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되었던 폭우(暴雨)는 내리지 않았지만 내 마음에는 어김없이 폭우(暴雨)가 내렸다. 최근에 드는 생각은 나는 내가 가장 어렵다. 예상치 못한 건강상태보다 내 의식의 흐름과 내 감정들, 그리고 예민함들이 나를 버겁게 한다. 아마도 너무 바쁜 가운데 자신의 내면을 돌보지 못한 건조(乾燥)함들이 내리는 폭우(暴雨)로 인해 습기를 빨아들이기도 전에 잠겨버려서 숨을 쉬지 못하는 땅과 같다.자신을 돌아본다는 것과 끊임없이 존재의 의미를 찾는 자아가 견딜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느끼는 고통은 치밀하게 자신을 낭떨어지로 몰아간다. . 아침부터 입안을 맴도는 것은 이상의 오감도였다. 무엇에 대한 공포인지 알 수 없지만 주어진 공포와 그것을 소강시키는 공포로, 남은 것은 공포밖에 주어지지 않은 아이들의 골목길. 일제강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