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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고 있는 것이야.

huuka 2024. 2. 28. 23:38

봄이 오고 있는 것이야. 이렇게 비가 잦은 것을 보면 말이지.언제나 이맘때면 비가 잦았고 앞섶을 여몄다 젖혔다 바지런을 떠는 대지를 바라보게 되지. 모처럼 풀어진 날씨에 양껏 멋을 내고 싶지만 내리는 빗줄기에 더 느슨해진 모양새로 집을 나서게 되는 그런 날들.. 그래. 봄이 오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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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비행기표를 알아봤어. 그것만으로도 뭐랄까? 이미 마음은 그곳을 달려갔고, 남은 시간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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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쓰고 길을 가다 눅눅히 젖은 나무를 바라보았어. 한겨울을 지날 적 분명 맨몸이었던 그들이 언제 이런 초록 이끼옷을 입게 된걸까? 투명하니 반짝이는 그들의 생명력이 말하고 있어. 봄이 오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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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이 있어. 몇날은 더 추울것이고 심술궂은 하늘은 몇 번의 눈송이들을 나릴것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우리 마음은 조금 달라져 있을거야. 이미 오기 시작한 봄을 우린 보았고, 잠시 머물다 사라지게 될 그 추위따윈 다가오는 봄을 당해낼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야. 그래 나도 그래. 다음달이면 그곳에 갈 것이고 그리운 이들을 만나게 되겠지?  그때까지 난 불면의 밤을 지날것이고, 녹녹치 않은 지갑을 열었다 닫았다하며 안타까이 사랑하는 이들의 선물을 준비하겠지.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밤하늘을 비행하고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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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계획한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 않을지라도, 그곳에서도 마음 쓰릴 일이 없을까보냐만은 그래도 그곳이라서 괜찮아. 그거 알아? 하늘은 이어져 있다는 것. 그말이 때론 위로가 되었지만 좀더 지협적인 같은 하늘아래라는 것만으로도 혼자가 아닐것 같은 느낌. 같은 하늘아래 숨을 쉬고,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풍경을 보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소속감을 느끼고 하나가 될 것 같은 그 막연함이 주는 충족감. 어쩌면 지금 이시간이 가장 행복한 지도 몰라. 마치 물방울이 끓어오를 때 가장 역동적이잖아. 터져버리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지만 마치 그 모든 것이 되기 위해 뽀글거리는  그 리드미컬한 마음의 움직임. 맞아. 춘3월이잖아. 만물이 갖는 그 생명의 역동성이 지금 내게 있는 것이야. 어쩌겠어. 봄이 오고 있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