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삶은 언제나 죽음보다 무겁고...

huuka 2023. 6. 29. 00:51

삶은 언제나 죽음보다 무겁게 다가온다. 
수월하게 살아지는 인생이 몇이나 되겠나만은 겹겹이 쌓인 설움과 절망을 마주할 때면 고개는 절로 숙여지고 어깨는 힘없이 오그라든다. 차라리 죽는게 편할 것만 같다 여기면서도 살아내는 것이 인생인 것일까? 무슨 삶의 미련이 이다지 많아 모진 삶을 버퉁기며 살아가는 것일까.늘 가까이 다가운 죽음이 낯설지 않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몸에 붙은 습기는 자꾸만 무게를 더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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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지금의 내 나이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단 한 번도 장수(長壽)를 기원했던 적이 없다. 내 나이보다 한참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엄마, 나는 지금의 내 나이 혹은 그 이상의 나이에 익숙하지 않다. 그렇게 나는 경험해보지 못한 나이를 살아가고 있고, 그런 까닭에 자주 길을 잃는다. 죽음이 짙게 드리운 내 나이는 살아가는 일이 아닌 견디는 일인지도 모른다. 새롭게 운전면허를 준비하면서 장기기증에 서명을 했다. 낯선 이곳에서 죽게 된다면 유골로라도 내 나라 땅을 밟을 수 없게 되었다.  이 나라는 장례비용이 턱없이 비싸 묘지 사는 일도 관을 맞추는 일도 부조금만으로는 감당을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오히려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혹 사랑하는 이들의 마지막 눈인사도 하지 못한체 뼈조차 추릴 수 없게 된다면 가련한 내 삶이 비참의 정점을 찍는 일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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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을 달고 살아온 내가 새삼스레 비참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슬픈 나를 내가 안아주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아 차가워진 손을 문질러 어깨를 감싸본다. 왜 온기는 눈물을 동반하는 것일까? 따가워진 눈시울을 들어 창을 바라본다. 정오를 지나는 느린 구름이 간간이 보이던 푸름조차 덮어버린다. 가리워졌다고 없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하늘을 통해 배운다. 파란 하늘이 가리워진 구름 위에 있고, 빗방울을 몰고온 구름도 부는 바람에 쓸려 지나가면 다시금 푸른 하늘이 드러난다는 것을 안다. 구름 가득한 내 인생에도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던 몇날이 분명 있었음을 기억한다. 그 푸름이 눈부셨던 탓일까? 나는 눈을 감았고, 이내 익숙한 먹구름을 불러왔는지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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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언제나 죽음보다 무겁고, 죽음은 언제나 뻗은 손보다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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