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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의 계절이 지나야.

몇 번의 계절이 지나야 아무렇지 않은 듯 흘려보낼 수 있는 것일까? 지겨울 만큼 미련을 부리고 나면 아쉬울 것 없이 잊혀지는 것인지 여죽 살면서 이런 것 하나 답을 알지 못한다. 계절은 거침없이 앞으로만 걸어가고 잦은 나의 뒷걸음을 부질없다 말하지만 시간을 따라가지 못하는 나의 마음을 두고 갈 수 없어 자꾸만 자꾸만 나는 뒤를 돌아보게 된다. 올 가을은 유독 차갑게 다가오고 겨울은 깊을듯 하다. 한계절을 살아내는 것이 삼시세끼 밥먹는 일처럼 이냥저냥 넘어갈수 있으면 좋으련만 잦은 체끼로 속앓이하는 마냥 앓는 내가 싫어진다. 이제는 살아야지.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카테고리 없음 2023.11.06

시란 이런 것.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최승자 . 겨울동안 너는 다정했었다 눈의 흰 손이 우리의 잠을 어루만지고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따뜻한 땅속을 떠돌 동안엔 . 봄이 오고 너는 갔다 라일락 꽃이 귀신처럼 피어나고 먼 곳에서도 너는 웃지 않았다 자주 너의 눈빛이 셀로판지 구겨지는 소리를 냈고 너의 목소리가 쇠꼬챙이처럼 나를 찔렀고 그래, 나는 소리없이 오래 찔렸다 . 찔린 몸으로 지렁이처럼 오래 기어서라도 가고 싶다 네가 있는 곳으로. 너의 따뜻한 불빛 안으로 숨어들어가 다시 한번 최후로 찔리면서 한없이 오래 죽고 싶다 . 그리고 지금, 주인없는 해진 신발마냥 내가 빈 벌판을 헤맬 때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눈 덮인 꿈속을 떠돌던 몇 세기 전의 겨울을. . 어디 시뿐이..

예술/시 2023.10.17

캄캄할 땐 당신 생각을 해도 되겠다.

아무리 굽은 일도 마음을 정하고 나면 가뿐해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비록 굽은 것이 펴지거나 마음의 상처가 아물지는 않았다 할지라도 말이다. 이건 두번 다신 경험하지 않을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아닌 다시금 그 고독이나 고통속으로 되돌아 간다할지라도 그 시점까지 잠정적인 가뿐함, 혹은 유예기간의 막연한 안도감이라고 할까... 한 편의 시(詩)를 만나고 그 싯구들을 오래 기다린 정답처럼 가슴에 새겼다. 간혹 너무 단 것을 먹으면 혓바닥과 속이 아린 적이 있다. 이 시가 그랬다. 결국 내게 남을 것은 속 아림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첫 입은 달았고, 울던 울음을 그칠만큼 달달했다. 지금의 내가 살아온 나를 바라볼 때 이런 단순함과 살아내겠다는 의지가 아닌 밝은 희망을 마주한다. 나는 혼자서도 잘 놀 줄 아는 사..

일상 2023.10.10

慰問

. 기다림의 끝에는 아픔조차 그리움이 되는 시간이 있다. 벗어나려고 혼신의 힘을 다한 어느날. . 귀에 익은 엄마의 잔소리가. 노모의 소변을 받기위한 잠설침이. 술취한 남편의 술버릇조차도 벗어나고 싶다고 몸부림쳤던 것은 머릿속 이성이었을 뿐 익숙해진 몸과 마음은 허망함과 한기를 느끼는 외로움. . 벗어나려했던 삶의 자리가 생각보다 깊은 사랑임을 깨닫게 될 때 . 나는 울게 된다. . 계절은 길목을 돌아 새로운 문을 연다. 눈부심보다 빛바랜 하늘이 싱그런 잎보다 말라버림으로 그것은 오히려 위로다. . 바스락거리는 발밑의 낙엽처럼 내 조각난 심장도 소리를 낸다. 방울지는 눈물과 버무려 밟혀지고 짓이겨짐으로 이뤄내는 하모니. . 계절조차 숨죽인 오늘. 들숨을 잊고 날숨만 더하는 나는 병중..

카테고리 없음 2023.10.01

손 맛!

계절이 바뀌는 모퉁이에는 고여있는 눈물을 발견한다. 연이어 비가 왔다. 그리고 기온은 툭 떨어지고 가을이 어느새 다가와 있다. 새로운 계절이 오기 전 지독한 계절앓이를 하는 나는 내가 아픈줄 알았다. 하지만 오고가는 계절이 그렇게 아팠나보다. 떠나는 계절은 이별 앞에서, 오는 계절은 날것의 불안으로 몇날의 비로 두려움을 떨쳐버리려 했는지도 모르지.. 일년에 4번,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시간을 합하면 한계절의 이별쯤이야 아무것도 아닐것인데 나는 매번 이 계절이 처음인양 앓이를 한다. . 늘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관성의 법칙은 쇼핑리스트에서도 발견된다. 몇일 전 주문한 샤프가 도착하자마자 손에 쥐어보았다. 그립감이라는 말은 낯설다. 차라리 손맛이라 쓰자. 손끝에서 느껴지는 짜릿함은 펜촉에서부터 지면에 닿아 개..

일상 2023.09.27

우리의 얘기를 쓰겠소.

https://youtu.be/qpgdeBtZLKA?si=xNvS8LP4tysIWLg_ 노래가 갖는 힘이란 것이 이런 것일까? 모든 시간을 소급해 그 시간 그 때의 나를 불러낸다. 정리되지 못한 마음은 다시금 부서지고 흩어지지만 결국은 나역시 그러해야만 할 것 같은 설득되는 것. 나는 아직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많이 아프다. 아픈 나를 마주하는 지금의 나는 더 아프다. 모든 것이 서툴렀던 시간들. 무엇을 하든 서툴렀던 나는 서툰 자신을 알지 못했다. 서툴다는 것이 그런 것 아닐까? 미숙함으로 모든 것에 여유가 없고 깊이 빠져들수록 허우적 거리기만 하는 미숙함. 잘하고 있다고 믿지 않으면 불안하고 잃어버릴듯하여 몸부림치며 고수하려는 그 무엇. 하지만 그것조차 스스로 깨달지 못하는 것, 그것이 서툰 것이 아..

카테고리 없음 2023.09.04

손가락 사이 모래알 빠져나가듯.

이곳에 와서 흘린 눈물이 속울음이었다는 것을 뺨에 흐르는 눈물의 온도로 알았다. 눈물의 온도는 가슴의 온도와 같아서 눈물이 흐르면 가슴이 무너진다는 것을 마음은 알고 있었나보다. 딸아이와 보낸 2박 3일은 - 모마에서 본 그 어떤 유명화가의 그림보다도 눈부신 나의 딸.- 한 낮의 꿈처럼 짧았다. 딸아이가 떠나고 덩그러니 혼자 앉았으려니 왜 그리 눈물이 쏟구쳤을까? 눈물을 흘리면 무너질까봐 그렇게 참았던 것일까? 눈물이 흐르고 빰에서 그 열기를 느낄 때 내 손은 가슴을 움켜 지고 있었다. 연이어 끅끅 거리는 소리는 가슴의 파편이 튀는 소리. 나는 엄마를 잃은 어린아이마냥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소중한 그 무엇이 빠져나간다. 나는 왜 이곳에서 이렇게 있는 것일까? 예민한 시로의 눈이 동그란히 커지고 두 귀..

카테고리 없음 2023.08.28

Beautiful New York

공간이 갖는 아름다움은 단순히 외형이나 물성이 갖는 아름다움뿐 아니라 공간이 만들어내는 시간속 머무름, 즉 기억이라던가 추억, 사건이 많은 부분을 갖는다. 더불어 공간을 마주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한 것인데 나에게 있어 이곳은 부재와 상실이라는 단어가 먼저 오버랩 되는 곳이다. 두려움과 상처로부터 도망쳐 온 이곳은 내가 감당하기에 너무나 큰, 열린 환경이다. 시선의 끝을 찾을 길 없는 뚫린 하늘이나 허리가 젖혀질 만큼 높이 쏟은 빌딩들, 여러 언어들의 혼재. 이곳의 나는 카오스 . 하지만 딸아이를 만나러 한낮에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뉴욕은 무엇으로도 표현할 길 없는 아름다움 그 자체다. 대서양까지 흘러내리는 도심을 가로 지른 허드슨 강. 강을 마주한 두 도시, 그 도시를 잇는 브릿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일상 2023.08.15

올리브 나뭇잎 하나

알려고도 알아서도 안되는 이야기들에 마음을 졸인다. 조금만 비가 와도 물이 차올랐는데 유독 많은 비가 내리는 요즘 괜찮은 것일까? 이사를 했을까... 속절없는 답답함이 밀려들지만 어쩔 수 없다. 이별에 단계가 있듯 상실의 터널을 지나는 것에도 몇 단계가 있음을 이제야 배운다. 처음에 가진 원망도 그 뒤에 밀려온 허전함과 다할 수 없는 그리움도 새삼스럽게 깊어졌던 사랑에도 한 걸음 물러나 설 수 있게 됐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하겠지만, 나의 기대가 헛된 꿈이라는 현실인식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결코 틀린 것은 아닌듯 하다. 이 진리를 깨닫기까지 아파한 시간이상으로 더 많은 시간을 견뎌나가야겠지만 나의 어떠함과는 상관없이 시간을 흘러가니 이또한 얼마나 ..

일상 2023.07.22

삶은 언제나 죽음보다 무겁고...

삶은 언제나 죽음보다 무겁게 다가온다. 수월하게 살아지는 인생이 몇이나 되겠나만은 겹겹이 쌓인 설움과 절망을 마주할 때면 고개는 절로 숙여지고 어깨는 힘없이 오그라든다. 차라리 죽는게 편할 것만 같다 여기면서도 살아내는 것이 인생인 것일까? 무슨 삶의 미련이 이다지 많아 모진 삶을 버퉁기며 살아가는 것일까.늘 가까이 다가운 죽음이 낯설지 않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몸에 붙은 습기는 자꾸만 무게를 더해간다. . 어릴적 지금의 내 나이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단 한 번도 장수(長壽)를 기원했던 적이 없다. 내 나이보다 한참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엄마, 나는 지금의 내 나이 혹은 그 이상의 나이에 익숙하지 않다. 그렇게 나는 경험해보지 못한 나이를 살아가고 있고, 그런 까닭에 자주 길을 잃..

일상 2023.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