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 5

I don't get older ; I get better...

이곳에 와서 도통 익숙해지지 않는 것중 하나가 지하철이다. 한국에 있을 때 지하철은 "약속시간을 지켜주는 것."이라는 슬로건이 있었다. 그 슬로건은 천재지변이 아닌다음에야 잘 지켜졌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이해할 수 없을만큼 변동이 잦다. 갑자기 운행이 중단되기도 하고, 시간이 변동되기도 하며, 급행이 완행으로 운행도중에 바뀌기도 한다. 인사고로 인해 지연된지 한달여만에 다시금 오늘 급행이 완행으로 운행되어 평소보다 20여분 늦게 되었다. 이런 것에 익숙한 탓인지 불평을 쏟아내는 사람이 없다. 그저 그런가보다 저마다 문자를 보내며 혹은 통화하며 상황을 알릴 뿐이다. 이것이 이들의 유연성일까? 아니면 느긋함일까? 여전히 "빨리빨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나는 아침부터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고 만다. . 뉴욕은 도..

카테고리 없음 2024.02.29

봄이 오고 있는 것이야.

봄이 오고 있는 것이야. 이렇게 비가 잦은 것을 보면 말이지.언제나 이맘때면 비가 잦았고 앞섶을 여몄다 젖혔다 바지런을 떠는 대지를 바라보게 되지. 모처럼 풀어진 날씨에 양껏 멋을 내고 싶지만 내리는 빗줄기에 더 느슨해진 모양새로 집을 나서게 되는 그런 날들.. 그래. 봄이 오고 있어. . 어제는 비행기표를 알아봤어. 그것만으로도 뭐랄까? 이미 마음은 그곳을 달려갔고, 남은 시간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더라고, . 우산을 쓰고 길을 가다 눅눅히 젖은 나무를 바라보았어. 한겨울을 지날 적 분명 맨몸이었던 그들이 언제 이런 초록 이끼옷을 입게 된걸까? 투명하니 반짝이는 그들의 생명력이 말하고 있어. 봄이 오고 있다고. .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이 있어. 몇날은 더 추울것이고 심술궂은 하늘은 몇 번의 눈송이..

카테고리 없음 2024.02.28

3여우비가 내리는 날.

어제는 미친듯이 날씨가 좋더니 오늘은 안개로 자욱하다. 시야가 온통 뿌연것이 마친 흰 눈이 나린듯하다. 입춘이 지나더니 자연의 변죽이 물끓듯 끓어되고 서둘러 움을 틔운 나뭇가지는 새삼스런 추위에 몸을 떤다. 어디 그 나무뿐이랴. 변덕심한 날씨에 입고나간 옷이 때로는 부끄러워지기도하고 때론 근육이 뭉칠만큼 웅크리게 된다. 봄이 오고 있다. 늘 그렇듯 계절의 변화는 한치의 오차도 없다. . 오늘아침 친구아버지의 부고를 들었다. 타국에서 전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부의를 전했지만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마음이 어떠할지 잘 알기에 나의 마음까지 가라앉는다. . 미국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비행기삯이 없었다는 말은 핑게에 지나지 않았고, 아버지의 죽음을 장례의 모든 일..

카테고리 없음 2024.02.27

누군가를 돕는 삶에 관하여.

지난 여름 바닷가에서 구명튜브를 들고 달려가는 안전요원을 보았다. 뜨거운 태양아래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필요한 때였는데 그는 경계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향해 달리고 있었던 거다. 얼마나 뜨겁게 달궈진 모래위를 달리고 달렸는지 그에게는 어떤 고단함보다 생명을 향해 달리는 환희가 있었다. 과연 누군가를 돕는 삶이란 무엇인가? . 오랜시간 종교라는 것을 신앙이 아닌 직업으로 가져온 나는 내 삶 자체가 나만의 이기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 헌신하는 삶이라 생각했다. 많은 시간을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 왔었고, 어떠한 어려움과 빈곤함앞에서도 묵묵히 견뎌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의 삶을 돌아보면 그 시간의 진실함은 있었을지 모르나 남을 돕는 삶이었다는 것에는 의문을 남긴다. . 이곳에 와서 문화가 다른 ..

카테고리 없음 2024.02.22

그리움의 중량.

꿈에라도 보기원한 때가 있었다. 아니 행여 꿈에라도 볼수 있을까하여 청했던 잠을 자지 못했을 때, 수면부족으로 인한 몸의 무거움보다 마치 눈앞에서 놓쳐버린 버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마음같은 아쉬움이 마음을 짓눌렀다. 반복된 무수한 밤들은 사라지지 않았고 가슴에 쌓여갔다. 이 새벽 밤내 어떤 꿈을 꾸었는지 알길 없지만 그렇게 그리던 얼굴을 꿈에서보고 눈을 떴다. 내가 깨어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 꿈속에 머물러 있는지 알 길없어 새벽기도에 맞춘 알람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움도 아쉬움도아닌 엄습하는 불안은 무엇때문이었을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로 다독였던 시간의 틀에 균열이 생긴 까닭일까?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시간의 쳇바퀴속의 내가 안스러이 몸을 움직인다. . 이번 봄에는 한국에 가야지. 4월 나의 생일..

카테고리 없음 2024.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