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

고독의 발견 . / 헨리 데이비드 소로 . / 에이지

huuka 2020. 5. 21. 11:51

소로, 고독을 노래하다. 

"엄마는 말이야. 아무리 늙어도 마트가 10분 거리에 있지 않으면 못살아."
큰 아이가 "엄마는 어떤 집에서 살고 싶어?"라고 물었다. 반백을 살도록 집하나 없이 떠도는 엄마가 안스러웠는지 성인이 되고서 첫번째 자신의 인생 프로젝트를 "엄마 집"마련해주기가 되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귀농을 생각하고 자연을 벗해 한적한 곳에서의 삶을 꿈꾼다. 나는 왤까? 그런 곳으로 산책을 가고 얼마간의 여행이라면 모를까 남은 삶을 그런 곳에서 지내야 한다면 왠지 더 적막한 것이 불편할 것만 같다. 바다가 보이면서도 마트가 10분거리에 있고 그러면서도 인적이 드문 곳. 그런 곳이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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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로를 만난건 마흔이 채 안 된 시점이었다. 한참 바쁘게 그리고 제법 성공한 학원을 경영해 나갈 무렵이었으니 소로의 <월든>은 내게서는 먼, 그럼에도 동경이 가득한, 멋있기는 하지만, 교과서적인 공감할 수 없는 내용의 책이었다. 서른도 채 되지 않은 젊은 나이에,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가, 고향 숲속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간다?’ 는 사실은 기인에 가까운 기이한 행동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행동들은 단순함이 아닌 모든 문명에 대한, 빠름과 성공에 목매단 현대인들에게 충분히 경종을 울리는 "저항"임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나 다시 읽게 된 <월든>은 내게 많은 삶의 지혜를 남기는 고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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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 서점에서 소로의 <고독을 발견>이 눈에 띄었다. 스르륵 펼쳐보니 짧은 명언들이 나열되어 있다. 들어가기를 읽어보니 <월든>과 <시민의 불복종>등 소로의 책에서 추림 150개의 명언을 가지고 재구성한 책이라고 소개한다. 코로나가 유행하고 사순절을 기점으로 부서 선생님들께 아침 묵상을 보내고 있던터라 유용하게 사용될 듯 해서 구입을 했다. 소로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입문용으로 좋을 듯하다. 하지만 제대로 소로의 사상과 삶을 읽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소로를 제대로 알려면 <월든>을 펼쳐들어야 한다고 감히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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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고독의 즐거움 / 간소한 삶 / 마음을 풍성하게 하는 길 / 무소유의 기쁨 / 자연의 가르침등 5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주제문을 던지고 그 주제문의 간략한 설명이 담긴 문장을 소개하는 형태인데 너무 간략하다 보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고 깊이를 느끼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차라리 <월든>과 <시민의 불복종>을 읽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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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2-113
순수는 노력으로 생겨나고 육정은 게으름에서 비롯된다.
노력은 지혜와 순수를 낳고 게으름은 무지와 욕정에서 생긴다. 학자에게 욕정이란 해이해진 정신의 습관이다. 불결한 ㅇ니간은 예외 없이 게으르다. 그들은 날로 곁에 눌러 앉거나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꾸벅꾸벅 졸며 피로하지도 않으면서 쉰다. 불결함과 모든 죄를 피하고자 한다면 마구간 청소라도 열심히 할 일이다. 천성은 어찌하기는 어렵지만 꼭 이겨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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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8.
살아가긱 힘든 까닭은 현실에 얽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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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4-165
오락을 즐기자. 오락을 위해 일을 하자.
평생을 잔잔한 절망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늘 절망에 빠져 있는 상태를 우리는 체념이라고 부른다. 많은 사람이 푹 빠져 있으면서도 자각하지 못하는 절망은 흔히 운동이나 놀이에도 감추어져 있다. 따라서 그 안에는 오락적 요소가 없다. 왜냐하면 오락이란 일을 마친 다음에야 비로소 맛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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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9
자연은 아무것도 묻지 않으며 우리의 물음에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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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7-148
풍경 속에 아름다움과 질서가 있다.
인간은 풍경의 아름다움을 의식하지 않은 채 산다. 그리스인은 세계를 '미'또는 '질서'를 의미하는 '코스모스'라는 말로 불렀다. 하지만 그리스인이 왜 그렇게 불렀는지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한채 흥미로운 언어학적 사실로만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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