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흐린 뒤 나온 햇살인 까닭일까? 그 빛의 강함은 모든 잎맥들을 통과하고 꽃송이들을 벙글어지게 한다. 초록의 싱그러움과 꽃들의 찬란함이 설웁게 나가온다. 저들은 어쩌자고 이다지도 푸르고 생명력 넘친단말인가? 앙상한 배롱나무에 허리를 두르고 피어난 붉은 꽃들이 그의 빈한 몸을 가려준다. 그렇다면 나의 빈함은 무엇이 가려줄까? 유달산 조각공원을 걸어서 가보았다. 꼬박 3시간30분. 미친듯이 걸어보았네. 무슨 힘으로 그렇게 걸었는지 알 길이 없다. 한번은 이 미친듯이 아름다운 봄날에 함께 미쳐보고 싶었던 까닭이었는지도 모르지. 퉁퉁 부어버린 발을 집에와 한참을 뜨거운 물에 담궜다. 배롱나무 허리의 붉은 철쭉이 내 발에 옮겨와 꽃물을 드린 듯 붉다. 뫼비우스의 띠안의 개미처럼 경계를 넘어서지 않고 다시금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