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불경스럽게" 어릴적 국경일마다 대문앞에 태극기를 내다 달았다. 네모난 종이박스에 마치 다림질이라도 한듯 구김없이 담겨있던 국기를 갓난 아이 다루듯 조심스레 꺼내 두손을 바쳐 게양했다. 하루 해가 저물고 기를 내릴 때도 마찬가지다. 탁탁 털어 네모서리를 맞추어 접어 상자에 넣었고, 손이 타지 않는 서랍장이나 장롱위에 올려두었다. 만약 기를 내려 꾸깃꾸깃 박스에 구겨 넣기라도하면 , "어디서 불경스럽게!" 엄마의 꾸중을 들었다. 나에게 있어, 아니 우리 세대에 있어 한 나라의 국기는 그러한 것이었다. 성스럽고 소중한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그런 까닭에 조금은 나의 손이 닿지 않는 먼 거리의 그 무엇이었던 셈이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태극기로 한 문양이나 여러 상품들이 들이 판매되고, 스포츠경기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