외 지금 나와 같은 하늘아래에서 숨을 나누고 있는 사람중 나는 서슴없이 "윤정현"선생을 소개하고 싶다. 물론 최근 내 마음을 훔친 "강화길"이라는 젊은 작가도 있다.하지만 잠못 이루는 밤. 꺼내놓고 호흡을 길게하고 읽고선 그 이야기를 가슴에 안고 밤내 딩굴거릴 수 있는 글. 쉽게 빨리 읽어버려서는 안된다. 입안에 머금고 비강을 통해 그 향취를 즐기다. 오도독 오도독 씹어야 한다. 그냥 삼켜버리기에는 삶의 발자취가 고대다. 어쩌면 반백년..

지성 2020.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