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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올라라.

목요일이면 막둥이랑 비치를 찾는다. 넉넉히 아침을 먹고 얼음물과 의자, 파라솔을 챙겨 들고 책 한 권과 더불어 찾는 해변. 망망한 바다를 한없이 쳐다 보다가, 책을 읽다가 모래사장을 걷기도 한다. 어젯밤 오랜만에 불닭을 먹은 막둥이는 배가 아프다며 모래사장에 누워 한 시간 정도를 잣다. 몰아치듯 살아온 것은 나만이 아니라 막둥이의 12년이 그러했다. 자퇴를 결심하기까지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하루하루 밝아지고 나이스 해지는 아들을 볼 때 무모한 선택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 잠시 둘이서 화장실을 다녀오는 동안 출출할 때 먹으려 가져온 비스킷을 갈매기떼에게 도난당했다. 경고문이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세상에 이렇게 지혜로운 갈매기가 어디 있단 말인가? 가방안에서 비스킷만 골라 가져 갔다. 타..

일상 2022.09.03

오늘하루 고양이.

요 몇일 잠을 못잤다. 아무리 마음 써도 소득 없는 일에 마음을 끓이다보니 약조차 듣지 않아 밤은 설치고, 아침은 헤롱거린다. 새벽기도 후 잠시든 잠에 불쾌한 꿈을 꿨다. 이런 날은 한 없이 마음이 가라앉는데 갑자기 "꿈자리가 사납다"라는 표현이 궁금해졌다. 꿈자리는 무엇이며 왜 사납다표현할까. 국립 국어연구원에서는 꿈자리를 "꿈에서 일어난 일"혹은 "그로인한 기분"을 꿈자리라 표현한다. 그것에 더해 사나움. 사나움은 공포와 불안을 동반한다.유쾌하지 않은 꿈은 하루의 기분을 좌우하고 불안을 가중시키기에 사납다는 표현은 적절한지도 모른다. 사나웠던 꿈자리는 쏟아지는 아침잠만큼 마음을 짓누른다. 부유하듯 떠도는 삶이 이러한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일까. 나그네와 같은 삶. 걸어가기를 멈출 수도 없고 되돌아 갈 ..

일상 2022.08.31

파리한 슬픔.

아침이면 새소리에 눈을 뜬다. 시내에서 한참 벗어난 변두리지역이라 그런 것인지 거리마다 나무가 자라서 그런 것인지를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아침마다 새소리를 듣고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삶의 기적이고 적지 않은 기쁨이다. 베이글 하나로 하루를 보내는 날이 많다. 시간이 지나면 딱딱해져서 입천정이 까일때가 더 많지만 꼭꼭 씹어 삼킬 때 베이글 한가득 담긴 봉투를 안겨주신 이의 마음이 전해져서 아픔보다 단맛이 남았다. 몇일 전부터 베이글 반쪽을 나의 작은 친구와 나누기로 했다. 하지만 이것은 큰 모험이다. 주인에게 들키면 안되는 일. 새들의 지저귐은 기분좋지만 주차된 차에 작은 친구의 생리작용이 그대로 드러나 함부러 먹이를 주면 눈총을 받기 쉽다. 마음을 위로하는 친구들의 마음에 답하고 싶었다.나의..

일상 2022.08.24

순간과 안녕.

보다 능숙하게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내면과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유연한 삶의 자세로 세련된 모습을 보인다. 모든 것에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고, 그들의 지혜와 여유로움은 그런 능숙함을 갖지 못한 사람에게는 또다른 세계의 권력으로 느껴진다. 나는 그런 류의 사람이 못되고 오히려 슬픔과 고통속에서 창조성을 찾을 수 있다고 자조하는, 자주 넘어지고 실패하는 사람이다. . 매일의 태양이 떠오르지만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동일하지 않음이 깃들어 있음이 신의 전지전능함이라 믿으며, 날마다의 새로운 시작으로 발걸음을 옮겨놓지만 자꾸 멈칫거리는 내안의 견고하지 못함이 못내 아쉬움이 된다. 시선이 닿는 저 너머에서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까지 송두리째 지배당하는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 ..

일상 2022.08.20

반사경.

하늘이 반사경일까.바다가 반사경일까. 그게 뭐가 중요할까. 하늘은 바다를 품고,바다는 하늘을 품었다.애초에 하나인것을 위,아래로 나누어 이름을 달리 부르신 그분으로 인하여 다른것으로 볼 뿐. 하늘과 바다 그 중간을 살아가는 것들만 그림자를 만든다. 비록 바다를 유영하고 하늘을 비상하는 갈매기일지라도 그의 위치는 중간세상. 나와 당신과 다를바 없다. 중간세상은 먹이를 구하는 애씀이 필요하고 그 애씀은 그림자를 드린운다. 어제 온 비로 말갛게 얼굴씻은 하늘이 보기좋다. 넓고 넓은 Jones Beach나 내 몸이 기억하는 바다나 파도소리 갈매기소리만은 같았다. 바다가 그리운.바다를 사랑하는 내 마음이 변함없었다.

일상 2022.08.12

푸름은 늘 먼곳에 있다.

시작과 끝 온통 푸르다. 손에 잡힐듯 가깝게 느껴지지만 푸름은 늘 먼 곳에 있다. 거짓말같이 수평선과 맞다은 하늘은 태고의 신비그대로 하나다. 먼곳의 푸름에 닿을수 있는 것은 신록인지도 모른다. 먼 하늘에서 만들어진 보드라운 바람은 강을 쓰다듬고 초록잎을 흔든다. 눈부심에 길을 잃었다. 굳이 내가 선 곳이 어디인지 알 필요가 있을까. 살아간다는건 끊임없이 길을 잃는 것이고 길을 찾아가는것이 살아가는 것 아닐까. 잘려나간 몸뚱어리를 애도하는 나무의 눈물인걸까..그럼에도 살아내려는 회복력인지 알수없는 나의 무지는 그것으로 충분한 위로다. 나 역시 푸름을 쫓아 길을 잃고 찬란한 눈물 맺힌 이하루를 또 걷고 있으니 말이다.그대여 길잃기를 두려워말고 잘못 들어선 길은 없으니 무릎을 일으켜 또 걸어가시기를.

일상 2022.08.11

부끄러움

내가 내 삶을 부끄러워한다면 살아 온 내 삶이 슬퍼질듯하다. 다만 나의 선택이 부끄럽고 지혜롭지 못했음을 고백하고,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로 덮으려하지 않음이 최소한의 양심이라 고백한다. 잘려나간 그루터기 안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담쟁이를 본다. 어떤 상황속에서도 살아가기를 멈추지 않는 것. 모든 것들은 지나간다. 모든 것을 다 태워버릴 듯 굽고 삶고 쥐어 뜯던 이야기들도 시간속에 잠잠함을 익혀가더라. 모든 사람의 이해를 바라지 않고, 모든 사람의 동의를 구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하지 않음을 선택한 나의 결정을 존중할 뿐 그 결정에 따라 오는 것들은 내가 감당해야할 몫이겠지. 자랑할 인생은 아닐지라도 자신의 삶을 부끄러워하지는 말자.

일상 2022.07.27

오픈마켓.

동네 아저씨의 오픈 마켓이 열였다. 궁금해서 눈여겨 살펴보아도 돈을 주고 살만한 물건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뭐랄까 하나하나에 깃든 이야기들은 쉬이 값으로 흥정할 것이 아니다. 판매대 아래 눈부신 금발에 드레스를 입은 인형이 눈에 들어온다. 소유주의 시간은 얼굴에 주름을 만들어 놓았지만, 인형의 얼굴은 처음 그 가슴에 안겼을 때의 얼굴 그대로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했을까? 때로는 함께 웃었을 것이고 때로는 함께 울었을 시간들. 누구에게도 말 못할 이야기를 속삭임으로 위로를 구했을 시간이 소용을 다했음에도 감히 떼어놓지 못했다. 오늘은 그 시간과의 이별을 고하는 것일까? 자신의 애착과 과감하게 작별을 고한다. 족히 3-40년은 넘었음직한 자동차를 얼마나 쓰다듬고 보살폈으면 저런 광채가 나고 유연..

일상 2022.07.20

아침 하강.

하늘위에서 맞이한 아침은 떠오름이 아니라 빛들의 하강이었다. 어느날 일출을 보고자 바다를 찾았던 적이 있다. 바다밑에서부터 붉은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해 바다와 접한 하늘의 경계면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일렁임사이에는 붉음과 바다의 푸름이 함께 섞여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보다는 묘하게 어울려 색의 신비가 그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떠오르는 해는 붉음의 에너지를 넘치지 않을만큼 구형의 몸에 다 담아내고는 자신의 힘을 감추기 위해 시야를 흐트림으로 높이 높이 떠올랐다. . 해는 점점 더 상승했고, 더이상 눈높이가 닿지 않는 먼 곳으로 떠올랐다. 해는 떠올랐다. 과연 그러할까? 아니었다. 해는 떨어졌다. 하강한 것이다. 그것도 천의 색을 가지고 신의 놀이터에서 인간세상으로 조용히 은밀하게 그럼에도 자신의..

일상 2022.07.18

나라꽃.

떠난다고 나라꽃이 피었다. 늘 눈에 익은 그것만이 아니라 감추어두었던 다른 얼굴까지 보여주네. 그래야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면 안되는거지. 사람들이 그러하듯 모든 사물은 한 면만을 가진 것이 아니라. 다른 면, 즉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만해. 그런까닭에 오늘 보게 된 나라꽃은 새록새록 정이 들어 조각칼로 새기듯 보게되더라. 나라꽃에게 물어보았더랬지. 그냥 꽃이 아니라 나라꽃이니까. 왠지 지혜로울 것 같지 않아?. "정말 보고 싶을 때, 목소리만이라도 듣고싶어질 때, 어떻게 사는지 그 흔적만이라도 알고 싶을 때.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해?" 바람에 꽃대가 흔들리고 지혜자는 몸을 떨었어. " 너 안에 있는 답을 왜? 나에게서 찾니?" 혼자만으로도 힘들텐데 수많은 잎을 등에 지고 태양볕아래..

일상 2022.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