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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괜찮다.

브루클린 브릿지를 걸었다. 이 다리는 1883에 개통된 세계최초의 철제다리다. 엄청난 규모와 다리너머로 펼쳐진 뉴욕스카이 라인의 아름다움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해마다 수만명이 찾는 이곳은 그 이름에 걸맞게 다리를 배경으로 한 수많은 영화가 있다. 로맨스 혹은 갱단의 이야기.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면 이 다리는 양념처럼 등장한다해도 과언이 아닐거다. 그럼에도 나에게 오랫동안 잔상이 남아 있는 영화는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Last Exit to Brooklyn )"다. 미국 작가 휴버트 셀비 주니어(Hubert Selby Jr.)가 1964년에 쓴 소설을 영화화 한 것인데 일상화된 마약 매춘 폭력,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뉴요커들의 암울한 현실을 더욱 극대화한 탈출구 없는 1950..

카테고리 없음 2024.03.22

투박한 애정

"어디서 불경스럽게" 어릴적 국경일마다 대문앞에 태극기를 내다 달았다. 네모난 종이박스에 마치 다림질이라도 한듯 구김없이 담겨있던 국기를 갓난 아이 다루듯 조심스레 꺼내 두손을 바쳐 게양했다. 하루 해가 저물고 기를 내릴 때도 마찬가지다. 탁탁 털어 네모서리를 맞추어 접어 상자에 넣었고, 손이 타지 않는 서랍장이나 장롱위에 올려두었다. 만약 기를 내려 꾸깃꾸깃 박스에 구겨 넣기라도하면 , "어디서 불경스럽게!" 엄마의 꾸중을 들었다. 나에게 있어, 아니 우리 세대에 있어 한 나라의 국기는 그러한 것이었다. 성스럽고 소중한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그런 까닭에 조금은 나의 손이 닿지 않는 먼 거리의 그 무엇이었던 셈이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태극기로 한 문양이나 여러 상품들이 들이 판매되고, 스포츠경기장에서..

카테고리 없음 2024.03.21

What's important.....

내가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는 곳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살게 될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나의 성격, 나의 취향을 고려할 때 타국에서 살게되면 일본일거라 생각했지 모든 것이 다른 이곳에서 살아가게 될 줄이야. 인생은 늘 예측불허의 그 무엇이다. . 영화에서 자주 무너진 여신상은 굳건히 한 팔을 치켜올린 체 서 있었다. 마치 세상이 어떻게 이야기할지라도 결코 해가 지지 않는 미국을 상징하듯말이다. 이 거대한 도시에 내가 서 있다. 문득문득 나는 이 거대함이 이 화려함이 지루하게 느껴지는데 이것은 조밀한 아름다움, 작은 것의 소중함에 익숙한 나의 미의식때문인지도 모른다. . 낯선 것을 두려워하는 내가 이곳에서 느끼는 유일한 편안함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다. 처음 이곳에 와서 이들이 입고 있는 옷을 볼 때 놀라움을 ..

카테고리 없음 2024.03.20

소멸과 성장

한 가지에 생명과 죽음이, 성장과 소멸이 함께 야. 온 몸으로 햇살을 받고 뿌리로 부터 수분을 끌어올려 서로의 세포를 나눠가진 그들에게 이제는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이 선고된 거지. 춥고 길었던 그 시간을 묵묵히 견디며 끝을 예감한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해 잎하나 틔워 냈어. 작은 소망 하나. 그 잎을 보고 싶다. 그 간절함이 닿은 것일까? 마침내 그는 쭈그러든 얼굴로, 작지만 분명한 생명을 가진 푸른 잎사귀를 바라보게 되었어. 위태로이 가장 여린 가지끝에 매달린 쪼그라든 몸은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지만, 몇 날은 더 추울것이고, 몇날은 여린 잎이 견뎌내지 못할 만큼 햇살이 따가울지도, 그리고 버텨내야할 잦은 비가 있을 것을 그녀는 알고 있어. 하여 그녀는 마지막 수분마저 푸른..

카테고리 없음 2024.03.19

Solitude matters.

"Solitude matters.And for some people, it is the air they breathe." 외향인이 주목받는 사회에서 내향인의 가치에 주목한 Susan Cain의 책에서 내향인에 관한 설명 한구절이다. 나는 전적으로 이 말에 동감하는데 외향인들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내향인으로 생존의 방편으로 선택한 것이 고독인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면 한 두시간정도 혼자만의 무중력의 상태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나로서는 이 고독이 확실히 누군가의 호흡과도 같다. . 지난 토요일 이미 완연한 봄인듯한 햇살에 집근처의 공원으로 갔다. 내리쬐는 햇살은 봄이건만 불어오는 바람에는 여전히 냉기가 남아 있다. 그런 까닭에서일까? 굳게 입을 ..

카테고리 없음 2024.03.18

아름다운 노년.

책 읽는 노년의 모습은 결코 초라하지 않다. 나이 들어서까지 책을 가까이 한다는 것은 그의 살아온 이력을 보여주는 하나의 행위라 할 수 있는데 책을 읽기 위해 고개를 숙인 그의 백발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 지하철안 안경도 쓰지 않고 책을 읽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그 모습이 너무 좋아 그의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한장은 그의 아름다운 얼굴까지 다른 한 장은 포스팅을 위해 얼굴을 감춘 사진을 찍었다. 어름해도 80은 가까이 된 듯하다. 그럼에도 돋보기조차 쓰지 않았다. 짐의 무게를 들기 위해 천가방을 옆에 두고 오롯이 시선을 책에다 두었다.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몹시 궁금하지만 그가 만들어 가는 영역에 감히 한발을 디뎌놓을 수 없다. 신성에 가까운 거룩함마저 느껴진다. . 나역시 이런 책읽는 노년을 맞고..

카테고리 없음 2024.03.14

볕 좋은 날

건물 안에 건물이 담겼다. Daylight saving time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에도 따뜻한 봄볕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어제는 유난히 볕이 좋아 버스를 타는 대신 걷기를 선택하고 몇 블럭을 걸었다. 신호를 기다리며 마주본 빌딩안에 또다른 건물이 담겨 있다. 아주 오래전 드라마 제목에 "해를 품은 달"이라고 있었다. 왜, 무엇 때문에 떠올랐는지 모르나 건물속 건물을 바라보는 순간 그 제목이 떠올랐고 나는 웃는 대신 사진을 찍었다. . 무엇인가를 담는 행위, 누군가를 품는 것에는 반드시 크기의 문제가 따른다. 큰 것 안에 작은 것이 담기지 작은 것 안에 큰 것이 담길 수 없다. 작은 것 안에 억지로 큰 것을 끼워 넣으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나의 능력이상의 무엇을 가지려는 것은 욕심이요, 내가 할..

카테고리 없음 2024.03.13

Absence makes the heart grow fonder.

부재가 가져오는 수많은 감정의 결이 있지만 빛과 그림자처럼 두가지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립거나 분노하거나. 감사하거나 실망하거나. 원망하거나 자책하거나... 하지만 분명한 한가지 공통점은 여전히 아프다는 거다. 숨을 쉴 수 없는 고통. 가슴이 쥐여짜지는 통증. 그 고통의 터널을 지난다. 그럼에도 다행이지 않은가? 그 끝이 분명히 있다는 것은.. . 밤내 잠을 이루지 못했다. 끝날 줄 모르는 가슴의 통증속에 뒤척이다 새벽기도의 자리에 앉았다. 어떤 기도를 올렸는지 알 길 없지만 그분의 십자가의 고통을, 그분의 덮어주심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 나의 바람은 무엇인가? . 나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 때가 있었고, 그것을 애써 증명해보이려 애썼던 때가 있었다. 악착같이 견뎠던 시간이..

카테고리 없음 2024.03.12

반복과 진행

어제부터 썸머 타임이 적용되어 한시간이 빨라졌다. 국가정책으로부터 합법적으로 한시간을 도둑맞은 것이다. 내가 모르는 사이 모든 전자시계들은 한시간을 뛰어넘었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어쩌면 자신의 인생에서 한 시간이 그냥 사라져버린 것조차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느 한 사람 그 변화에 거스르지도 않는다. 반복이 가져다놓은 결과다. . 난 2월말부터 일정이 2시간 늦추어졌지만 루틴을 깨기 싫어 동일한 시간에 나와 커피한 잔을 마시며 인강을 듣고 있다. 딸애는 미국살면서 무슨 한국영어 인강을 듣냐며 웃었지만 그러게 말이다. 이곳에서의 삶은 살아보지 않은 이들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태평양을 가로질러 외국이라고 왔지만 생활권은 집성촌안에서 한국어만 사용한다...

카테고리 없음 2024.03.11

길위에서

정주하지 못하고 늘 떠도는 인생이다. 바다위를 떠도는 부표처럼. . 언제나 마음의 갈망은 한 곳에 정착해 이정표처럼 살아가길 원했는데 그것이 허락되지 않는 인생인가보다. 전국을 떠도는 것도 모자라 외지까지 떠돌게 된 인생이라니.. 끊어질 듯 이어진 길을 방향을 틀지 못해 앞으로만 걸어가는 외길 인생인거다. . 오래된 사진첩에서 뒷짐을 짓고 걸어가는 나를 본다. 피사체를 담아내는 그에게도 등을 보인체 걷는 나의 모습에서 이렇게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 어미로 살 수 밖에 없는 헤어날 수 없는 이 시간과 지켜내야하는 간절함과 떠나보낼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에 내 인생은 굽이굽이 난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쉴 곳잃은 인생은 피로할수 밖에 없구나. 어젯밤 내린 비로 눅눅해진 아스팔트에는..

카테고리 없음 2024.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