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일 잠을 못잤다. 아무리 마음 써도 소득 없는 일에 마음을 끓이다보니 약조차 듣지 않아 밤은 설치고, 아침은 헤롱거린다. 새벽기도 후 잠시든 잠에 불쾌한 꿈을 꿨다. 이런 날은 한 없이 마음이 가라앉는데 갑자기 "꿈자리가 사납다"라는 표현이 궁금해졌다. 꿈자리는 무엇이며 왜 사납다표현할까. 국립 국어연구원에서는 꿈자리를 "꿈에서 일어난 일"혹은 "그로인한 기분"을 꿈자리라 표현한다. 그것에 더해 사나움. 사나움은 공포와 불안을 동반한다.유쾌하지 않은 꿈은 하루의 기분을 좌우하고 불안을 가중시키기에 사납다는 표현은 적절한지도 모른다. 사나웠던 꿈자리는 쏟아지는 아침잠만큼 마음을 짓누른다. 부유하듯 떠도는 삶이 이러한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일까. 나그네와 같은 삶. 걸어가기를 멈출 수도 없고 되돌아 갈 수도 없기에 오늘하루의 분량만큼 또 걸어가야함이 버겁다. 집을 나서면서 본 고양이 카무의 얼굴을 보고 작은 위로를 얻는다. 인생 그 무엇이라고 "나는 모로쇠" 이런 표정으로 억지 눈을 감고 있는 카무를 보니 때로는 고양이처럼 살아감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안정한 삶을 사는 집사를 만나 이 두녀석의 삶도 만만찮다. 나와 더불어 5번의 이사를 한 고양이. 영역 동물인 고양이들에게는 엄청난 고통이 되었을터인데 건강하게 잘 버텨주니 고마울 뿐이다. 고양이들을 통해 배운다. 환경이 바뀌어도 하루의 잠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의 놀이를 멈추지 않음. 나다움을 지키며 다른 이들에게는 고로롱 거리며 위로를 전하는 부드러움. 한없이 맑고 깊은 눈으로 생명의 신비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 사나운 꿈자리 그 까이껏 나는 모로쇠.
오늘하루 고양이로 살아가기. 그것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