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3

강진 백운동별서정원 - 비밀의 정원.

위치 : 강진군 성전면 월하안운길 100-63 애기 손바닥 닮은 빨간 단풍이 보고 싶었다. 그걸 보지 못하면 제대로 된 가을이라 할 수 없지 않은가? 가을이 고르게 익어가고 있으니 이제는 그 얼굴을 보여줄 것도 갔다. 빨간 단풍을 만나기 위해 백운동별서정원으로 차를 몰았다. 이곳은 2번째 발걸음이다. 처음 발걸음을 했을 때 그 입구를 찾지 못했다. 넓은 차밭과 짙은 동백숲의 그늘은 쉬이 별서정원을 보여주지 않았다. 마치 신비에 쌓인 비밀의 정원처럼. 하지만 오늘은 기필코 그 비밀의 정원의 문을 열어보리라. 백운동 별서정원은 17세기 강진의 처사였던 이담로가 조성했다. 그가 말년에 자신의 둘째 손자와 함께 백운동에 들어온 이후 12대째 이어져 왔다. 하지만 백운동 별서정원은 다산 정약원을 떼놓고 이야기 할..

일상 2021.11.01

강진 - 설록다원 / 차향에 가을이 기울고 그리움도 기운다.

전라남도 강진군 성전면 월남리 1216-13 설록 다원 월출산. 巖叢屹屹知幾尋 우뚝 솟은 바위산은 몇 길인지 알 수 없고 上有高臺接天際 위에 있는 높은 누대 하늘 끝에 닿았도가 斗酌星河煮夜茶 북두로 은하수 길어 한밤에 차 끓이니 茶煙冷鎖月中挂 차 연기 싸늘하게 달 속 계수나무 감싸네. 차밭이라고 하면 보성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차의 역사를 안다면 강진 월출산 자락에 위치한 설록다원을 떠오려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 녹차의 대중화를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아모레퍼스픽에서 운영하는 설록다원 밭이다. 가을 하늘이 높아진 어느 날 강진으로 향했다. 목적지가 차밭이었던 것은 아니다.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을 찾기 위함이었지만 진입로가 공사 중으로 지나쳐 우연히 발걸음이 머물게 되었다. 도로 양편으로 펼쳐..

일상 2021.10.27

비오는 날의 금서(禁書) 그리고 학장교회

건강이 안 좋은 몸은 일상의 흐름이 조금만 뒤틀려도 여실히 드러난다. 토요일 두 건의 결혼식이 몸에 부대끼었는지 주일예배 후 적잖이 피곤을 느낀다. 주일 저녁 얼굴이 뵈지 않았던 선생님께 심방전화를 하며 들었던 말이 가슴에 콕 박혀서 입 밖으로 갖은 저주와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욕설을 퍼부어도 성에 차지 않아서 밤내 끙끙거리고 있었다. 후두두둑. 세찬 빗소리에 창문을 닫고 오도카니 앉았다. 성도의 고통을 가슴에 안고도 어쩌지 못하는 부교역자의 한계가 시스템 안에 갇힌 “신앙”임을, 계급 안에 갇혀버린 “사역”임을 여실히 드러낸다. 안타깝다. 아프다. 교회가 너무나 많이 썩어있다. 기침이 시작된 아침. 간이 건물로 지어진..

영성 2020.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