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돈이 사람을 꿈꾸게 했다.

huuka 2022. 10. 20. 04:25

극심한 통증에서 벗어났다. 약이 듣기 시작한거다. 죽는 건 두렵지 않지만 통증과 고통은 두렵다. 무슨 괴변이냐싶지만 사실이다. 차라리 죽어버리면 매 순간을 견뎌야하는 통증은 없다. 지난 주 돈 벌일이 있었다. 모국에서는 절대 하지 않을 일이었지만 이곳에서는 이목으로의 자유가 있고, 결코 일하겠다는 사람을 일 못할 사람이라 단정짓지 않는다. 함께 일했던 분들 중 내가 가장 젊다.아니 그보다 어리다. 대부분 70을 바라보시는 분들. 이런 일들에 뼈가 굵어진 분들이고 늘 해오던 일인것도 맞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이런 일할 사람들?은 아니다. 모국에서는 배우신 분, 잘 사시던 분들이다. 단지 이곳에 온지 30해를 넘기면서 이런 일들에 뛰어들어 삶을 일구어 오신 분들. 3일 일하고 70만원 지금 환율로 따지면야 거의 80만원에 가까운 돈을 벌었다. 그 돈이 필요했고, 그 돈으로 꿈이란 것도 꾸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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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나빴다. 90일처방받아온 약이 때마침 떨어졌고, 한숨도 자지못하는 불면의 밤이 3일 연속되었다. 이미 내성이 생긴 몸은 금단에 의한 극심한 두통과 구역질 불면으로 이어져 뇌회로에 마치 이상이 생긴듯하다. 그럼에도 일하는 동안은 분위기에 고조되기도 했다. 약속된 일을 마치고 돈을 손에 쥐었을 때 참 속되다 할지 모르겠지만 지랄맞게 좋았다. 그깟 7-80만원. 그깟. 하지만 돌아가 시골집도 살만큼 가슴 부풀게 한다. 월. 화. 바닥을 끍을만큼 통증이 계속되어 결국 병원을 찾았다. 모국에서 받아온 처방전으로 약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월요일 불면증 약과 위통 약을 새롭게 처방받아 먹어도 호전의 기미가 없다. 어떤 분의 조언으로 에*더 재단에 전화를 했고 받은 병원리스트로 전화를 걸었다. 수십번의 전화. 통역사를 찾고 어버어버 안되는 말로 응급상황을 알렸다. 답답하기는 말하는 나도 듣는 그들도 매한가지였겠지. 어쨋든 화요일 4시가 넘어서야 겨우 처방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았고 진료비, 처방에 25만원을 썼다. 그리고 어젯밤 달게 잣다. 수면과 25만원을 바꾼거다. 차도 탈 수 없었던 내가 25만원으로 극심한 통증에서 벗어났다. 비로소 오늘 정상 출근이다.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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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누군가에게 필요한 물품을 보내면서 문자를 주고받았다. 나를 사랑하기에 가까운 지인으로 생각하기에 해 줄 수 있는 말이라며 그곳에 대한 미련을 버리라고 한다. 이곳에서 내 인생을 살고 생각지도 마라고 한다. 하지만 병원비를 빼고도 내 손에 남는 돈이 있는 동안은 꿈을 꿀듯하다. 시골은 아니더라도 도시를 벗어난 낮은 담장의 집에 감나무 한그루. 마당이 있는 집에서 남은 삶을 살고 싶다는 것.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고양이가 있고,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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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선택적으로 기억하고 잊는다.
내겐 마지막 그날 눈물어린 눈으로 어슬프게 남긴 그 한 마디만 남아있다. 돌아갈 곳이 있다. 난 열심히 살 것이고 돈을 벌거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고 정말 사라져야만 할 그 때. 웃으면서 사라지고 싶다. 이게 어리석음이란 것 안다. 허공에 외치듯 내뱉는 말이 나를 향한 말이란 것 모르지 않다. 차단. 끊어냄. 정리. 모든 것이 아프다. 하지만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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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있었던가보다 지나가다 버려진 꽃바구니를 보았다. 저정도면 거의 150불 정도는 할 사이즈다. 무슨 생각에서일까 더럭 안되는 말로 버리는 거냐고 확인하고 나 가져가도 되냐고 묻는다. 아무 문제없다는 말에 들고와 버릴 것은 버리고 괜찮은 것으로 다시 꼽았다. 사이즈는 3/1정도로 줄었지만 몇일은 꽃을 볼듯하다. 이곳에서는 이런 나를 부끄러워하지도 않아도 되고 남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이 한가지가 주는 위로가 엄청 크다. 조락(凋落)의 계절. 어디서 이런 꽃을 보랴. 아팠던 나에게 선물을 주듯 버려진 꽃에 다시금 생명을 입힌다. 비에도 차가움에도 지지않고 살아낸 꽃들이여. 살아내자. 단 몇일이라도 화려한 한 시절을 살아내자. 아직은 살아도 될 시간이다. 아직은 조금 더 그리워하고 아직은 조금 더 미련을 가져도 좋지 않겠는가. 돈으로 꿈을 살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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