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7

시란 이런 것.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최승자 . 겨울동안 너는 다정했었다 눈의 흰 손이 우리의 잠을 어루만지고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따뜻한 땅속을 떠돌 동안엔 . 봄이 오고 너는 갔다 라일락 꽃이 귀신처럼 피어나고 먼 곳에서도 너는 웃지 않았다 자주 너의 눈빛이 셀로판지 구겨지는 소리를 냈고 너의 목소리가 쇠꼬챙이처럼 나를 찔렀고 그래, 나는 소리없이 오래 찔렸다 . 찔린 몸으로 지렁이처럼 오래 기어서라도 가고 싶다 네가 있는 곳으로. 너의 따뜻한 불빛 안으로 숨어들어가 다시 한번 최후로 찔리면서 한없이 오래 죽고 싶다 . 그리고 지금, 주인없는 해진 신발마냥 내가 빈 벌판을 헤맬 때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눈 덮인 꿈속을 떠돌던 몇 세기 전의 겨울을. . 어디 시뿐이..

예술/시 2023.10.17

이별은 차마 못했네. - 박노해

이별은 차마 못했네. . 사랑은 했는데 이별은 못했네 사랑은 할 줄은 알았는데 이별할 줄은 몰랐었네 내 사랑 잘 가라고 미안하다고 고마웠다고 차마 이별은 못했네 이별도 못한 내 사랑 지금 어디를 떠돌고 있는지 길을 잃고 우는 미아 별처럼 어느 허공에 깜박이고 있는지 사랑은 했는데 이별은 못했네 사랑도 다 못했는데 이별은 차마 못하겠네 잊다가도 웃다가도 홀로 조용한 시간이면 스치듯 가슴을 베고 살아오는 가여운 내 사랑 시린 별로 내 안에 떠도는 이별 없는 내 사랑 안녕 없는 내 사랑

예술/시 2022.05.28

보배로운 상상력.

"너에게 아들을 주리라." 하셨을 때 감출수 없었던 헛웃음, 이해할 수 없었던 수긍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모든 이성적 통제를 넘어 유한한 인생의 예측을 넘어 일하셨습니다. . 언제나 그러하셨습니다. 냉소적인 이성. 교만한 예측. 기묘함과 광기라는 조롱속에 당신의 전능과 신실은 드러납니다. . 아들을 주셨고, 홍해가 갈라지며, 여리고 성이 무너집니다. 불가사의하게 주어지는 선물로 우리는 춤추고 노래합니다. . 어제의 고통, 오늘의 곤란, 내일의 두려움속에서 우리의 경영을 넘어 생겨나는 그 힘을 바라봅니다. 내 삶의 전영역 축하와 감동의 서정시로 바꾸실 당신을 바라봅니다.

예술/시 2021.01.21

"괜찮아." / 메리 올리버 , < 완벽한 날들 > / 마음산책

괜찮아 작은 거미 한 마리가 문 열쇠구멍으로 기어 들어왔어. 난 거미를 조심스럽게 창문에 올려놓고 나뭇잎을 조금 줬어. 그녀가 (만일 암놈이라면) 거기서 바람의 그리 부드럽지 않은 말을 듣고, 남은 생을 계획할 수 있도록. 거미는 오랫동안 움직임이 없었어. 밤에 어떤 모험을 걸었는지 모르겠지만 낮에도 움직일 수가 없었는지, 아니면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그저 잠든 것이었는지 모르겠어. 이윽고 거미는 작은 병 모양이 되더니 방충망에 위아래로 줄 몇 가닥을 만들었어. 그리고 어느 날 아침, 떠나 버렸어. 무덥고 먼지 낀 세상이었어. 희미한 빛이 비치는 , 그리고 위험한 한번은 작은 깡충 거미가 현관 난간 위를 기어가다가 내 손에 들어와 뒷다리로 서서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초록눈으..

예술/시 2021.01.15

당신에게 가는 길

당신에게 가는 길 벚꽃 하롱지는 길을 떠나 한 여름의 태양빛에 만났다. 빨갛게 타버린 잎으로 발끝시린 눈 밟으며 당신에게 가는 길, 여행 나설때의 아름다움은 어느새 사라져 헝클어진 머리와 쇠잔해진 몸과 긁히고 상한 생채기를 본다. 그럼에도 깊어진 눈매와 어느 바람에도 넘어지지 않을 절개와 시간의 톱니바퀴를 무디게 할 인내가 하늘의 별처럼 총총히 박혔다. 몇번의 계절을 지나야 당신에게 닿으랴만은 오늘하루도 당신을 그리며 이 길을 걷는다. 당신이 걸어간 그 걸음으로 .

예술/시 2020.07.17

地味にスゴイ

우울한 한 주간을 보냈다. 사역지를 이동할 때마다 잠시 잠깐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것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새롭게 가슴을 파고 드는 아이들과 낯선 환경으로 우울한 주기가 짧았다. 하지만 이제 사역을 내려놓은 탓일까? 내마음을 내가 가름할 수 없을 만큼 무너지는 일주일을 보냈다.그이마저 함께 없으니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결혼이 내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도퇴되고 의미없는 매일인듯해 견디기가 힘든 시간이었다. . . 어제 일본드라마를 보았다. 시리즈물은 마약과도 같아서 일체 보지 않는다.하지만 어제는 왜그랫을까? 그냥 드라마라도 보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 "수수하지만 굉장해" . 자못 유치할 수 있는 캐릭터였지만 전형적인 일본인의 사고방식과 삶에..

예술/영화 2017.06.24

오렌지

. 후회없는 인생은 없다. "그 때 내가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 . " " 그 때 내가 조금 더 용기를 냈다면. . . " " 그 때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 . " 끝나지 않을 만약과 그랬다면으로 불면(不眠)의 밤을 쌓은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런까닭일까?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같이,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신비한 능력을 소재로 한 Time Leap물이나 영화 원데이 처럼 등장인물이 동일한 기간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time loop물, time warp 나 time slip 등 많은 영화 드라마 소설을 찾아볼 수 있다. . . 오늘 그이랑 주례로 섬겨주신 가정호 목사님과 점심식사를 하고 집에와 일본영화 한편을 ..

예술/영화 2017.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