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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돕는 삶에 관하여.

huuka 2024. 2. 22. 23:41

지난 여름 바닷가에서 구명튜브를 들고 달려가는 안전요원을 보았다. 뜨거운 태양아래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필요한 때였는데 그는 경계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향해 달리고 있었던 거다. 얼마나 뜨겁게 달궈진 모래위를 달리고 달렸는지 그에게는 어떤 고단함보다 생명을 향해 달리는 환희가 있었다. 과연 누군가를 돕는 삶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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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시간 종교라는 것을 신앙이 아닌 직업으로 가져온 나는 내 삶 자체가 나만의 이기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 헌신하는 삶이라 생각했다. 많은 시간을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 왔었고, 어떠한 어려움과 빈곤함앞에서도 묵묵히 견뎌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의 삶을 돌아보면 그 시간의 진실함은 있었을지 모르나 남을 돕는 삶이었다는 것에는 의문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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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와서 문화가 다른 이들의 입에서 종종 무엇이 오늘의 당신에게 이르게 했는가? 혹은 왜 이 일을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빠지지 않고 듣게 되는 대답은 이것이었다.
" 다른 사람을 돕고 싶었어요."
이것은 특정 직업을 한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종교인에게만 귀속된 답도 아니었다. 선생은 선생대로, 청소하는 사람은 청소하는대로 각자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수 있는 그 범위내에서 누군가를 돕길 원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삶에,  스스로에게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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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나의 지난삶에 자부심을 가지지 못하는 것일까? 지금의 삶이 어떠하든 그 시간들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고, 헌신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건만 왜 나에게는 다시 나에게 삶이 주어진다면 다시는 가지 않을 길인것처럼 여기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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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시간이 이제는 살아갈 시간을 앞지르고 남겨진 시간들을 바라볼 때 나는 이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단순한 물질의 있고 없음에 의해 누구에게도 피해주지않고 살아냄이 목적이 되어버린 삶은 비참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해체된 가족공동체와 무너진 교회공동체의 반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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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껏 살아온 것 이상으로 앞으로의 삶에도 최선을 다해 살아갈것이다. 나의 발바닥은 뜨거운 모래사장을 달려도 끄덕 없을만큼 단련되어 있으니 말이지. 어느 누구도 보듬어주지 않는 자신의 삶이라는 탓보다 나자신만이라도 정성껏 보듬어주는 내 삶이 되기를 오늘의 나는 스스로의 어깨를 도탁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