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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는 다르다는 이름으로.

kxx. 난 아직 이 이름만 보면 오그라드는 가슴과 진정되지 않는 마음이 된다. 오늘도 그랬다. 모처럼 sns을 하면서 보고픈 이들의 소식을 스트롤하다 이 이름을 발견했다. 그녀와 나는 한 공동체에 있었는데 제법 규모가 커서 같은 소속이 아니면 얼굴 조차 알지 못했다. 내가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그 공동체를 떠날 무렵으로, 나의 치부를 캐어 까발리는 것이 자신의 의무인 것처럼 보이지않는 압력그룹으로 나를 압박해오는 중심인물 중 한 명이었다. 그녀의 정의는 사실이다. 나는 이혼녀였고, 그녀는 한 남편의 아내이자 엄마였으니까. 또한 성경에는 이혼에 관한 엄중한 말씀이 기록되어 있으니 그녀의 말대로 나는 죄질이 나쁜 자격미달의 사역자임이 틀림없다. 그녀는 이런 나에게 자신의 아이를 맡길 수 없으니 나의..

일상 2023.02.02

3줄21단어72자

3줄 21단어 72자. 충분했다. 그러고보면 마음을 전하는것에는 많은 말이 필요한 것은 아닌것 같다. 아니 말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궁색해지고 의도치않게 꼬여버리는 것이 있다. 오히려 단촐한 문장에 숨겨진 수많은 감정의 선들을 읽을 수 있다. . 그날은 비가 온 뒤였는지. 비가 흩뿌리던 날이었는지 기억이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 비가 왔거나 간간히 비가 뿌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때의 흰두리미를 발견했고, 그것들을 찍기 위해 나는 물길을 바지끝이 적는지도 모르고 뛰었다. 괜찮은 사진을 찍었을까? 아니다. 사진 초년병은 이런 날은 사진찍기 나쁜 날이란 것을 몰랐다. 피사체만을 쫓는 열정은 뜀박질하는 심장만큼 대단했지만 두리미 사진은 찾을 길 없다. 결정적 순간은 날아오르는 두루미떼가 아닌 그날의 열정이..

일상 2022.12.12

이다지도 삶이 무거운데....

6996마일을 날아가야 닿을 수 있는 곳이건만 날씨만은 닮아 있어, 이곳이 그곳인듯, 그곳이 이곳인듯 종종 나는 헤매이게 된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 마지막 남은 잎사귀를 기필코 다 떨어뜨려 놓겠다는 모진 바람에 가지는 이리저리 몸을 흔들고, 바닥을 뒹구는 낙엽은 내린 비에 반사되어 모체로부터 이어받은 자신의 색을 가감없이 토해버린다. 이렇게 한 계절이 또 지나가는구나. . 모든 것이 빛을 잃는다. 여름의 끝자락, 그러니 가을의 초입이라 할까. 브루클린 코니아일랜드비치를 찾았다. 아마도 한 두 전주즈음 총기사고가 있어 막둥이는 가지 않겠다고 했지. 이미 시즌이 끝난 비치였던 까닭에 놀이시설조차 멈추어 있었다. 그렇게 분주했던, 그렇게 들떠있던, 열기는 차갑게 식어 있었고, 시간을 낚는 은발의 낚시꾼들..

일상 2022.12.01

게으른 비.

한없이 느리고 게으른, 거기에 변덕스럽기까지한 비가 하루종일 내린다. 몇날을 이어 아픈 나는 핫팩을 허리에 붙이고 하루를 보낸다. 지루한 비.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건만 마치 장맛비내리듯 그칠 줄을 모른다. 어디에서 속을 다쳤을까? 불편한 속에 곡기마저 떼우지 못하고. 쿠르릉 거리는 배가 변덕스런 하늘을 닮아있어 차라리 빈속이 편할 듯하다. . 나는 여전히 그자리에 서 있다. 마치 심장이 소진되어 사라질 소실점을 기다리듯 안으로만 응시한 체. 이미 소원해진 것들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그럼에도 시간은 경주마처럼 달려가고 차창밖으로 사라지는 풍경처럼 그날은 까마득히 뒷걸음질이다. 작은 화분을 들여 초록잎을 보는 것과 가져 온 몇 권의 책을 곱씹듯 천천히 읽는 것이 마치 내 몸에 보약을 들이키듯 원기를 얻..

일상 2022.10.14

비가 왔고 아팠다.

이틀 연속 비가 온다. 새벽녘 집중적으로 쏟아진 비를 Highway는 감당을 못해 물웅덩이를 만들어놓았다. 그럼에도 새벽기도에 열심인 성도들은 한분도 빠짐없이 교회에 오셨다. 몸이 아픈 나는 오늘만큼은 쉬고 싶었지만 그저먹는 인생이 어디있단말인가?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다. 빗방울이 맺힌 작은 꽃에서 생명력을 찾는다. 살고싶다. 남의 이목이 그다지도 무서웠던가? 이만큼 몸을 움직이고 한계를 넘는 시간을 보낸다면 고국에서든 못살아낼까? 일의 강도가 세다. 몸 이곳저곳이 아프다. 목은 연일부어있고 잇몸까지 아프다. 더이상 비타민도 듣지 않는 몸. 쉬고싶다. 땅을 기어 따로 또 같이 기어코 나무에 오르는 담쟁이들을 보면서 맞잡을 손 하나만 있어도 좋겠다싶다. 앞으로 2년은 꼼짝없이..

일상 2022.09.14

글작업소.

작은 공간을 허락받았다. 성도들과 함께 다목적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인데 방충망만 되어 있어 도로의 소음이 고스란히 들려오는 곳이다. 여름에는 볕에 그대로 들고 겨울에는 춥겠지. 다행이 전선이 연결되어 있어 아주 춥거나 덥지 않으면 좋은 시간대에 책을 읽고 글을 쓸수 있을듯하다. . 하나의 길이 막히면 하나의 길이 열린다. 이 진리는 경험을 통해 안다. 다시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언제나 나는 글쓰는 인간으로 있다. 우리의 인생자체가 한 편의 이야기지 않은가? 아무리 정리를 한 들 잊혀질 그리움은 아니기에 그대로 가슴에 묻고 있기로 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고 모카포트로 내린 진한 커피향기는 그렇게 보고픔으로 이어지고 가슴은 아리고 쓰리다. 내가 왜 이곳에 있어야하는지 내 삶이 어떻게 진행되어..

일상 2022.09.06

파리한 슬픔.

아침이면 새소리에 눈을 뜬다. 시내에서 한참 벗어난 변두리지역이라 그런 것인지 거리마다 나무가 자라서 그런 것인지를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아침마다 새소리를 듣고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삶의 기적이고 적지 않은 기쁨이다. 베이글 하나로 하루를 보내는 날이 많다. 시간이 지나면 딱딱해져서 입천정이 까일때가 더 많지만 꼭꼭 씹어 삼킬 때 베이글 한가득 담긴 봉투를 안겨주신 이의 마음이 전해져서 아픔보다 단맛이 남았다. 몇일 전부터 베이글 반쪽을 나의 작은 친구와 나누기로 했다. 하지만 이것은 큰 모험이다. 주인에게 들키면 안되는 일. 새들의 지저귐은 기분좋지만 주차된 차에 작은 친구의 생리작용이 그대로 드러나 함부러 먹이를 주면 눈총을 받기 쉽다. 마음을 위로하는 친구들의 마음에 답하고 싶었다.나의..

일상 2022.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