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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노년.

huuka 2024. 3. 14. 22:50

책 읽는 노년의 모습은 결코 초라하지 않다. 나이 들어서까지 책을 가까이 한다는 것은 그의 살아온 이력을 보여주는 하나의 행위라 할 수 있는데 책을 읽기 위해 고개를 숙인 그의 백발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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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안 안경도 쓰지 않고 책을 읽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그 모습이 너무 좋아 그의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한장은 그의 아름다운 얼굴까지 다른 한 장은 포스팅을 위해 얼굴을 감춘 사진을 찍었다. 어름해도 80은 가까이 된 듯하다. 그럼에도 돋보기조차 쓰지 않았다. 짐의 무게를 들기 위해 천가방을 옆에 두고 오롯이 시선을 책에다 두었다.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몹시 궁금하지만 그가 만들어 가는 영역에 감히 한발을 디뎌놓을 수 없다. 신성에 가까운 거룩함마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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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역시 이런 책읽는 노년을 맞고 싶다. 가벼운 산책을 나간 공원벤치에서나 이렇게 이동하는 지하철에서도 잡담에 정신을 쏟거나 볼륨을 양껏 올린 라디오방송이 아닌 나의 삶이 독서라는 행위로 이전 삶과 다르지 않은 일상을 일구어 내고 싶은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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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책을 읽어왔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  앞으로도 살아갈 터이지만 책이 주는 무한의 세계는 내 삶의 형편이나 환경이 어떠하든 풍요로움으로 이끌어가는 마법과도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나를 살아가게 한 것도 독서였고 글쓰기 였으니 앞으로도 그러하지 않을까? 책읽는 노년을 응원한다. 그 누구든간에 그의 삶은 마지막까지 윤택할 것이고 지식의 샘은 마르지 않을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