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134

달빛도 때로는 잔인하다.

삶의 이야기달빛도 때로는 잔인하다. 2017.11.23 . . 어둠이 고즈넉하니 산머리에 내려앉을 즈음 날 몸 가지에 막 자른 애기 손톱 같은 달이 걸렸다. 어젯밤 꿈에 돌아가신 친정아버지를 보았다.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으셨던 것일까? 난 한참을 아버지의 이야기에 귀를 모았다. 꿈이란 것은 손가락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깨고 나면 흩어져 사라져버리는 것일까? 그렇게 귀를 모으고 들었던 이야기들이 흩어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아버지가 그립다. 단 소리 한번, 포근한 안아줌 한 번 없었던 엄한 아버지셨지만 그 존재만으로 돌아올 집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돌아갈 그 집이 없다. 어둠이 내린 산머리는 이제 어둠속에 잠겨 몸만 남겨놓았다. . . 날 몸 된 가지는 한 낮의 소란에도, 자기 몸 떨..

일상 2017.11.23

레퀴엠

낯선 길을 달리며 둘은 웃었다. "우리가 언제 이 길을 달려보겠어?" 그의 나지막 목소리가 귓가에 고른 소리로 퍼졌다. 그 여자는 이렇게 그 남자와 무작정 나서는 걸음이 싫지 않았다.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사진찍기에 풋내나는 설레임이 그 여자를 들뜨게 한 까닭인지도 모른다. 꽤나 높다고 느꼈을 때 눈앞에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잔뜩 흐린 폼새가 가을이 오기도 전에 한기를 느끼게 했다. 이 산넘어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 여자와 그 남자는 산을 돌았다. 산새가 깊다. 전원주택 분양이라는 현수막이 보였다. 말 수를 잃은 그 여자는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전원주택의 안락함, 포금함보다 짙게 깔린 죽음의 냄새를 맡는다. 이 동네 이상하다. 그 남자는 아무런 느낌이 없는 것일까? 진짜 옛날집이라며..

일상 2017.10.04

무화과

그 여자가 생을 포기하려는 날이 있었다. 어쩌면 그 날이 결혼생활에 한 두번 있는 그런 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여자운전대는 그 남자와 찾았던 바다가였다. 어느 곳이든 그 남자가 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리고 그 남자가 다녀간 그 곳에는 흔적처럼 다른 이의 그림자가 남아 있었다. 그 여자는 그것이 싫었다. 하지만 그 여자가 마지막을 선택한 그 바닷가는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첫 것이었다. 그것이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른다. 고스란히 그 여자 소유할 수 있는 아니 그 남자가 그 바다를 떠올릴 때 오롯이 그 여자만 떠오를 것이라는 이기심이 그 여자의 마지막을 선택한 장소로 그만한 가치를 가진다고 그녀는 자위했는지도 모른다..그 여자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포기하지 못했다. 무엇때문이었을까? 생떼같은 자식때문은 ..

일상 2017.09.30

202호.

.가게가 많아 세를 드는 사람이 없었다. 3년이나 비어 있었다.그런데 그 집에 이사를 오는 것이다.다들 궁금했다. 늙은 어르신들일까? 아니면 알바생? 보증금 300짜리 집이니 정상적인 가정이 이사오지는 않을 것이다. 다들 예민하다. 장사하는 식구들이라 근처에 가게가 오픈하면 또 경쟁자가 생기는 것이니 촉각을 세우는 것도 당연하다. 이상하다. 이삿짐에 아이들 짐이 있다. 자전거도 있고, 드나드는 아이들이 한명, 두명....히휴, 20평도 안되는 집에 7식구가 산단다. 한달에 몇번씩 차로 가져오는 책은 얼마나 많은지 도대체 뭘 하는 집일까? 서점을 하다 망한 집인가? . .여자는 건강이 안 좋은지 남자는 늘 여자의 손을 잡고 시장 갈때도 바구니를 남자가 들고 있다. 바깥을 나갈 때와 들어올 ..

일상 2017.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