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친이신 장정희 선생님으로 선물받은 책 윤정현산문집 "파도가 밀려와 달이 되는 곳"을 읽으며 "윤정현선생 앓이"중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라고 정의하는 것은 어렵겠지. 하지만 이분처럼 글을 써야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면, 우리곁을 떠나간 많은 문인들외 지금 나와 같은 하늘아래에서 숨을 나누고 있는 사람중 나는 서슴없이 "윤정현"선생을 소개하고 싶다. 물론 최근 내 마음을 훔친 "강화길"이라는 젊은 작가도 있다.하지만 잠못 이루는 밤. 꺼내놓고 호흡을 길게하고 읽고선 그 이야기를 가슴에 안고 밤내 딩굴거릴 수 있는 글. 쉽게 빨리 읽어버려서는 안된다. 입안에 머금고 비강을 통해 그 향취를 즐기다. 오도독 오도독 씹어야 한다. 그냥 삼켜버리기에는 삶의 발자취가 고대다. 어쩌면 반백년의 삶을 살아내지 않고서는 공감하기 힘든 이야기들일지도 모른다. 깊이. 맛. 무게가 글 한자한자에 담겨있지만 어깨의 힘은 전혀 느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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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글을 읽고 그가 본 세상을 조금이나마 엿보고 싶었다. 그가 걸었던 길을 걷고 그가 보았던 것을 보고자 길을 떠났다. "산으로 간 거북"을 찾으러 "미황사"절을 찾았다. 과연 찾았을까? 아니 산으로 간 거북은 좀더 선생의 글을 읽고 다시 오라는 듯.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거북이 부도전에만 새겨져 있는 줄알고 대웅보전 주춧돌 아래 새겨진 아가들을 보지 못했고, 부도전은 아픈 발로 20분을 더 걸을 수가 없어 가지를 못했다.- . 오월의 아픔을 껴안고 분노와 번민의 시간을 보냈던 그의 삶은 구비구비 쉽게 해소되지 않는 깊은 슬픔이 배여있다. 쉽게 표현할 수 없었던 젊은 시절의 고뇌가 시간과 사물에 깊이를 더해 글마다 비애감이 서려있다. 그래서 가볍게 보면 안된다. 마음으로 그의 마음을 읽고 눈으로 헤아려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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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글 한자락을 옮겨보자.
"연일 안개다. 밤바다 바다는 한숨도 자지 않고 따뜻한 김을 모락모락 피워 올리나 보다. 아침마다 일어나 둘러보면 산하는 온통 짙은 안개다. ....육지에서 흘러내린 흙이 몇억 년 동안 바다의 속살에 녹아나서 만들어진 뻘은 보드랍고 찰지기가 한이 없다. 거기에 넣는 굴은 날카롭고 단단한 껍데기의 속살이다. 매생이국을 먹는 겨울은 날선 추위 한가운데서 따듯한 그 무엇을 그리워하는 계절이다."p73-74
그의 눈이 머무는 곳은 하나의 의미가 만들어진다. 사물을 보는 눈이 따뜻하다. 그래서 그의 글은 그의 삶의 무게를 담고 있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그냥 그의 아픔으로 나의 힘듬이 위로받는다. 그를 통하여 갯벌이 의미를 입는다. 이제부터 갯벌조차 내게 그냥 갯벌이 아닌 그 무엇이 된다. 바다의 속살에 녹아나 부드럽기를 더한 갯벌이라... 그 고운 갯벌이기에 짱뚱어는 가슴지느러미로 뛰어다닐 수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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