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시

"괜찮아." / 메리 올리버 , < 완벽한 날들 > / 마음산책

huuka 2021. 1. 1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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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작은 거미 한 마리가 문 열쇠구멍으로 기어 들어왔어.
난 거미를 조심스럽게 창문에 올려놓고 나뭇잎을 조금 줬어.
그녀가 (만일 암놈이라면) 거기서 바람의 그리 부드럽지 않은 말을 듣고,
남은 생을 계획할 수 있도록.

거미는 오랫동안 움직임이 없었어. 밤에 어떤 모험을 걸었는지 모르겠지만
낮에도 움직일 수가 없었는지, 아니면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그저 잠든 것이었는지 모르겠어.

이윽고 거미는 작은 병 모양이 되더니 방충망에 위아래로
줄 몇 가닥을 만들었어. 그리고 어느 날 아침,
떠나 버렸어.

무덥고 먼지 낀 세상이었어. 희미한 빛이 비치는 , 그리고 위험한
한번은 작은 깡충 거미가 현관 난간 위를 기어가다가
내 손에 들어와 뒷다리로 서서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초록눈으로
내 얼굴을 빤히 보았어. 너는 그게 아니라고 하겠지만 진짜로 그랬어.
따뜻한 여름날 이었어. 요트 몇 척이 항구 주변을 미끄러지듯 나아가고
항구는 뻗어나가 대양이 되지. 세상의 끝이 어디인지 누가 알 수 있겠어.
열쇠구멍의 작은 거미야. 행운을 빈다. 살 수 있을 때까지 오래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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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y Oliver. 메리 올리버 시인.
1935년 미국 오하이오 탄생. 14세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 1963년 <항해는 없다 외>를 발표.
1984년 <미국의 원시>로 퓰리처상, 1992년 <새 시선집>으로 전미도서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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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의 아침><완벽한 날들><휘파람부는 사람><긴호흡>
4권의 책을 한꺼번에 구입했다.
천개의 아침, 긴 호흡을 읽고 다른 책으로 눈을 돌렸다.
얼마뒤 다시금 잡은 "완벽한 날들". 
그녀의 맑은 영혼은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고, 
그녀의 순진한 언어는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한다.
그녀를 향해 누군가 "꿈꾸는 순진무구"라 표현했는데
그 표현이 얼마나 그녀에게 어울리는지
시를 읽을 때마다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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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산들, 강들

그토록 짧은 삶을 사는 달빛의 슬픔을 그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어서 곱게 갈려 더 활기찬 무언가의 일부로 돌아가고 싶은
돌의 조급한 갈망을 그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강들이 얼마나 무거운 마음으로 맑은 근원을 기억하는지
그 누가 상상할 수 있을까?

이상한 질문들이지 그래도 난 그 질문들과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왔어. 당신에게도 권하고 싶어, 당신의 정신은 호기심 안에서
자라니까, 당신의 삶이 더 풍부해질 테니까. 땅의 참모습을 보고 
고개 숙이게 될 테니까, 그토록 영리하고, 야심만만하며,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우리는 움직이는 ,생기 넘치는 많은 것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니까.
<천개의 아침 / 이끼 산들 강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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