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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우리가 좀 더 좋은 사람이었다면.

그때 내가 좀 더 좋은 사람이었다면 그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었을까? 그때 내가 좀 더 좋은 사람이었다면 그 비참과 절망을 나눠질 수 있었을까? 그럼에도 나도 한계였다고 변명하는건 서로에게 좀 더 좋은 사람이 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과 아쉬움 때문이겠지. . 때로는 나는 껍질밖에 남지 않은 나를 본다. 나의 허상. 나의 허세. 나의 빈 껍질. 그래서 나는 나를 조문하고 때때로 나의 죽음을 맞이한다. . 언젠가 아카시아꽃을 따다 튀김을 해 먹은 적이 있었다. 입안 가득 튀김옷의 고소함보다 꽃의 향긋함이 남았던 기억. 삶과 죽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늘 우리 가운데 있고 기억은 덧입혀진 것보다 본연의 것만 남는것 같다. 아카시아의 향긋함만 남았듯 사랑했고 사랑받았다. 그래서 살아서 조문하는 나는 죽음이 ..

일상 2022.05.11

저무는 해의 눈부심

저녁 약을 먹으면 처음에는 깨지 않고 5시간을 잣다. 마음을 끓인 탓인지 요몇일 그 5시간조차 채우지 못하고 서너차례 깨기도 하고 한시간이 줄어 4시간밖에 저녁 잠을 자지 못했다. 반면 오전 약을 먹으면 병든 닭처럼 한두시간을 자게 된다.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저녁을 먹고 아파트 동산을 올랐다. 적당한 경사, 평지, 계단까지 골고루 갖춘 동산은 시간에 비해 제법 땀을 흘리게 된다. 5바퀴를 계획하고 집을 나섰다. 생각보다 일찍 땀이 송글송글 맺혀 걸친 점퍼를 허리에 감았다. 3바퀴를 돌고는 계획한 5바퀴를 포기하고 싶어진다. . 늘 그렇다. 살아가면서 힘에 부치는 일들이 많았다. 이런 작은 일에서부터 생계에 이르기까지 "아 이제는 그만하고싶다."라는 생각이 후들거리는 다리에서부터 겨드랑이의 땀까..

일상 2022.05.05

사람소리.

사람소리가 유독 그리워지는 날이 있다. 미치도록 외로워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이 세상속에서 살아있구나하는 그런 느낌을 느끼고 싶을 때 말이다. 책 한권들고 카페에 나와 책은 덮어두고 벽에 기대 지긋이 눈을 감았다.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시대를 거스른 팝송과 두런두런 사람들의 소리. . 아. 저분은 공무원이구나. 저분들은 팔자도 좋지. 남편들은 출근하고 여자들끼리 수다구나. 커피를 가는 기계소리. 달그락달그락 에그타르트 굽는 그릇소리. 모처럼 세상소리 속에서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 한 사람이 올때 그 사람만 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우주가 온다는 드라마대사처럼 나의 소우주가 사라져버린 날로 부터 어제까지. 그래도 지루한 기다림뒤에는 새롭게 더 튼튼한 우주가 세워질줄 알았다. . 하지만 그 우주를 무너..

일상 2022.05.04

불행을 부르는 사람

사람마다 고유의 모양새가 있다고 해. 누군 둥글둥글.누군 네모반듯.누군 별모양처럼 뾰족하기도 하다지. 둥글어도 네모반듯해도 끼워 맞춰. 공구르듯 잘 살아진다지만 유독 반짝이는 별모양은 다가오는 이들을 아프게 한다지. 생긴 모양대로 다가오는 이들을 아프게 찌르기 때문이야. . 반짝이는 별은 아름답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하지만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해.결국 불행하게 만들어버려. 반짝반짝 윤기나는 얼굴을 하고선 말이야. . 나는 말이야. 민들레 홀씨처럼 둥그렇고 투명하니 그런 가볍디가벼운 속빈 모양이면 좋겠어. 살랑이는 바람에도 입술모은 작은 입김에도 자기 한 몸 띄어 올릴수 있는..바라보는 이들이 '와'하고 함성 지를수있는 기쁨을 주는 그런 존재가 되고싶다. . 얼마나 나를 비워내야 가벼워지고..

카테고리 없음 2022.05.03

삶은 계속된다.

꽃이 피고 진 꽃자리에 다시금 잎이 나고. 피고지는 꽃들 사이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저들의 삶이 지나가듯 우리의, 나의 삶은 계속된다. 무단히 멈춰주기를 바랬던 시간이 멈추기는 커녕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물밀듯 흘러간다. 방향을 잃어버렸을 때는 모든 귀를 닫고 하늘의 별을 보라 했건만 하늘의 별조차 보이지 않는다. 죽어가는 고목옆에 핀 사랑초가 한없이 귀하게 여겨지는 것은 저 연약한 잎줄기를 가지고 생명을 다하고 있는 까닭인지도 모른다. 반복되는 죽음의 속삭임속에 자연의 경이를 발견하는 것은 그 무엇도 꺾지 못하는 삶의 의지일수도 있겠지. . 의료공단에서의 알림. 그래 정리가 된거구나. 수순에 의해 진행되는 상황들. 딱히 알고 싶지 않건만 이럴때 부지런한 공무원들의 알림 시스템은 참 원망스럽다. 이미..

일상 2022.04.28

다시스로 가자.

다시스로 가자. 꼭 정해진 항로로 갈 필요는 없다. 떠나야한다면 그곳이 다시스인듯 어떠랴.. 조금 돌아가고 넘어짐과 참회의 눈물을 흘려야한다할지라도 말이지. 그게 나의 최선이라면 어쩔수 없지 않을까.... . 살아내기 위해서 나의 정체성을 찾는 길은 끝까지 자신을 부정해봄으로 찾아질수도 있지않을까? . 반편생을 살아오면서 안정과는 거리가 먼 삶이었다. 신뢰와 배려가 초석이 된 울타리가 있었던 적도 없다. 치열하게 가열차게 몸과 마음이 부서지도록 애쓰는 삶이었지 않은가? . 한번은 거꾸로 된 길도 가보자.나를 최고로 보고 추앙해주는 그룹안에서 쓰디쓴 배신의 잔을 마시게 될지라도 지금 내게 필요한건 안식과 육신의 곤함을 씻을 수있는 신뢰그룹이 아닐까. . 내 마음은 여전히 한 곳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갈지라도..

카테고리 없음 2022.04.27

바람의 소리

예보가 틀리지 않았다. 비바람소리가 심상치 않다. 꾹꾹 눌러담은 속의 것이 터져나오듯 바람소리는 자제력을 잃어버렸다.그 소리에 마음이 실린다. 자제력을 잃어버린 마음은 뺨에 흐르는 눈물로 엉망이 되어버린 머리와 같다.아침해가 돋으면 언제 바람이 불었냐는듯 언제 거센 비가 내렸나는듯 그 소리는 의미를 잃고 이미 생명을 빼앗긴 여린 꽃잎만이 오늘밤의 비바람소리를 기억하게 될 것일터인데.. 잠시 불다 그칠 이 비바람소리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불어넣지 말아야지. . 사는 것이 무엇일까? 사는 것이 고해(苦海)라고 말한 것은 그저 나온 말이 아니란 걸 살면 살 수록 알게 된다. 최선의 선택은 아닐지라도 차선은 될거라 생각한 것조차 삶에는 고통이 따른다. 몸을 거칠게 다루면 정신이 흐려질 것 같아도, 날선 정신은 더..

일상 2022.04.25

밤산책

밤산책이 늘었다. 생각이 나를 삼키려들때 헤드셋을 끼고 무작정걷다보면 주민들을 위한 공원이 나온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무렵인 까닭인지 인적이 드물다. 오히려 그 적요가 내게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 사람은 찾아볼길 없이 오로지 나무와 무게를 더해가는 어둠. 그 어둠에 익숙해질수록 눈은 밝아진다. 그 눈이 발견한 내일의 비상을 준비하는 민들레의 투명한 몸.나도 내일이면 날수있을까. . 더해가는 어둠의 무게만큼 마음도 함께 내려앉는다.편치않는 마음. 가학과 자학은 늘 내옆에서 마음을 들끓인다. 언제즈음이면 자유할수 있을지 알 수없는 경계에 서있는 이 시간조차 철저히 혼자 감당할수밖에 없는 혼자만의 것이라는 것이 송곳에 찔린듯 아려온다. . 밤이라는 시간은 민낯을 드러내는 시간이라 그리움에조차 정직하게 하..

카테고리 없음 2022.04.25

"Never Enough"

"Never Enough" I'm trying to hold my breath 숨을 참으러 노력하고 있어요 Let it stay this way 지금 이대로 머무르도록 해요 Can't let this moment end 이 순간이 끝나게 둘 수 없어요 You set off a dream with me 당신은 나와 함께 꿈을 꾸기 시작했죠 Getting louder now 꿈이 점점 커져가고 있어요 Can you hear it echoing? 그 꿈이 메아리 치는 소리가 들리나요? Take my hand 내 손을 잡아요 Will you share this with me? 나와 이 꿈을 함께해 줄래요? 'Cause darling without you 왜냐면 내 사랑 당신 없이는 All the shine of..

카테고리 없음 2022.04.23

떠난 너.

https://youtu.be/tdxHiNuhc7U 김소연의 노래는 무명가수전으로 처음 듣게 되어 그때부터 쭉 듣게 된 몇 안되는 한국가수다.그녀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자면 한없이 눈물이 나는데 그 눈물은 모든 것을 체념한 눈물에 가까워 의지란 전혀 찾아 볼 길이 없다. 원망도 불만도 없이 묵묵히 주억거리는 목소리가 더 간절해져서 마음이 따라 기울게 된다. 오늘 같이 흐린 날은 마음을 간수하기가 쉽지 않다. 몇 차례의 눈물을 그냥 흘려보내면서 내 몸의 수분이 빠져 나가기를 기다렸고, 그 눈물이 흘러 나간 다음 마른 빵을 오래도록 씹었다. 나의 슬픔을 버무려 꼭꼭 씹은 빵을 힘겨운 목넘김을 하면서 이것이 내 현실이고 내 상황임을 인지했다. 그렇게 나는 몸으로 나를 확인해야한다. 마음은 한없..

일상 2022.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