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황사 3

아가. 비마중가자.

곧 쏟아 부을것같지만 이녀석 막둥이를 닮았는지 꼼지락꼼지락 거리는 것이 영 오늘은 퍼부을것 같지 않다. 이런 날. 마치 비는 올듯한데 비가 오지 않아 온몸에 찌뿌둥하고 땀이 송글송글 맺히지만 마음자리에는 폭우가 쏟아질것만 같은. 그럴 때는 무엇으로도 마음을 잡을 수 없다. 망설이는 갈등의 한순간. 떠오르는 시구절이있고, 시인은 어서 빨리 차비를 하고 차한잔하게 오라 한다. . 그러게 말이다. 땅끝마을. 해남하고도 송지면 달마산 아래 미황사 이미 동백나무아래 흙으로 자신의 모습을 모두 감춘 시인 김태정은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래 이 땅에 언제까지 있을까보냐. 얼릉 채비를 하고 걸음을 나선다. 미황사의 현판은 어린아이의 장난처럼 거룩이나 엄숙함과는 멀다. 5살짜리 막배운 아이의 글씨마냥 게발세발 적은 글씨를..

일상 2022.06.28

파도가 밀려와 달이 되는 곳 / 윤정현 산문집 / 헥사곤

페친이신 장정희 선생님으로 선물받은 책 윤정현산문집 "파도가 밀려와 달이 되는 곳"을 읽으며 "윤정현선생 앓이"중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라고 정의하는 것은 어렵겠지. 하지만 이분처럼 글을 써야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면, 우리곁을 떠나간 많은 문인들외 지금 나와 같은 하늘아래에서 숨을 나누고 있는 사람중 나는 서슴없이 "윤정현"선생을 소개하고 싶다. 물론 최근 내 마음을 훔친 "강화길"이라는 젊은 작가도 있다.하지만 잠못 이루는 밤. 꺼내놓고 호흡을 길게하고 읽고선 그 이야기를 가슴에 안고 밤내 딩굴거릴 수 있는 글. 쉽게 빨리 읽어버려서는 안된다. 입안에 머금고 비강을 통해 그 향취를 즐기다. 오도독 오도독 씹어야 한다. 그냥 삼켜버리기에는 삶의 발자취가 고대다. 어쩌면 반백년..

지성 2020.06.17

강진 남녘교회

남편과 다산초당을 가는 길에 한적한 시골에 앉은 고딕양식의 소담한 교회를 발견했다. 차창으로 바라보는데 교교한 분위기 사이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신비한 기분이 든다. "자기야 저 교회 가보자." 차를 돌려 교회앞 마당으로 들어와 차를 한켠으로 세웠다. 아담하다. 예쁘다. 이 시골에 이렇게 멋진 교회가 있을줄이야. 주일 교인들과 모닥불을 피우고 고구마라도 구워드셨는지 모닥불 흔적이 있다. 주차장과 이어진 교회앞마당에는 지는 봄과 오는 여름을 알리는 꽃들이 고개를 떨어뜨리고, 얼굴을 들고 서 있다. 정원에서 바라본 교회. 현관이 무척이나 특이하다. 현관문이 없다. 텅빈 현관에 옛날 풍금이 놓여있고 꽃병이 놓여있다. 풍금을 중앙에 놓고 양쪽으로 예배당을 향한 작은 출입문이 마주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영성 2020.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