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2

기차는 다니지 않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기차는 오지 않습니다." 내 눈은 오지 않는 기차를 찾고 내 마음은 닿지 않는 당신을 기다린다. 한바탕 비라도 쏟아져 내리면 좋으련만 습기로 무거워진 공기만이 어깨를 누른다. 이제는 그만 보내줘야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다. 아무리 철길을 가꾸고 꾸며도 기차는 오지 않듯 내마음 접지 않는다고 마주할 이도 아니건만 뭐가 이렇게 힘겨운 것일까. 마음의 시름과는 상관없이 이다지도 꽃은 예쁘게 피었다. 차례차례 피어나는 저 꽃들처럼 내 인생도 피어날 순간이 있을까. 아니 이미 피었다. 져버린 것인지도 모르지. 하지만 해마다 꽃은 피고 진다. 내 인생의 한때가 피었다 져버린 것이라면 또 피어날 한해를 기다리면 되지 않을까? 꽃이 피지 않아도 꽃봉우리 몫을 하는 초록무성한 잎이 있다. 굳이 져버린 꽃..

일상 2022.06.29

아가. 비마중가자.

곧 쏟아 부을것같지만 이녀석 막둥이를 닮았는지 꼼지락꼼지락 거리는 것이 영 오늘은 퍼부을것 같지 않다. 이런 날. 마치 비는 올듯한데 비가 오지 않아 온몸에 찌뿌둥하고 땀이 송글송글 맺히지만 마음자리에는 폭우가 쏟아질것만 같은. 그럴 때는 무엇으로도 마음을 잡을 수 없다. 망설이는 갈등의 한순간. 떠오르는 시구절이있고, 시인은 어서 빨리 차비를 하고 차한잔하게 오라 한다. . 그러게 말이다. 땅끝마을. 해남하고도 송지면 달마산 아래 미황사 이미 동백나무아래 흙으로 자신의 모습을 모두 감춘 시인 김태정은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래 이 땅에 언제까지 있을까보냐. 얼릉 채비를 하고 걸음을 나선다. 미황사의 현판은 어린아이의 장난처럼 거룩이나 엄숙함과는 멀다. 5살짜리 막배운 아이의 글씨마냥 게발세발 적은 글씨를..

일상 2022.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