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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를 마주하다.

딱 3일이 고비인가보다. 두번째 걸린 코로나는 두통과 근육통이 심했다. 물론 가래가 기도를 막을만큼 심했고 기침으로 목이 따갑기는 처음과 마찬가지. 왜 자꾸 아픈지 모르겠다. 얼마전 안과검진에서는 정말 안좋은 결과를 듣고선 한없이 낙담했었는데 코비드까지 걸리고 나니 마음이 무너지는건 어쩔수 없다. 안과검진 결과는 아직 딸애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섣불리 말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시간을 두고 보아야 할 문제이니만큼 관리를 해나가면서 때가 되면 말을 해야겠지. . 그림을 알지 못하는 내가 뜬금없이 모네의 그림이 그리워졌고, 파스텔톤의 아가판서스의 하늘거림이라면 점심값과 바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순간 나는 MOMA의 티켓을 구매했다. 그리고는 망설임없이 4층으로 올라가 모네의 그림앞에 앉았다. 두..

카테고리 없음 2024.07.03

안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듣지 않던 노래를 듣고, 들리지 않던 목소리가 들린다.1952년생의 정훈희. 나의 십대에도 듣지 않았던 그녀의 노래들. 농염한 목소리와 줄을 튕기는 기타만으로도 하나의 공간이 충만하게 차오르는 느낌을 주는 것은 기계음 가득한 오늘의 가요와는 확연히 다른 매력이다. 드라마의 ost로 리메이크되었나보다. 드라마도 보지 않아서 알길 없지만 우연히 듣게 된 노래가 비를 머금은 하늘만큼이나 낮고 무겁게 다가온다.이들의 목소리는 너무 간절하지 않아서, 오히려 무심히 던져버리는 포기가 듣는 이에게 오히려 미칠듯한 외롬을 안긴다. 듣고 있는 나는 안개에 가리워 그를 찾지 못함이 아니라 오히려 나갈 출구를 잃어버린다. 시간이 지나고 이 안개가 걷히면 비로서 혼자인 나로서도 비틀거리지..

카테고리 없음 2024.06.30

소금바람 앞에서

무엇때문이었을까? 적막한 소금밭이 왜 그리 보고싶었던지 알 길 없다. 머난 거리를 달려 간 그곳에는 소금바람이 일고 있었지. 유난히 날이 흐렸고 낮게 깔린 구름마저 염전밭을 딩굴고 있었어. 난 위태하게 소금밭을 가로질러 뛰어갔고 멈춰 선 순간 나의 모든 것은 소금밭에 박제되어버렸어. 짠내 나는 인생이 될거라는 서막이었을까? 그래도 함께라서 모든 것을 이겨낼것만 같은 출발이었지. 그때는 영원할줄만 알았어. 내 세상에는 오직 너밖에 없었으니까. 나의 세상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결국 폐허더미가 되었을 때 나는 그때 그 소금밭이 떠오르더라. 주위엔 아무것도 그누구도 없었어. 오직 나와 너 둘밖에 없었어. 허허로운 그곳에서, 생명체는 살수 없는 그 소금밭에서 생기를 찾을 수 있었던 건 너가 있었기 때문이었어. ..

카테고리 없음 2024.06.06

여름으로 달려가는 비.

여름으로 달려가는 빗소리는 봄비와 확연히 다르다.우르릉 거리는 하늘의 부름에 답하는 빗소리가 굵고 다급하다. 그들의 서두름은 하늘을 가르는 섬광을 피하기 위함이었을까? 짙은 땅의 내음이 창 사이로 빠르게 스며든다. 모든 생명은 물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원시지구생명발생설이 그럴듯한 까닭은 메마른 땅이 비를 머금고 속으로부터 자신의 냄새를 토해내고 비 그친 뒤에 덧입는 초록과 풍성해지는 잎사귀들의 생명이 그것을 보증하기 때문인지도.... 봄에 피어나는 여린 생명들을 위한 봄비의 상냥함과 달리 변화무쌍한 날씨처럼 이 계절의 비는 그 누굴을 배려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급하고 빠르게 그리고 강렬하게. 후두둑거리며 하늘을 지나간다. 다만 막 피기 시작한 작약이 비정한 빗줄기에 잘 버텨주기를 바랄 뿐. .어쩌자고 이 ..

카테고리 없음 2024.05.24

애쓰지 않아도 봄은 오고..

서울의 하늘이 이렇게 흐리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봄철 황사나 미세먼지 익숙한 것이었는데 어느새 뉴욕의 쨍한 하늘에 길들여졌나보다. 딸아이와 나선 서울숲은 때를 맞은 벚꽃이 한창이다. 애쓰지 않아도 그렇게 봄은 우리의 곁에 왔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되는 것들은 우리의 삶에 넘쳐난다. 나이를 먹는것도 아이가 자라는 것도 그리고 .... sns를 열어볼 시간없이 바쁘게 살아온 뉴욕에서의 삶과 달리 이곳에서 보낸 몇 일은 그간의 소식이 홍수처럼 밀려왔다. 추스렸던 마음에 균열이 간다. 조금은 단단해 졌다고 생각한 마음이 부서지기 쉬운 두부마냥 모서리가 뭉그러진다. 나의 기억이 그러하듯 우리 모두의 기억은 자기편리대로 변형되고 저장되어 새로운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거짓이나 잘못이라 말하지 ..

카테고리 없음 2024.04.07

장소가 갖는 의미.

15시간의 비행의 피곤도 몸의 리듬을 바꾸어 놓지는 못하나보다. 곤한 몸에 비하여 정신만은 맑아 딸이 출근하자 간단히 집 정리를 하고 밖을 나섰다. 읽고 싶었던 책이 절판이라 딸애집 근처 작은 도서관에서 대출을 했다. 주민센터 3층에 위치한 한칸짜리의 작은 도서관. 사서인 것인지 공무원인지 알길 없지만 자신이 해야하는 업무조차 파악하지 못한 어설픔이 느껴지는 것은 느려터진 미국행정시스템과는 또다른 반감을 갖게 한다.업무에 찌들린 권태라고 해야할까. 그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단지 그 자리를 단지 그 시간을 떼우고 있는 느낌을 지울수 없게 한다. 델핀 드 비강의 "지하의 시간들"을 읽고 싶어서 책을 찾으니 절판으로 나타났다. 서울내 도서관 단 3권이 비치되어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작은 도서관에 이 책이 ..

카테고리 없음 2024.04.05

착각

올려다보니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구름을 마주한다. 달려가는 구름은 바다를 하늘로 착각한 것일까? 푸르다하여도 그 푸름은 같은 것이 아닐지언데 어디까지 달려가려 하는지... 오늘 아침 집을 나서는데 집앞 벚나무에 서둘러 핀 한 두송이의 벚꽃을 보았다. 잠시 고개내미는 햇살은 따사로워도 볼을 스치는 바람은 여전히 차기만한데 이녀석은 무슨 속셈으로 서둘러 속살을 드러낸 것일까? 언제나 그렇다. 서둘러 단장을 마치고 종종거림으로 때를 기다리지못해 밖을 나섰다가 추위에 서둘러 들어와야하는 누군가처럼 사랑스럽고 앙징맞은 얼굴을 한 저이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오후에는 소낙비 소식까지 있건만... 부디 그 작은 몸, 가지에 붙어 잘 버터주기를.... . 한 배 속에서 나온 자식도 제각각이라 아이들의 성품이 한결같..

카테고리 없음 2024.03.27

언어는 힘이다.

한 나라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차원인데, 특히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신체의 안전을 지킬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이기도 하다. 거대한 땅덩어리만큼 여러 인종들이 모여사는 이곳은 다양성만큼 그 다양성을 지키고 보호할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굳이 이 나라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일단 그 커뮤니티 안에 소속만 된다면 살아갈 수 있는 거다. 몇 십년을 살아도 '이거 얼마예요?"라는 말이나 간단한 단어던짐정도의 말밖에 할 수 없는 것이 그 증거다. 그렇게도 살아지는 것이 이곳이다. . 하지만 문제는 그 커뮤니티를 벗어나 혼자가 되었을 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장치가 너무나 미약하다는 것. 스스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어..

카테고리 없음 2024.03.26

자비를 베푸소서.

죽음을 당한 예수를 한 쪽 무릎에 눕힌 마리아를 형상화한 피에타조각상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혹자는 자식을 앞세운 어미의 애끓는 한이라 표현하고, 혹은 절제된 슬픔의 가장 극대화된 성스러운 조각상이라 말하는 이도 있다. 이렇든 저렇든 고난주간에 피에타를 바라보는 것은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데 아들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 수 밖에 없는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을 유한한 인간의 이해를 위해 육신의 어머니로 등장한 일은 옳다. 고난주간이 시작된 월요일 새벽 목사님의 말씀은 피에타로 시작한다. 애절하고 안타까운 어미의 마음. 어미로 살아가야하는 나에게 이 말씀이 각별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오늘은 막둥이의 생일이 아니던가! . 나는 조각상이나 그림에 대하여 잘 모르는데 피에타의 해설을 ..

카테고리 없음 2024.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