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토튼 3

나는 나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

드물게 햇살이 들고 쨍한 코발트블루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다. 마침 마틴 루터 주니어 기념일로 off이기도하니 집에 있을수만은 없다. 이틀 심한 재채기와 콧물 알러지로 힘들게 보냈다. 다시금 심해지지 않도록 마스크까지 챙겼다. Fort Tottn이 종점인 Q13번에 올랐다. 휴일인까닭인지 사람이 없다. 창가에 비치는 햇살이 눈부시다. 종점에 가까워지자 승객은 나 혼자다. 내리는 사람이 없으니 정류장을 연이어 지나치고 10분이나 더 빨리 도착했다. 이곳에서 내 힘으로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 바다가 그리울 때마다. 누군가가 보고플 때마다 이곳에 왔다. 여기서 난 기러기떼를 만났고 생애처음으로 그들을 가장 깊이 들여다보았다. 그들의 날개짓과 울음. 그리고 먹이사냥과 휴식을 엿보았다. 그들이 생각보다 큰 몸..

카테고리 없음 2023.01.17

기러기.

T의 일을 알게 된 건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닫아두었던 SNS를 열어 그간의 일들을 시간순으로 재배열해본다. 다시금 찬찬히 살펴보아도 이제는 더 이상 그들의 게토(ghetto)에는 발 디딜 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굳이 나중심의 세상은 아니었다할지라도 그들과 함께 어깨를 견주고 나란히 할 수 있었던 시공(時空)에서 나만 지워진거다. 아니 철저히 나만 거세당한듯한 느낌이 든다. 그럴 수는 없다는 생각과 T와 짝을 맞춘 H만큼은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울컥 눈물이 쏟아졌지만 어쩔수 없다. 자신이 속할 수 없는 리그를 바라보는 것은 잔혹하다. 어쩜 나도 그러했을지도 모르는 시간에 생각이 미치자 두려운 마음이 든다. 얼마나 많은 잣대와 공의로 재단하고,교만한 검열로 틈을 찾는 이들에게 아픔과 슬..

일상 2022.11.05

푸름은 늘 먼곳에 있다.

시작과 끝 온통 푸르다. 손에 잡힐듯 가깝게 느껴지지만 푸름은 늘 먼 곳에 있다. 거짓말같이 수평선과 맞다은 하늘은 태고의 신비그대로 하나다. 먼곳의 푸름에 닿을수 있는 것은 신록인지도 모른다. 먼 하늘에서 만들어진 보드라운 바람은 강을 쓰다듬고 초록잎을 흔든다. 눈부심에 길을 잃었다. 굳이 내가 선 곳이 어디인지 알 필요가 있을까. 살아간다는건 끊임없이 길을 잃는 것이고 길을 찾아가는것이 살아가는 것 아닐까. 잘려나간 몸뚱어리를 애도하는 나무의 눈물인걸까..그럼에도 살아내려는 회복력인지 알수없는 나의 무지는 그것으로 충분한 위로다. 나 역시 푸름을 쫓아 길을 잃고 찬란한 눈물 맺힌 이하루를 또 걷고 있으니 말이다.그대여 길잃기를 두려워말고 잘못 들어선 길은 없으니 무릎을 일으켜 또 걸어가시기를.

일상 2022.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