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333

그댄 바람소리 무척 좋아하나요.

비가 잦아 가을이 짧게 느껴지는 것일까? 서둘러 색을 갈아입더니 이제는 후두룩 빗소리가 지나가면 바람따라 낙엽이 뒹군다. 이곳에 온 뒤론 날자를 잊어버렸다. 처음엔 시차에 적응되지 않아 어제 오늘 내일에 혼돈이 왔다. 그러다.. 내게 새로운 하루가 열려 그 하루가 저무는 것이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 까닭인지도 모른다. . 지난 주일 목사님 한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민 교회의 어려움 중 하나는 교인들이 떠나온 시절의 한국정서로 정체되어 있어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해 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즉 70-80년대에 떠나온 사람들은 해를 거듭해도 그분들의 정서와 사고방식은 떠나온 때에 머물러 그것들에 대한 깊은 향수속에 살아가기에, 교회에서만이라도 그것들을 향유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모여서 나누는 이야기..

일상 2022.10.25

가을... 그리고 그대.

저만큼 멀어져간다. 초록이 거리를 둔 것일까? 단풍이 떠나간 것일까? 우린 알지 못했다. 다만 남은 것의 허망함. 모든 것이 빠져나간 바스락거림. 더디게 뛰다 언젠가 멎게 될 심장. 잔망스런 흔적. 피처럼 붉게 각인되다. 버려지더라도 그 가까이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다면 자신을 버린 비상. 그리움의 방향은 언제나 같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고 부재의 시간은 쌓여간다.

일상 2022.10.23

돈이 사람을 꿈꾸게 했다.

극심한 통증에서 벗어났다. 약이 듣기 시작한거다. 죽는 건 두렵지 않지만 통증과 고통은 두렵다. 무슨 괴변이냐싶지만 사실이다. 차라리 죽어버리면 매 순간을 견뎌야하는 통증은 없다. 지난 주 돈 벌일이 있었다. 모국에서는 절대 하지 않을 일이었지만 이곳에서는 이목으로의 자유가 있고, 결코 일하겠다는 사람을 일 못할 사람이라 단정짓지 않는다. 함께 일했던 분들 중 내가 가장 젊다.아니 그보다 어리다. 대부분 70을 바라보시는 분들. 이런 일들에 뼈가 굵어진 분들이고 늘 해오던 일인것도 맞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이런 일할 사람들?은 아니다. 모국에서는 배우신 분, 잘 사시던 분들이다. 단지 이곳에 온지 30해를 넘기면서 이런 일들에 뛰어들어 삶을 일구어 오신 분들. 3일 일하고 70만원 지금 환율로 따지면야 ..

일상 2022.10.20

게으른 비.

한없이 느리고 게으른, 거기에 변덕스럽기까지한 비가 하루종일 내린다. 몇날을 이어 아픈 나는 핫팩을 허리에 붙이고 하루를 보낸다. 지루한 비.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건만 마치 장맛비내리듯 그칠 줄을 모른다. 어디에서 속을 다쳤을까? 불편한 속에 곡기마저 떼우지 못하고. 쿠르릉 거리는 배가 변덕스런 하늘을 닮아있어 차라리 빈속이 편할 듯하다. . 나는 여전히 그자리에 서 있다. 마치 심장이 소진되어 사라질 소실점을 기다리듯 안으로만 응시한 체. 이미 소원해진 것들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그럼에도 시간은 경주마처럼 달려가고 차창밖으로 사라지는 풍경처럼 그날은 까마득히 뒷걸음질이다. 작은 화분을 들여 초록잎을 보는 것과 가져 온 몇 권의 책을 곱씹듯 천천히 읽는 것이 마치 내 몸에 보약을 들이키듯 원기를 얻..

일상 2022.10.14

손바닥안.

사역이 힘들어서 내려놓았건만 이 형편 저 형편.이 상황 저 상황이든 상관없이 사역자로 있게 된다. 자격도 없는 자에게 무슨 일인지.. 도망칠 수 없는 손바닥안 손오공 같다. 도망치면 도망칠수록 힘든 자리로 가는 것만 같은 기분은 착각이겠지. . 이러다 죽겠구나 싶은만큼 힘들었던 하루가 지나간다. 힘들고 고단했던 한주간의 정점을 찍은 오늘 내일은 또 얼마나 힘들까. 뚝 떨어진 기온만큼 체력도 떨어져나간다. 이렇게 힘들게 진을 빼서 천국을 소망하게 하시려나..미련도 없는데 말이지. .

일상 2022.10.02

Wonderful World

아들과 지나가는 여름이 아쉬워 9월까지는 비치를 찾기로 했기에 지난 목요일에도 바다를 갔다. 화씨 72도로 바다의 계절은 저물고 있었다. 바람은 많이 불었지만 내리쬐는 햇빛은 남은 여름의 정열을 느낄 수 있을만큼 따갑다. DJ선곡의 재즈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다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를 듣게 되었다. 익숙한 목소리와 리듬. "좋다"라는 기억만 있었지 가사를 찾아본 적이 없었다. 사실 가사보다 이 음악을 들으면 푸른 창공을 가르는 비행기와 그 비행기가 만드는 비행기구름이 떠오른다. 이는 모 항공사 CF가 내게는 익숙한 까닭이다. 언젠가 때늦게 보게 된 "굿모닝 베트남"영화에서도 삽입곡으로 사용되었던가? 집에 돌아와 유툽을 통해 가사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지극히 간단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해석앱을 사용할 필요조차..

일상 2022.09.21

기이한 일상.

태평양항로를 따라 시속 200-400km의 제트기류에 몸을 실어 14시간을 날아온 곳이건만 고국과 같은 가을이 오고 코스모스가 핀다. 일정한 모양으로 띄엄띄엄 나지막한 건물에 정원을 가꾼 익숙하지 않은 집모양새가 아니라면 피부에 느껴지는 온도는 동일하다. 익숙한 것들을 보게되면 가슴을 쓸며 안도하게 되고 그 안도는 익숙한 것에서 사라진 그 무엇으로 인해 슬픔과 그리움을 만든다. 낯선 곳에서 하루하루가 이렇게 빨리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은 기이한 일인지도 모른다. 5시간 정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몸을 움직여야하는 생활은 좀체 익숙해지지 않는다. 틈틈이 20-30분 쉬는 짬에 앉아있기보다 산책을 나서는 것이 오히려 마음은 편하다. 이곳은 벼락을 맞아 부러진 나무를 그루터기만 남겨두고 베어버린다...

일상 2022.09.21

비가 왔고 아팠다.

이틀 연속 비가 온다. 새벽녘 집중적으로 쏟아진 비를 Highway는 감당을 못해 물웅덩이를 만들어놓았다. 그럼에도 새벽기도에 열심인 성도들은 한분도 빠짐없이 교회에 오셨다. 몸이 아픈 나는 오늘만큼은 쉬고 싶었지만 그저먹는 인생이 어디있단말인가?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다. 빗방울이 맺힌 작은 꽃에서 생명력을 찾는다. 살고싶다. 남의 이목이 그다지도 무서웠던가? 이만큼 몸을 움직이고 한계를 넘는 시간을 보낸다면 고국에서든 못살아낼까? 일의 강도가 세다. 몸 이곳저곳이 아프다. 목은 연일부어있고 잇몸까지 아프다. 더이상 비타민도 듣지 않는 몸. 쉬고싶다. 땅을 기어 따로 또 같이 기어코 나무에 오르는 담쟁이들을 보면서 맞잡을 손 하나만 있어도 좋겠다싶다. 앞으로 2년은 꼼짝없이..

일상 2022.09.14

쉿! 가을이 오고 있어.

고양이 발걸음으로 오던 가을이 소리는 감출 수 있었지만 바꿔입은 옷만큼은 감출 수 없었나보다. 한차례 비로 이렇게 세상이 바뀔 수 있는 것일까? 순간이라고 느끼는 것은 우리들일뿐 자기만의 속도로 그들의 성실이 마침내 드러났다. 이 세상만 그런 것은 아니지 않을까? 변화는 그렇게 갑작스레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관성의 법칙과 끊어내기 힘든 죄성은 우리의 변화를 더디게 하고 주저앉게 만든다. 자연이 가진 창조주앞의 순종이 경이로운 것은 여기에 있다. 매일의 해가 떠오르고 그날의 바람이 불고 때를 맞춘 비가 계절을 이루어간다. 서두르지도 조급해하지도 않는 나뭇잎을 보라. 순전한 자기만의 때를 기다려 색을 바꿔간다. 한 나무 한 뿌리에서 나고 한 가지에서 자라도 잎들은 자기들의 시간을 ..

일상 2022.09.08

글작업소.

작은 공간을 허락받았다. 성도들과 함께 다목적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인데 방충망만 되어 있어 도로의 소음이 고스란히 들려오는 곳이다. 여름에는 볕에 그대로 들고 겨울에는 춥겠지. 다행이 전선이 연결되어 있어 아주 춥거나 덥지 않으면 좋은 시간대에 책을 읽고 글을 쓸수 있을듯하다. . 하나의 길이 막히면 하나의 길이 열린다. 이 진리는 경험을 통해 안다. 다시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언제나 나는 글쓰는 인간으로 있다. 우리의 인생자체가 한 편의 이야기지 않은가? 아무리 정리를 한 들 잊혀질 그리움은 아니기에 그대로 가슴에 묻고 있기로 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고 모카포트로 내린 진한 커피향기는 그렇게 보고픔으로 이어지고 가슴은 아리고 쓰리다. 내가 왜 이곳에 있어야하는지 내 삶이 어떻게 진행되어..

일상 2022.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