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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과 성장

huuka 2024. 3. 19. 22:38

한 가지에 생명과 죽음이, 성장과 소멸이 함께 야. 온 몸으로 햇살을 받고 뿌리로 부터 수분을 끌어올려 서로의 세포를 나눠가진 그들에게 이제는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이 선고된 거지. 춥고 길었던 그 시간을 묵묵히 견디며 끝을 예감한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해 잎하나 틔워 냈어. 작은 소망 하나. 그 잎을 보고 싶다. 그 간절함이 닿은 것일까? 마침내 그는 쭈그러든 얼굴로, 작지만 분명한 생명을 가진 푸른 잎사귀를 바라보게 되었어. 위태로이 가장 여린 가지끝에 매달린 쪼그라든 몸은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지만, 몇 날은 더 추울것이고, 몇날은 여린 잎이 견뎌내지 못할 만큼 햇살이 따가울지도, 그리고 버텨내야할 잦은 비가 있을 것을 그녀는 알고 있어. 하여 그녀는 마지막 수분마저 푸른 잎에 급여하고 죽음을 맞아들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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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죽은 것 같은 지금은 죽은 것이아니야. 아직은 몇날을, 아직은 몇번의 밤을 지나야 하는 것이지. 마지막 모습을 보기위한 찬란한 견딤은 결코 두렵지 않아. 나는 말할 수 있어, 모든 것에 헌신한 죽음은 슬프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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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은 언제나 함께 있고, 성장과 소멸도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모든 것에 다정한 마음을 갖게 해. 마음에 남아 있던 원망도, 미움도 어느 순간 돌아서면 그리움이 되는 까닭이 여기 있는지도 몰라. 끝을 알게 되었을 때 느꼈던 그 공포는 어떻게 살아가야할까가 아닌 나눠가진 생명하나가 꺼져가는, 잃어버리는 두려움이었어. 미쳐 이별하지 못한 마음도 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그가 사라질 것 같은 아픔때문이었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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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잎을 보고싶다는 간절함에 영원히 한 가지에 앉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 푸름은 푸른 생명과 성장으로 쪼그라듬은 사멸로 돌아가는 것.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새롭게 잇대어 살아갈 수 있는 자연의 지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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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웠나봐. 매장안의 사이렌은 모두를 긴장시킬만큼 날카롭고 높아. 금지된 것에 대한 분명한 경고를 우리는 이 아침에 다시금 깨달아. 하지만 그것 알아? 정작 화장실에서 튀어나온 그는 구질한 변명을 쏟아내고 있어. 그의 일탈로, 긴장하는 것은 그가 아닌 타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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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용히 기도하게 되지. 나로 인해 긴장하게 된 인생이 있다면 용서를 구하고 싶어. 나로 인해 슬픈 인생이 있다면 더 다정하지 못했던 것에 사과할게. 모든 시간은 흐르고, 마지막 그날에 이르기까지 우린 몇날을 더 살아가겠지. 비도 맞고, 햇살도 쬐고, 천둥번개에 두려움도 느끼다가 푸르른 생명에 경이로움을 표하다 겸혀히 마지막을 마주하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