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지나가는 여름이 아쉬워 9월까지는 비치를 찾기로 했기에 지난 목요일에도 바다를 갔다. 화씨 72도로 바다의 계절은 저물고 있었다. 바람은 많이 불었지만 내리쬐는 햇빛은 남은 여름의 정열을 느낄 수 있을만큼 따갑다. DJ선곡의 재즈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다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를 듣게 되었다. 익숙한 목소리와 리듬. "좋다"라는 기억만 있었지 가사를 찾아본 적이 없었다. 사실 가사보다 이 음악을 들으면 푸른 창공을 가르는 비행기와 그 비행기가 만드는 비행기구름이 떠오른다. 이는 모 항공사 CF가 내게는 익숙한 까닭이다. 언젠가 때늦게 보게 된 "굿모닝 베트남"영화에서도 삽입곡으로 사용되었던가?
집에 돌아와 유툽을 통해 가사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지극히 간단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해석앱을 사용할 필요조차 없었던 단순 명료한 가사. 하지만 루이 암스트롱의 깊이있는 목소리와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써진 가사는 큰 울림이 된다.
"What a Wonderful World."
I see trees so green, red roses too
I see them bloom for me and you.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The bright blessed day, the dark sacred night.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Are also on the faces of people going by.
They're really saying I love you.
I hear babies crying, I watch them grow.
They'll learn much more than I'll ever know.
Yes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Yes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얼마만큼의 인생의 시간이 지나야 이런 고백을 할 수 있을까? 매일 지나치는 일상의 풍경속에서 축복을 읽어낼 수 있다는 건 삶의 곤고함을 지나고 자신만의 아집과 욕심을 내려놓지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된다. 치열한 매일매일 별 다를것 없는 삶의 무게로 지친 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서는 꿈꿀수 없는 "놀라운 세상"일 수밖에 없다. 수많은 푸른 하늘과 셀 수 없을만큼의 장미를 보며 나는 어떤 고백을 해 왔던가? 이 노래를 부르는 루이 암스트롱의 얼굴을 한참을 쳐다보았다. "흑인" 으로서의 삶이 결코 녹록치 않았을터인데 그는 웃으며 놀라운 세상을 노래한다. 그의 웃음과 그의 눈을 바라보면서 물론 가수로서 성공한 그의 삶은 일반 흑인들의 삶보다 나았겠지만 지나온 시간을 모른척하긴 어렵다.
힘들하고 모진 환경을 다 통과해낸 사람들의 고백은 놀랍기도 하지만 내게서는 이루어지지 않을 일처럼 들려질때도 있다. 푸른 나무를 보고, 붉은 장미를 보며 아름답다 노래하고 우는 아이를 통해 새로운 내일을 꿈꿀 수 있다면 지금의 고통을 잠시 잊을 수 있을 뿐더러 나 자신이 세상에서 소외된 자가 아니라 아름다운 세상을 이루는 일원이라는 놀라운 가치를 확인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삶은 늘 두렵고 나는 자주 길을 잃고 넘어진다. 그럼에도 눈을 들면 푸른 하늘이, 빰을 스치는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바람이, 옷을 갈아입는 푸른 나무가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당신과 내가 이 아름다운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그대여 부디 힘 잃지 않기를. 먼 곳에서 보내는 나의 안부가 그대에게 닿기를 간절히 원한다.
https://youtu.be/CuQVSOpdY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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