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3줄21단어72자

huuka 2022. 12. 12. 12:05

3줄
21단어
72자.
충분했다. 그러고보면 마음을 전하는것에는 많은 말이 필요한 것은 아닌것 같다. 
아니 말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궁색해지고 의도치않게 꼬여버리는 것이 있다. 오히려 단촐한 문장에 숨겨진 수많은 감정의 선들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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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비가 온 뒤였는지. 비가 흩뿌리던 날이었는지 기억이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 비가 왔거나 간간히 비가 뿌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때의 흰두리미를 발견했고, 그것들을 찍기 위해 나는 물길을 바지끝이 적는지도 모르고 뛰었다. 괜찮은 사진을 찍었을까? 아니다. 사진 초년병은 이런 날은 사진찍기 나쁜 날이란 것을 몰랐다. 피사체만을 쫓는 열정은 뜀박질하는 심장만큼 대단했지만 두리미 사진은 찾을 길 없다. 결정적 순간은 날아오르는 두루미떼가 아닌 그날의 열정이 담긴 뒷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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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 이렇게 비가 잦은 곳이었던가? 오늘도 비가 오고 기다리던 생쥐가 끈끈이에 걸렸다. 엄지 손가락 정도의 아주 작은 새앙쥐가 주는 공포는 온 몸에 닭살이 돋고 제트코스를 타는 비명을 지르게 한다. 자그마한 그 몸을 끈끈이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을 비틀고 찍찍 거리는 소리는 임박한 죽음의 공포를 지닌 새앙쥐 자신보다 바라보는 인간의 두려움이 더 크다. 2층 창문을 열어젖히고 끈끈이체 던져버렸다. 다이소에 산 2달러짜리 플라스틱 쓰레받기까지 날려버렸다. 사실 쓰레받기까지 던져버릴 생각은 없었다. 산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으니까말이다. 새앙쥐의 마지막 비명에 너무 놀라서 나도 모르게 함께 던져 버리게 되었다. 하지만 쓰레받기를 주으러 갈 생각은 없다. 지쳤다. 

바보 고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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