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갈 때는 깨워도 일어나지 않던 녀석이 새벽부터 서둘러 나갔다. 녀석의 첫 마라톤. 오늘이다. 아들의 도전10km완주. 길지도 짧지도 않은 거리 첫 마라톤으로도는 딱 좋다. 오늘을 위해 일주일에 2-3번 한 두시간씩 달렸다. 녀석은 달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면에 닿는 자신의 무게를 발바닥으로 느끼며 자신이 내뱉고 삼키는 날숨과 들숨에 자신의 무엇을 버리고 새롭게 채웟을까. 오롯이 무엇인가에 집중하면 모든 것이 무(無) 혹은 공(空)의 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그 안에는 오직 나만이 존재해서 스쳐지나가는 노란 은행잎도 빨간 단풍잎도 끝없이 연결된 하나의 선으로만 느껴질 뿐. 아들이의 세상에 나와 다른 이들은 들어갈 수 없고, 오직 자신만이 존재하는 그 시공에서 아들은 무엇을 발견했을까. 피아노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