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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get older ; I get better...

huuka 2024. 2. 29. 23:46

이곳에 와서 도통 익숙해지지 않는 것중 하나가 지하철이다. 한국에 있을 때 지하철은 "약속시간을 지켜주는 것."이라는 슬로건이 있었다. 그 슬로건은 천재지변이 아닌다음에야 잘 지켜졌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이해할 수 없을만큼 변동이 잦다.
갑자기 운행이 중단되기도 하고, 시간이 변동되기도 하며, 급행이 완행으로 운행도중에 바뀌기도 한다.  인사고로 인해 지연된지 한달여만에 다시금 오늘 급행이 완행으로 운행되어 평소보다 20여분 늦게 되었다. 이런 것에 익숙한 탓인지 불평을 쏟아내는 사람이 없다. 그저 그런가보다 저마다 문자를 보내며 혹은 통화하며 상황을 알릴 뿐이다. 이것이 이들의 유연성일까? 아니면 느긋함일까? 여전히 "빨리빨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나는 아침부터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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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도심이동현상이 큰 곳이다. 특히 이곳의 도심이동은 민족이동이다. 미국인들이 살던 곳에 초기 이민자들이 그중에서도 일본인들이 살던 곳에 한국인들이, 한국인들이 살던 곳에 중국인들과 중남미인들이 살게 된다. 100년 가까이 된 아름다운 건물에 새로 오게 된 주인은 먹고 살기 바빠 건물을 쓰다듬을 줄 모른다. 기술의 발달이 허물고 다시금 세우는 것에 빨라진 요즘이라지만 역사와 아름다움을 간직한 것들이 사라지는 것에 마음이 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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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도 한때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아름다운 정원을 다듬어가는 누군가가 살았을것이고, 그들의 시간이 머물렀을터인데 이제 외벽은 허물어지고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다. 옛 건물에는 어김없이 건물을 둘러싼, 혹은 한가운데 정원이 있다. 하지만 새로 지어지는 대부분의 건물은 직사각형의 빌딩이다. 아름다움은 생산과 멀다. 어두운 복도 끝을 통과한 빛이 내리는 곳에 초록의 싱그러움이 있다. 미학은 시간과 고통을 요구하는데 속도와 편리를 추구하는 현대는 시간을 묵힐수록 더욱 빛나게 되는 전통적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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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나는 나의 삶을 생각하면서 거듭되는 실패보다 시간을 묵혀 곰삭아가는 성숙과 나다움의 아름다움을 생각한다. 더이상 스스로 상처입히며 피했던 모든 것에서 "이제 내 세상에서 꺼져줄래?"라고 말할 수 있는 내가 되어가는 것이다. 혹 그것이 가장 비루한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 될지라도 그럼에도불구하고 가장 나다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I don't get old ; I get better."
나는 결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기필코 나아지고 있는 것이라는 믿음이 오늘의 나로 살아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