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올리브 나뭇잎 하나

huuka 2023. 7. 22. 01:36

알려고도 알아서도 안되는 이야기들에  마음을 졸인다. 조금만 비가 와도 물이 차올랐는데 유독 많은 비가 내리는 요즘 괜찮은 것일까? 이사를 했을까... 속절없는 답답함이 밀려들지만 어쩔 수 없다. 
이별에 단계가 있듯 상실의 터널을 지나는 것에도 몇 단계가 있음을 이제야 배운다. 처음에 가진 원망도 그 뒤에 밀려온 허전함과 다할 수 없는 그리움도 새삼스럽게 깊어졌던 사랑에도 한 걸음 물러나 설 수 있게 됐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하겠지만, 나의 기대가 헛된 꿈이라는 현실인식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결코 틀린 것은 아닌듯 하다. 이 진리를 깨닫기까지 아파한 시간이상으로 더 많은 시간을 견뎌나가야겠지만 나의 어떠함과는 상관없이 시간을 흘러가니 이또한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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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는 결코 늦은 나이라는 것이 없다지만 새삼스레 시작한 외국어로 머리는 혼란 그 자체가 되었다. 모국어와 일본어 그리고 새로운 영어라는 언어체계는 머리속 충돌을 일으킨다.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지속할 수만 있다면 또다른 길이 열리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모처럼 프레드릭 비크너의 책을 읽으면서 모국어가 주는 편안함에 지하철안이었지만 집중할 수 있었다. 모 목사님과의 대화에서 기회의 땅인 이곳에서 올리브 나뭇잎만한 작은 희망하나를 품는다. 지속적인 공부만 할 수 있다면 번역에 관해 공부해 나가고 싶다. 물론 아주 먼 길이고 오랜 시간이 요구되는 일이겠지만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공부고 시간을 견디는 일이니 내게는 안성맞춤일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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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사는 삶이 덤으로 주어진 시간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다고 누구의 몫까지 살아내야지 하는 비장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 새롭게 깨닫는 것은 막연한 미래보다 오늘을 집중해서 살아내는 것. 그 몰입이 내일을 만들어간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지금 내가 여기에 있을 것을 단 한번이라도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던가? 더불어 딸이 비록 먼 곳일지라도 미국주지사로 오게 될 것을 기대한 적이 있었던가? 나의 계획과 생각 모든 환경과 형편들이 감히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것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런 것들이 때때로 파고드는 그리움과 치환 될 수는 없을지라도 오늘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것에는 충분한 원동력이 됨을 부인할 수 없다. 이렇게 하루를 저렇게 하루를 또 살아내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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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메일을 보내고 몇날을 수신확인을 했다. 읽혀지지 않는 글에 상처를 입는 나 자신이 문득 어리석게 여겨질 때 그 어리석음 조차도 모든 감정을 무디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자조하면서 괜찮다 스스로를 다독인다. 읽든 읽지 않든 그 글에 담긴 마음이 나의 진정이었고, 충실히 그렇게 살아갈 내 몫이기에 그것으로 충분하다. 어쩌면 지금의 내가 가장 나다운 나인지도 모른다. 모든 것에 얽매이지 않으나 내가 원하는 그 한가지에 메일 수 있고 집중할 그 무엇이 있으며 손에는 노아에게 비둘기가 건넨 작은 올리브나뭇잎하나 쥐어져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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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지 못하는 동안 나는 마음글판에 수많은 글들을 적었으니 언젠가 발아될 그 씨앗들을 고이 품어가는 하루하루가 소중하기만 하다. 읽혀지지 않아 빼앗기지 않을 그 글귀를 품고 공부할 수 있고 꿈꿀수 있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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