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과연 일출을 볼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은 희박했다. 폭포에서 뿜어올리는 물안개와 잔뜩 흐린 하늘은 기필코 저녁무렵부터 비를 뿌렸다. 이틀째 계속되는 흐림과 비 사이. 그 덕분에 기온은 영상에 머물러 미친 듯 부는 바람을 무시하면 봄같은 따뜻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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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와 9시간 기차로 달려와 걸어서 캐나다국경을 넘었다. 아침 7시 무렵 뉴욕을 출발해 오후 4시가 넘어 도착한 나이아가라 폭포. 레인보우 브릿지를 건너자 폭포의 야간 조명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직 5시가 되지 않았건만 어둑해지는 거리에 폭포의 불빛은 화려한 자태를 드러낸다. 얼마간의 거리때문인지 낙수소리는 문밖넘어 애기울음소리처럼 들리고 위압감을 느낄만큼의 크기도 아니다. 딸아이는 연신 폭포의 크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지 "엄마 이 크기가 맞아? "를 외친다. 폭포와 자신의 선 자리와의 거리감은 우리의 시야의 계산에 착오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딸아이의 버킷 리스트중 하나인 호텔방에서 나이아가라를 조망하는 것. 그 조건을 충족시킬 메리어트호텔을 우리는 예약했고, 과연 비싼 방값이 아깝지 않은 야경에 우리는 숨을 멈추어야했지. 분단위로 바뀌는 조명 빛에 따라 피어오르는 물안개의 색깔도 바뀌고 간간히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조차 불빛에 보석처럼 반짝였다. 모든 순간이 빛으로 변하는 시간. 물멍 불멍도 아닌 폭포멍을 창가 카우치에서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다니.. 역시 딸이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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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을 볼 수 있는 동향이라지만 나이아가라에서 일출을 보는 일은 희귀한 체험이고 연일 비가 나붓기고 안개가 짙은 요즘에는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프론트의 말에도 우리는 이밤 비가 그치고 일출을 볼 수 있기를 기대했지. 설렌 마음으로 이른 시간 샤워를 하고 7시 30분부터 짙게 깔린 안개사이 붉은 기운이 돌때 그것이 우리가 볼 수 있는 전부가 될까봐 얼마나 마음을 졸이며 하늘을 응시하였던가?
비에 젖은 거리와 일순 밀려나는 안개와 하늘의 붉은 띠사이 개안하듯 조그맣지만 분명히 둥근 일렁이는 해가 솟아 오른 순간 우린 얼마나 우리가 행운인가를 실감하게 되었지. 마치 새해에는 믿기 힘든 행운이 우리에게 깃들거라는 확신을 선물하는 것이라 믿으며... 아침에 만나는 낯선 캐나다인이 건넨 '좋은 날'의 인사뒤에 '너희가 오늘 떠오른 해를 보았다면 정말 행운이야'라는 말에 우리에게 하늘의 축복이 있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지.
우린 폭포뒤를 지나며 지난 밤 상실한 거리감을 기억해내고 쏟아지는 폭포소리와 그 위력에 자연의 웅장함과 신의 위대함에 경의를 표했어. 우린 다시금 걸어 국경을 넘어 9시간 기차를 타고 뉴욕으로 돌아가야하지만 우리가 본 나이아가라의 절경은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귀한 경험이 되겠지. 살아가면서 다시금 먹먹해지고 답답한 순간들이 생기겠지만 그때마다 난 오늘의 폭포소리와 그 폭포위를 비상하는 새들의 자유를 떠올리게 될거야. 살아간다는 것은 이런 찰라의 아름다움들이 숨막히는 순간들을 뛰어넘게 하는 연속이라는 것, 살아가면서 얻게 되는 지혜인지도 몰라. 그런 까닭에 인생을 여행길이라 말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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