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 57

삼등 여행기 / 하야시 후미코 / 정은문고

"내 영혼은 애수의 소용돌이 안에서만 생기가 넘치는 모양입니다." - 하야시 후미코. 삼등여행기 / 하야시 후미코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이름이 낯설다. 기실 일본작가들이 우리나라에 알려지고 그 책들이 번역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인기를 누리는 작가 히가시노 기에고,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바나나등도 한국에서 인기의 뿌리를 타고 올라가자면 10년이 안 된다. 하물며 1903년생인 하야시 후미코의 이름이 낯선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소개를 보자.1903-1951.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가난한 부모를 따라 여러지방을 떠돌아다녔다.여학교 졸업 후 토쿄에 올라와 잡일꾼 사무원 여공 카페 여급등 갖가지 직업을 전전하면서도 작가를 꿈꾸며 고단한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19..

지성 2018.11.03

엔도 슈사쿠의 문학 강의 / 포이에마

엔도 슈사쿠의 문학 강의 / 포아에마 / 엔도 슈사쿠.그가 쓰고 그가 읽은 책들을 통해 엔도의 사고의 틀에 한 발자욱 다가갈 수 있는 강의집이다.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에 관한 안내를 시작으로 6개의 강의와 그의 작품 와 마지막 소설가로서의 변신을 꽤한 까지 그의 작품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인생에도 후미에가 있으니까 - 이 완성되기까지문학과 종교 사이의 골짜기에서첫 번째 강의 - 교향악을 들려주는 것이 종교두 번째 강의 - 사람이 미소 지을 때세 번째 강의 - 연민이라는 업네 번째 강의 - 육욕이라는 등산로 입구다섯 번째 강의 - 성녀로서가 아니라여섯 번째 강의 - 그 무력한 남자.의지가 강한 자와 나약한 자가 만나는 곳 - 에서 로진정한 '나'를 찾아서엔도는 강의를 통해 뼈속까지 소설가일 수 밖에 없는 ..

지성 2018.09.11

글쓰는 여자의 공간.

글쓰는 여자의 공간. / 타니아슐리 지음, 남기철 옮김. / 이봄 출판..태양아래 모든 것들이 여물어 성숙해감을 보지만 나는 끝없이 쇠락(衰落)을 맛본다. 무엇이 옳다 틀렸다의 판단의 문제가 아니다. 메뉴얼대로 움직여야 한다. 아니 메뉴얼대로라고 말하지만 난 두려움을 가졌고 그 메뉴얼뒤로 나를 숨겼다. . 어제 오늘 난 경찰에 도움을 청하는 수화기를 7번 들었다. 그 7번에 전화대응 2번과 출동 5번이 있었다. 편의점 냉장고를 자신의 냉장고처럼 이용하는 알콜 중독자때문이다. 그가 가져간 물건은 고작 4만원 남짓. 한번에 소주 한두병. 그리고 아이스크림 한개. 그 사람의 이름을 안다. 사는 곳을 안다. 어머니도 안다. 또한 아들의 행동을 아는 어머니가 돈을 갚아주기도 하신다. 그럼에도 메뉴얼대로 신고를 했..

지성 2018.08.08

엔도 슈사쿠의 동물기

엔도 슈사쿠 /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하나님께서는 마른 날의 단비와 같은 은혜로 나를 위로하시고 채우신다. 우리는 더 많은 것, 더 큰 것을 꿈꾸지만 하나님께서는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하신다. . 엔도는 내게 사랑이다. 엔도의 신간소식을 듣고 참 읽고 싶었다. 하지만 여의치 않은 사정으로 알라딘 장바구니에 담아 두고만 있었다. 오랜만에 친구가 연락이 와선 뜬금없이 정말 뜬금없다. 전혀 예상밖의 말. "너 도서장바구니 나한테 보내봐." 신대원시절부터 도서장바구니를 채워두고 돈이 생길 때마다 책을 구입하던 나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알라딘 장바구니에는 6권의 책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엔도는 내게 왔다. . 엔도의 동물기는 엔도의 삶에 함께한 동물들의 이야기와 식물의 이야기가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로..

지성 2018.07.25

회복적 생활교육

회복적 생활교육은 회복적 정의의 패러다임 위에 세워진 생활교육 방식이다. 존중과 책임, 관계라는 핵심 가치 위에 생활 교육의 교육적 기초를 좋고 정의의 방식으로 줄기가 뻗어나가 공동체의 열매를 맺는다.회복적 생활교육은 처벌로 사건을 종결하거나 행위를 바로잡기보다 문제와 갈등의 당사자들이 공동체와 함께 피해를 회복하는 과정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여러 영향력을 교육과 성장의 기회로 삼는 방식이다. 응보적 접근 방식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잘못한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에 목표를 둔다면 회복적 접근 방식은 사건과 갈등의 종결이 아닌 원래의 온전한 상태를 회복함과 동시에 미래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당사자들의 삶을 서로 직면하게 한다. 회복적 접근이 갖는 핵심은 갈등과 문제를 눈앞에서 없애기보다 훼손된 ..

지성 2018.05.25

웅크린 말들 / 이문영 / 후마니타스

웅크린 말들 / 이문영 / 후마니타스 그 여자아이의 나이는 14살. 정월생이라 그런지 또래치고는 작다. 깡마른 몸, 조그만 얼굴에 커다란 사팔뜨기 눈이 도드라져 보인다. 유난히 흰 피부 때문인지 쓰러질 듯 창백하다. 난 그 여자아이의 눈을 보는 순간 불안에 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그것은 불안을 넘어선 공포다. 이 낯익음은 타인의 것이 아닌 자신의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앞으로 자신의 삶이 어떻게 될지, 이런 낯선 환경 속에서 자기편이 되어줄 사람이 누구인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 생각해도 알 수 없는 막막함. 그 작은 몸이 뿜어내는 긴장감에 오히려 내가 숨이 막혀버릴 듯하다. 김 순분,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그 여자 아이의 이름은 김 순분이다. 언니랑 같은 나이. 나와는 두 살차이. ..

지성 2018.05.12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 스미노 요루作 / 소미미디어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닿기를 원한다. 나의 마음이, 나의 체온이 그 누군가에게 닿아 내가 이해받기를, 내가 그를 이해하기를 간절히 원한다. 이것이 바로 관계다. 관계는 삶이고, 관계는 살아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살아가는 것이 녹녹하지 않듯, 관계 또한 그렇다. 관계에 능숙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나같이 늘 관계형성에 미숙한 사람이 있다. 능숙하든 미숙하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마음은 "君に届けたい" 너에게 닿고 싶은 것 아니겠는가? 스미노 요루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관계형성에 미숙한 남자아이와 관계 속에 삶의 의미를 누리며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여자아이가 나누는 삶의 이야기다. "나 혼자서는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

지성 2018.04.29

시인의 밥상 / 공지영 / 한겨레

/ 공지영 / 한겨레 공지영작가가 벗을 위해, 벗과 더불어 적은 에세이로 읽는이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과의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가르쳐준다. 손 뻗으면 닿는 주변의 것들로 상을 차리고 함께 나누는 이들의 우정이 인공의 것이 들지않은 음식만큼 담백하다. 벗을 위한 글인 까닭인지 삶의 길을 함께 걸어온 벗에게 전하고픈 문구들이 아롱져 있다. "어쩌면 치미는 슬픔 같은 먼 봄날의 아지랑이 / 이렇게나마 겨우 늙었다. / 강을 건너온 시간이 그 누군가의 언덕이 되기도 한다. /두 귀가 순해질 차례다. 또한 일상에 지친 자신에게도 나직히 전하고픈 글귀도 있었다. "흔들리며 나아가는 것.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배는 전복되거나 떠밀린다. 떠밀림의 끝은 좌초이다. 배가 그냥 있으면 훨씬 심하게 파도를 탄다. 그러..

지성 2018.03.29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 류시화 / 더 숲 이 책이 도착했을 때 책 제목을 보고 강도사님께서 이렇게 말했다. "왜 뒤돌아 보지 않는줄 아세요? 뒤돌아보면 떨어지거든요."참....웃을수도 화낼수도 없는 묘한 상황이었다. 여튼 이 책은 류시화시인의 산문집이다. 참 시인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깔끔하지 않는 외모에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시어들이 나오는지.... 그의 외모와 달리 시인의 산문역시 깔끔했다. 깔끔하고 단촐한 글 안에 담긴 시인만의 특징인 함축성과 비약으로 무게감을 더한다. 그렇다고 두번은 읽지 않을 내용이지만 한번은 정독할 만한다. 무엇보다 예화를 많이 쓰는 목사님들이라면 한 권즘 소장해둬도 좋겠다. 설교에 인용해도 좋을 의미있는 예화들이 종합선물세트로 들어있다. 시인의 스승이었던 황순원 선생은 그에게 이렇게 말했..

지성 2018.03.29

언어의 온도

언어의 온도 / 이기주 / 말글터 '살아남아야 해.' 애 셋을 데리고 신학을 하기 위해 대구로 무작정 올라갔을 때 멘토목사님의 한마디 말씀이었다. 그것은 경건에 대한 격려나 목양에 대한 충고도 아니였다. 다만 오늘하루를 살아 남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격려하라는 말씀이었다. 선교 떠난 선교사님의 집을 빌어 빈손으로 무작정 인도하심만 구한 걸음이였으니 얼마나 멋진 조언인가? 몇달 못견딜 생활비보다 지금은 서운해할지라도 혼자 설수 있도록 안타까운 마음으로 모질게 구신 멘토 목사님. 그 한 말씀은 공부를 하는 동안 나의 버팀이 되는 따뜻한 격려의 말씀이 되었고 하나님외에는 나를 살리실 분이 없다는 신앙고백으로 이끌어주었다.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는 이기주작가의 언어의 온도를 읽었다. 300페이..

지성 2018.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