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138

삶이란 그런 것인걸...

일기로 써내려간 일상. 2017.12.29. 쓸쓸하다. 나를 둘러싼 모든 공기가 쓸쓸함으로 물들어 나의 가슴을 죄어온다. 쓸쓸함은 하이데시벨의 소리다. 하지만 그 소리는 고막을 찢을 소음이 아니다. 귀가 아플만큼 높지만 맑고 청아한 방울소리를 닮아 그 울림에 이내 젖어버리고 가슴은 죄어오는 까닭이다..먹을 만큼 먹은 나이. 이루어 놓은 것도 없는 허망함속에서 그럼에도 열심과 성실로 살아온 삶의 족적들은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로서의 삶이였건만 지금은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폐허속에 버려져 있다. 모든 것이 의미가 없고 허망하다. 하는 행동. 하는 모든 삶의 방식이 부딪힌다. 환영받지 못하고 나역시 환대하지 못하는 편협한 이기주의를 곱씹으면서 딱 그만큼의 인간이라는 처절한 패배의식을 맛본다. 지성인의 고상..

일상 2017.12.29

한 없이 어두울 뿐이다. 그럴지라도....

일기로 써내려간 일상. . 사람이란 상황이나 외부의 힘에 굴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자신의 내면때문에 지는 것이다. 이 무력감, 지금 그야말로 바로 눈 앞에서 끝내고 싶지 않은 것이 끝나가고 있는데 조금도 초조하거나 슬퍼할 수 없다. 한 없이 어두울 뿐이다. .무력감으로 일어나기 싫은 아침을 맞는다. 이 무력감은 잔인하게 반복되는 아침때문이다. 날마다 떠오르는 태양일지라도 어제와 같은 오늘이 아니라고 하지만 변함없는 기진한 삶은 아침태양의 눈부심은 잔혹하게 눈을 찌른다. 오늘 동화 한편을 적었다. "꿈꾸는 봉봉".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었다. 갑자기 조회수가 확 늘었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화라고 말해주었다, 앞으로 동화작가로 나가도 될 것 같다고 칭찬해주었다. 하지만 그 글은 내게 참..

일상 2017.12.26

구멍소리

그녀는 13년만에 엄마를 만났다. "너희 엄마야."라고 말해주지 않아도 한참 떨어진 곳에서부터 그녀는 자신의 엄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보다 진한 피 이런 거 아니였다. 마치 세월을 거슬러 거울을 보는 듯 이 세상에 자신과 닮은 사람이 두 사람이 있다는데 마치 그 한사람을 본 듯, 그녀는 먼 발치에서 엄마를 알아보았다.한 달 뒤 그녀가 엄마를 다시 찾았을 때 그녀의 엄마는 10년을 한 자리에서 장사한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고 없었다. 그녀가 가게문을 열어 젖혔을 때 어둠이 고요를 덥고 있었지만 그녀의 가슴에서는 "휘리릭" 바람소리가 났다. 마치 그녀의 가슴에 구멍이 난 것 처럼,.그녀와 아이들이 교회를 다녀왔다. 아랫집 여자가 "괜찮아?"라고 말한다. 그녀는 그 말뜻을 이해 못했다. 뭐가 안 괜..

일상 2017.12.10

꿈. 내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하지만 오래전에 꿈 같은 건 잊어버렸는지도 모른다는 듯 나는 답 하지 못했다.꿈을 쫓아 살았다. 그 꿈이 있어서 살아낼 수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그 꿈이 있는 동안 나는 여전히 젊었는지도 모른다.오늘 부지런히 타이핑하며 원고를 써내려가는 그이를 보면서 내가 상해간다는 것을 느꼈다.내게는 꿈만 없어진 것이 아니었다. 삶의 의미가 없어진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 조금씩 상해가고 있었나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의무감이 묻어난 남편의 손끝은 좌판을 무겁게 두드렸다.그럼에도 좌판에서 울리는 소리는 의무감만이 아닌 죽기전 100권의 책을 쓴다는 그이의 꿈이 있어 조용히 공명했다.그 소리에 맞춰 나는 야위어갔다.나는 지금 어디에 무엇을 하며 서 있는것일까? 내가..

일상 2017.12.08

달빛도 때로는 잔인하다.

삶의 이야기달빛도 때로는 잔인하다. 2017.11.23 . . 어둠이 고즈넉하니 산머리에 내려앉을 즈음 날 몸 가지에 막 자른 애기 손톱 같은 달이 걸렸다. 어젯밤 꿈에 돌아가신 친정아버지를 보았다.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으셨던 것일까? 난 한참을 아버지의 이야기에 귀를 모았다. 꿈이란 것은 손가락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깨고 나면 흩어져 사라져버리는 것일까? 그렇게 귀를 모으고 들었던 이야기들이 흩어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아버지가 그립다. 단 소리 한번, 포근한 안아줌 한 번 없었던 엄한 아버지셨지만 그 존재만으로 돌아올 집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돌아갈 그 집이 없다. 어둠이 내린 산머리는 이제 어둠속에 잠겨 몸만 남겨놓았다. . . 날 몸 된 가지는 한 낮의 소란에도, 자기 몸 떨..

일상 2017.11.23

레퀴엠

낯선 길을 달리며 둘은 웃었다. "우리가 언제 이 길을 달려보겠어?" 그의 나지막 목소리가 귓가에 고른 소리로 퍼졌다. 그 여자는 이렇게 그 남자와 무작정 나서는 걸음이 싫지 않았다.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사진찍기에 풋내나는 설레임이 그 여자를 들뜨게 한 까닭인지도 모른다. 꽤나 높다고 느꼈을 때 눈앞에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잔뜩 흐린 폼새가 가을이 오기도 전에 한기를 느끼게 했다. 이 산넘어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 여자와 그 남자는 산을 돌았다. 산새가 깊다. 전원주택 분양이라는 현수막이 보였다. 말 수를 잃은 그 여자는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전원주택의 안락함, 포금함보다 짙게 깔린 죽음의 냄새를 맡는다. 이 동네 이상하다. 그 남자는 아무런 느낌이 없는 것일까? 진짜 옛날집이라며..

일상 2017.10.04

무화과

그 여자가 생을 포기하려는 날이 있었다. 어쩌면 그 날이 결혼생활에 한 두번 있는 그런 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여자운전대는 그 남자와 찾았던 바다가였다. 어느 곳이든 그 남자가 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리고 그 남자가 다녀간 그 곳에는 흔적처럼 다른 이의 그림자가 남아 있었다. 그 여자는 그것이 싫었다. 하지만 그 여자가 마지막을 선택한 그 바닷가는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첫 것이었다. 그것이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른다. 고스란히 그 여자 소유할 수 있는 아니 그 남자가 그 바다를 떠올릴 때 오롯이 그 여자만 떠오를 것이라는 이기심이 그 여자의 마지막을 선택한 장소로 그만한 가치를 가진다고 그녀는 자위했는지도 모른다..그 여자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포기하지 못했다. 무엇때문이었을까? 생떼같은 자식때문은 ..

일상 2017.09.30

202호.

.가게가 많아 세를 드는 사람이 없었다. 3년이나 비어 있었다.그런데 그 집에 이사를 오는 것이다.다들 궁금했다. 늙은 어르신들일까? 아니면 알바생? 보증금 300짜리 집이니 정상적인 가정이 이사오지는 않을 것이다. 다들 예민하다. 장사하는 식구들이라 근처에 가게가 오픈하면 또 경쟁자가 생기는 것이니 촉각을 세우는 것도 당연하다. 이상하다. 이삿짐에 아이들 짐이 있다. 자전거도 있고, 드나드는 아이들이 한명, 두명....히휴, 20평도 안되는 집에 7식구가 산단다. 한달에 몇번씩 차로 가져오는 책은 얼마나 많은지 도대체 뭘 하는 집일까? 서점을 하다 망한 집인가? . .여자는 건강이 안 좋은지 남자는 늘 여자의 손을 잡고 시장 갈때도 바구니를 남자가 들고 있다. 바깥을 나갈 때와 들어올 ..

일상 2017.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