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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아도 봄은 오고..

서울의 하늘이 이렇게 흐리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봄철 황사나 미세먼지 익숙한 것이었는데 어느새 뉴욕의 쨍한 하늘에 길들여졌나보다. 딸아이와 나선 서울숲은 때를 맞은 벚꽃이 한창이다. 애쓰지 않아도 그렇게 봄은 우리의 곁에 왔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되는 것들은 우리의 삶에 넘쳐난다. 나이를 먹는것도 아이가 자라는 것도 그리고 .... sns를 열어볼 시간없이 바쁘게 살아온 뉴욕에서의 삶과 달리 이곳에서 보낸 몇 일은 그간의 소식이 홍수처럼 밀려왔다. 추스렸던 마음에 균열이 간다. 조금은 단단해 졌다고 생각한 마음이 부서지기 쉬운 두부마냥 모서리가 뭉그러진다. 나의 기억이 그러하듯 우리 모두의 기억은 자기편리대로 변형되고 저장되어 새로운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거짓이나 잘못이라 말하지 ..

카테고리 없음 2024.04.07

장소가 갖는 의미.

15시간의 비행의 피곤도 몸의 리듬을 바꾸어 놓지는 못하나보다. 곤한 몸에 비하여 정신만은 맑아 딸이 출근하자 간단히 집 정리를 하고 밖을 나섰다. 읽고 싶었던 책이 절판이라 딸애집 근처 작은 도서관에서 대출을 했다. 주민센터 3층에 위치한 한칸짜리의 작은 도서관. 사서인 것인지 공무원인지 알길 없지만 자신이 해야하는 업무조차 파악하지 못한 어설픔이 느껴지는 것은 느려터진 미국행정시스템과는 또다른 반감을 갖게 한다.업무에 찌들린 권태라고 해야할까. 그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단지 그 자리를 단지 그 시간을 떼우고 있는 느낌을 지울수 없게 한다. 델핀 드 비강의 "지하의 시간들"을 읽고 싶어서 책을 찾으니 절판으로 나타났다. 서울내 도서관 단 3권이 비치되어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작은 도서관에 이 책이 ..

카테고리 없음 2024.04.05

착각

올려다보니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구름을 마주한다. 달려가는 구름은 바다를 하늘로 착각한 것일까? 푸르다하여도 그 푸름은 같은 것이 아닐지언데 어디까지 달려가려 하는지... 오늘 아침 집을 나서는데 집앞 벚나무에 서둘러 핀 한 두송이의 벚꽃을 보았다. 잠시 고개내미는 햇살은 따사로워도 볼을 스치는 바람은 여전히 차기만한데 이녀석은 무슨 속셈으로 서둘러 속살을 드러낸 것일까? 언제나 그렇다. 서둘러 단장을 마치고 종종거림으로 때를 기다리지못해 밖을 나섰다가 추위에 서둘러 들어와야하는 누군가처럼 사랑스럽고 앙징맞은 얼굴을 한 저이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오후에는 소낙비 소식까지 있건만... 부디 그 작은 몸, 가지에 붙어 잘 버터주기를.... . 한 배 속에서 나온 자식도 제각각이라 아이들의 성품이 한결같..

카테고리 없음 2024.03.27

언어는 힘이다.

한 나라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차원인데, 특히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신체의 안전을 지킬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이기도 하다. 거대한 땅덩어리만큼 여러 인종들이 모여사는 이곳은 다양성만큼 그 다양성을 지키고 보호할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굳이 이 나라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일단 그 커뮤니티 안에 소속만 된다면 살아갈 수 있는 거다. 몇 십년을 살아도 '이거 얼마예요?"라는 말이나 간단한 단어던짐정도의 말밖에 할 수 없는 것이 그 증거다. 그렇게도 살아지는 것이 이곳이다. . 하지만 문제는 그 커뮤니티를 벗어나 혼자가 되었을 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장치가 너무나 미약하다는 것. 스스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어..

카테고리 없음 2024.03.26

자비를 베푸소서.

죽음을 당한 예수를 한 쪽 무릎에 눕힌 마리아를 형상화한 피에타조각상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혹자는 자식을 앞세운 어미의 애끓는 한이라 표현하고, 혹은 절제된 슬픔의 가장 극대화된 성스러운 조각상이라 말하는 이도 있다. 이렇든 저렇든 고난주간에 피에타를 바라보는 것은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데 아들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 수 밖에 없는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을 유한한 인간의 이해를 위해 육신의 어머니로 등장한 일은 옳다. 고난주간이 시작된 월요일 새벽 목사님의 말씀은 피에타로 시작한다. 애절하고 안타까운 어미의 마음. 어미로 살아가야하는 나에게 이 말씀이 각별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오늘은 막둥이의 생일이 아니던가! . 나는 조각상이나 그림에 대하여 잘 모르는데 피에타의 해설을 ..

카테고리 없음 2024.03.26

아직은 괜찮다.

브루클린 브릿지를 걸었다. 이 다리는 1883에 개통된 세계최초의 철제다리다. 엄청난 규모와 다리너머로 펼쳐진 뉴욕스카이 라인의 아름다움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해마다 수만명이 찾는 이곳은 그 이름에 걸맞게 다리를 배경으로 한 수많은 영화가 있다. 로맨스 혹은 갱단의 이야기.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면 이 다리는 양념처럼 등장한다해도 과언이 아닐거다. 그럼에도 나에게 오랫동안 잔상이 남아 있는 영화는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Last Exit to Brooklyn )"다. 미국 작가 휴버트 셀비 주니어(Hubert Selby Jr.)가 1964년에 쓴 소설을 영화화 한 것인데 일상화된 마약 매춘 폭력,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뉴요커들의 암울한 현실을 더욱 극대화한 탈출구 없는 1950..

카테고리 없음 2024.03.22

투박한 애정

"어디서 불경스럽게" 어릴적 국경일마다 대문앞에 태극기를 내다 달았다. 네모난 종이박스에 마치 다림질이라도 한듯 구김없이 담겨있던 국기를 갓난 아이 다루듯 조심스레 꺼내 두손을 바쳐 게양했다. 하루 해가 저물고 기를 내릴 때도 마찬가지다. 탁탁 털어 네모서리를 맞추어 접어 상자에 넣었고, 손이 타지 않는 서랍장이나 장롱위에 올려두었다. 만약 기를 내려 꾸깃꾸깃 박스에 구겨 넣기라도하면 , "어디서 불경스럽게!" 엄마의 꾸중을 들었다. 나에게 있어, 아니 우리 세대에 있어 한 나라의 국기는 그러한 것이었다. 성스럽고 소중한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그런 까닭에 조금은 나의 손이 닿지 않는 먼 거리의 그 무엇이었던 셈이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태극기로 한 문양이나 여러 상품들이 들이 판매되고, 스포츠경기장에서..

카테고리 없음 2024.03.21

What's important.....

내가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는 곳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살게 될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나의 성격, 나의 취향을 고려할 때 타국에서 살게되면 일본일거라 생각했지 모든 것이 다른 이곳에서 살아가게 될 줄이야. 인생은 늘 예측불허의 그 무엇이다. . 영화에서 자주 무너진 여신상은 굳건히 한 팔을 치켜올린 체 서 있었다. 마치 세상이 어떻게 이야기할지라도 결코 해가 지지 않는 미국을 상징하듯말이다. 이 거대한 도시에 내가 서 있다. 문득문득 나는 이 거대함이 이 화려함이 지루하게 느껴지는데 이것은 조밀한 아름다움, 작은 것의 소중함에 익숙한 나의 미의식때문인지도 모른다. . 낯선 것을 두려워하는 내가 이곳에서 느끼는 유일한 편안함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다. 처음 이곳에 와서 이들이 입고 있는 옷을 볼 때 놀라움을 ..

카테고리 없음 2024.03.20

소멸과 성장

한 가지에 생명과 죽음이, 성장과 소멸이 함께 야. 온 몸으로 햇살을 받고 뿌리로 부터 수분을 끌어올려 서로의 세포를 나눠가진 그들에게 이제는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이 선고된 거지. 춥고 길었던 그 시간을 묵묵히 견디며 끝을 예감한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해 잎하나 틔워 냈어. 작은 소망 하나. 그 잎을 보고 싶다. 그 간절함이 닿은 것일까? 마침내 그는 쭈그러든 얼굴로, 작지만 분명한 생명을 가진 푸른 잎사귀를 바라보게 되었어. 위태로이 가장 여린 가지끝에 매달린 쪼그라든 몸은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지만, 몇 날은 더 추울것이고, 몇날은 여린 잎이 견뎌내지 못할 만큼 햇살이 따가울지도, 그리고 버텨내야할 잦은 비가 있을 것을 그녀는 알고 있어. 하여 그녀는 마지막 수분마저 푸른..

카테고리 없음 2024.03.19

Solitude matters.

"Solitude matters.And for some people, it is the air they breathe." 외향인이 주목받는 사회에서 내향인의 가치에 주목한 Susan Cain의 책에서 내향인에 관한 설명 한구절이다. 나는 전적으로 이 말에 동감하는데 외향인들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내향인으로 생존의 방편으로 선택한 것이 고독인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면 한 두시간정도 혼자만의 무중력의 상태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나로서는 이 고독이 확실히 누군가의 호흡과도 같다. . 지난 토요일 이미 완연한 봄인듯한 햇살에 집근처의 공원으로 갔다. 내리쬐는 햇살은 봄이건만 불어오는 바람에는 여전히 냉기가 남아 있다. 그런 까닭에서일까? 굳게 입을 ..

카테고리 없음 2024.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