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공간을 허락받았다. 성도들과 함께 다목적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인데 방충망만 되어 있어 도로의 소음이 고스란히 들려오는 곳이다. 여름에는 볕에 그대로 들고 겨울에는 춥겠지. 다행이 전선이 연결되어 있어 아주 춥거나 덥지 않으면 좋은 시간대에 책을 읽고 글을 쓸수 있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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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길이 막히면 하나의 길이 열린다. 이 진리는 경험을 통해 안다. 다시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언제나 나는 글쓰는 인간으로 있다. 우리의 인생자체가 한 편의 이야기지 않은가?
아무리 정리를 한 들 잊혀질 그리움은 아니기에 그대로 가슴에 묻고 있기로 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고 모카포트로 내린 진한 커피향기는 그렇게 보고픔으로 이어지고 가슴은 아리고 쓰리다. 내가 왜 이곳에 있어야하는지 내 삶이 어떻게 진행되어가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막막함 앞에서 나는 글을 쓰고 읽지 못했던 책을 다시금 펼쳐든다. 지금은 어쩌면 잠잠히 기다려야 하는 때인지도 모른다. 벌써 한 계절이 지나고 또 다른 계절이 오고 있건만 막둥이랑 약속한 써핑은 하지 못했다. up.stand를 외치며 휘몰아치는 파도를 멋있게 타 오르고 싶었는데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다. 그럼에도 막둥이와의 매주 목요일 비치에서 보내는 시간은 서로를 알아가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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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있을 수 있는 근력. 나로 충분한 자존. 이것으로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은 여러 돕는 손길로 살아낼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참 박복(薄福)하다 생각한 내 삶이건만 참 많은 사랑과 은혜를 입었다. 앞으로의 삶의 여정은 베푸는 손길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지만 여전히 나는 나로서 불안하고 빈손으로 있다. 무엇으로 덕(德)을 세워나갈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명(命)을 다하는 것으로 덕을 세울 수 있다면 오늘 이 하루도 힘있게 살아내어야겠다.이곳에 와서 한국에서보다 더 많은 무궁화를 본다. 이곳은 무궁화의 계절이다. 고국은 태풍이 지난 자리 명절의 버거움으로 어깨 쳐진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매년 다가오는 명절마다 다른 이들과 다른 아픔을 느꼈지만 올해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성도들과 더불어 전과 잡채등 제법 먹거리를 장만할 듯하다. 소리 없이 그럼에도 어김없이 다가오는 계절처럼 시간은 지나간다. 잡을수도 멈출수도 없이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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