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138

New year's luck

우리가 과연 일출을 볼 수 있을까?그 가능성은 희박했다. 폭포에서 뿜어올리는 물안개와 잔뜩 흐린 하늘은 기필코 저녁무렵부터 비를 뿌렸다. 이틀째 계속되는 흐림과 비 사이. 그 덕분에 기온은 영상에 머물러 미친 듯 부는 바람을 무시하면 봄같은 따뜻함이다. |.딸아이와 9시간 기차로 달려와 걸어서 캐나다국경을 넘었다. 아침 7시 무렵 뉴욕을 출발해 오후 4시가 넘어 도착한 나이아가라 폭포. 레인보우 브릿지를 건너자 폭포의 야간 조명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직 5시가 되지 않았건만 어둑해지는 거리에 폭포의 불빛은 화려한 자태를 드러낸다. 얼마간의 거리때문인지 낙수소리는 문밖넘어 애기울음소리처럼 들리고 위압감을 느낄만큼의 크기도 아니다. 딸아이는 연신 폭포의 크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지 "엄마 이 크기..

일상 2025.01.05

둘이라서 얼마나 다행이야.

둘이라서 얼마나 다행이지 몰라. 그치.먼길 떠나오면서 이 생명체들을 떼어 놓는다는 것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어. 그건 이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었던 까닭이기도 했지만 이 생명들이 내게 부여한 책임의 끈을 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거야.태평양을 건너 이곳에 올 때 이 아이들은 그 밤이 얼마나 공포였을까. 알 수 없는 기계음들과 한껏 높아진 고도에 귀는 얼마나 멍멍했으며 서로의 울음만 들릴 뿐 각각의 케이지 안에서 한기와 어둠, 그리고 앞을 알 수 없다는 불안.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나의 무모함을 너희들은 가질 수 없었으니 더더욱 힘들었을거야. 우리의 시련이 그 비행이 전부가 아니었지만 어쨋든 지금 너희둘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어..유일한 따뜻한 곳이 스토브위인 까닭에 우풍이 ..

일상 2024.11.18

가을을 달리다.2024.10.26.

학교갈 때는 깨워도 일어나지 않던 녀석이 새벽부터 서둘러 나갔다. 녀석의 첫 마라톤. 오늘이다. 아들의 도전10km완주. 길지도 짧지도 않은 거리 첫 마라톤으로도는 딱 좋다. 오늘을 위해 일주일에 2-3번 한 두시간씩 달렸다. 녀석은 달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면에 닿는 자신의 무게를 발바닥으로 느끼며 자신이 내뱉고 삼키는 날숨과 들숨에 자신의 무엇을 버리고 새롭게 채웟을까. 오롯이 무엇인가에 집중하면 모든 것이 무(無) 혹은 공(空)의 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그 안에는 오직 나만이 존재해서 스쳐지나가는 노란 은행잎도 빨간 단풍잎도 끝없이 연결된 하나의 선으로만 느껴질 뿐. 아들이의 세상에 나와 다른 이들은 들어갈 수 없고, 오직 자신만이 존재하는 그 시공에서 아들은 무엇을 발견했을까. 피아노 앞에..

일상 2024.10.27

손에 쉽게 닿는 건 아름다움이 아니지.2024.09.24.

경쟁사회가 아닌 곳이 어디있겠냐만은 한국사회만큼 경쟁을 부추기는 나라는 없을듯하다. 공중파방송에서 제작되는 많은 것들이 경쟁을 통한 탑을 쟁취하는 과정을 만들어낸다. 가요에서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들은 국악, 악기연주자, 목소리, 춤에까지 장르불문이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한참을 심취해 빠져들기도 했지만 그 다음은 그러니까 일등을 한 사람에게 크게 관심이 유지되지는 않았다. 극도의 긴장감을 갖고 한 단계 한 단계 임하는 그들의 성취에 함께 기뻐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컸던 것인지 아니면 경쟁구도자체를 즐기게 된 것인지는 알길 없다. 이번주부터 시작된 스테이지파이터, 스테파는 이례적으로 발레, 한국무용, 현대무용 세파트로 나누어 퍼스트를 구별해내는 구조인듯한데 너튜브에 소개된 영상이 흥미진진하다. 아..

일상 2024.09.25

캄캄할 땐 당신 생각을 해도 되겠다.

아무리 굽은 일도 마음을 정하고 나면 가뿐해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비록 굽은 것이 펴지거나 마음의 상처가 아물지는 않았다 할지라도 말이다. 이건 두번 다신 경험하지 않을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아닌 다시금 그 고독이나 고통속으로 되돌아 간다할지라도 그 시점까지 잠정적인 가뿐함, 혹은 유예기간의 막연한 안도감이라고 할까... 한 편의 시(詩)를 만나고 그 싯구들을 오래 기다린 정답처럼 가슴에 새겼다. 간혹 너무 단 것을 먹으면 혓바닥과 속이 아린 적이 있다. 이 시가 그랬다. 결국 내게 남을 것은 속 아림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첫 입은 달았고, 울던 울음을 그칠만큼 달달했다. 지금의 내가 살아온 나를 바라볼 때 이런 단순함과 살아내겠다는 의지가 아닌 밝은 희망을 마주한다. 나는 혼자서도 잘 놀 줄 아는 사..

일상 2023.10.10

손 맛!

계절이 바뀌는 모퉁이에는 고여있는 눈물을 발견한다. 연이어 비가 왔다. 그리고 기온은 툭 떨어지고 가을이 어느새 다가와 있다. 새로운 계절이 오기 전 지독한 계절앓이를 하는 나는 내가 아픈줄 알았다. 하지만 오고가는 계절이 그렇게 아팠나보다. 떠나는 계절은 이별 앞에서, 오는 계절은 날것의 불안으로 몇날의 비로 두려움을 떨쳐버리려 했는지도 모르지.. 일년에 4번,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시간을 합하면 한계절의 이별쯤이야 아무것도 아닐것인데 나는 매번 이 계절이 처음인양 앓이를 한다. . 늘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관성의 법칙은 쇼핑리스트에서도 발견된다. 몇일 전 주문한 샤프가 도착하자마자 손에 쥐어보았다. 그립감이라는 말은 낯설다. 차라리 손맛이라 쓰자. 손끝에서 느껴지는 짜릿함은 펜촉에서부터 지면에 닿아 개..

일상 2023.09.27

Beautiful New York

공간이 갖는 아름다움은 단순히 외형이나 물성이 갖는 아름다움뿐 아니라 공간이 만들어내는 시간속 머무름, 즉 기억이라던가 추억, 사건이 많은 부분을 갖는다. 더불어 공간을 마주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한 것인데 나에게 있어 이곳은 부재와 상실이라는 단어가 먼저 오버랩 되는 곳이다. 두려움과 상처로부터 도망쳐 온 이곳은 내가 감당하기에 너무나 큰, 열린 환경이다. 시선의 끝을 찾을 길 없는 뚫린 하늘이나 허리가 젖혀질 만큼 높이 쏟은 빌딩들, 여러 언어들의 혼재. 이곳의 나는 카오스 . 하지만 딸아이를 만나러 한낮에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뉴욕은 무엇으로도 표현할 길 없는 아름다움 그 자체다. 대서양까지 흘러내리는 도심을 가로 지른 허드슨 강. 강을 마주한 두 도시, 그 도시를 잇는 브릿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일상 2023.08.15

올리브 나뭇잎 하나

알려고도 알아서도 안되는 이야기들에 마음을 졸인다. 조금만 비가 와도 물이 차올랐는데 유독 많은 비가 내리는 요즘 괜찮은 것일까? 이사를 했을까... 속절없는 답답함이 밀려들지만 어쩔 수 없다. 이별에 단계가 있듯 상실의 터널을 지나는 것에도 몇 단계가 있음을 이제야 배운다. 처음에 가진 원망도 그 뒤에 밀려온 허전함과 다할 수 없는 그리움도 새삼스럽게 깊어졌던 사랑에도 한 걸음 물러나 설 수 있게 됐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하겠지만, 나의 기대가 헛된 꿈이라는 현실인식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결코 틀린 것은 아닌듯 하다. 이 진리를 깨닫기까지 아파한 시간이상으로 더 많은 시간을 견뎌나가야겠지만 나의 어떠함과는 상관없이 시간을 흘러가니 이또한 얼마나 ..

일상 2023.07.22

삶은 언제나 죽음보다 무겁고...

삶은 언제나 죽음보다 무겁게 다가온다. 수월하게 살아지는 인생이 몇이나 되겠나만은 겹겹이 쌓인 설움과 절망을 마주할 때면 고개는 절로 숙여지고 어깨는 힘없이 오그라든다. 차라리 죽는게 편할 것만 같다 여기면서도 살아내는 것이 인생인 것일까? 무슨 삶의 미련이 이다지 많아 모진 삶을 버퉁기며 살아가는 것일까.늘 가까이 다가운 죽음이 낯설지 않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몸에 붙은 습기는 자꾸만 무게를 더해간다. . 어릴적 지금의 내 나이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단 한 번도 장수(長壽)를 기원했던 적이 없다. 내 나이보다 한참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엄마, 나는 지금의 내 나이 혹은 그 이상의 나이에 익숙하지 않다. 그렇게 나는 경험해보지 못한 나이를 살아가고 있고, 그런 까닭에 자주 길을 잃..

일상 2023.06.29

공간의 쓸모 - Chelsea Market

건물 역시 생명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도시의 변화에 따라 생명이 덧입혀지는 것이 있는 반면 한 도시가 쇠퇴하게 되면 그곳에 자리한 건물까지 생명력을 잃어가게 된다. 어떤 글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 무슨 책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리베카 솔닛의 책이었던 것 같은데 정확하지는 않다. 도시변동화에 따라 미국의 주요 도시에는 백인중심의 도심이 어느덧 외지인유입에 의해 변화를 갖게 되었다. 오래된 건물들은 조각들과 건물자체의 높은 예술성을 가졌지만 단기간 살다 이동하는 외지인들에 의해 관리가 되지 않아 그 생명과 가치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글이었던 것 같다. . 비오는 금요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책 한 권을 챙겨 지하철을 탔다. 날씨 탓일까? 도서관을 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렇게 동한..

일상 2023.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