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이와 유카타
2017.06.12
“그러고 보면 인생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다지 행복한 것도 불행한 것도 아닌가봐요.” - 모파상 ‘여자의 인생’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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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인생이란 행복한 것도 불행한 것도 아닌 것일까?
행복과 불행이 밀물과 썰물처럼 넘나드는 것이 인생이다. 행복만 지속되는 인생도 없고 불행의 연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돌아보면 숨을 고를 수 있는 자그마한 행복의 시간이 주어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잔느의 말처럼 ‘인생이란 그다지 행복한 것도 불행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과연 그런 것일까? 우리의 인생이 그렇게 무미건조하게, 혹은 탄산이 다 빠져버린 기포 사라진 민무늬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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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의 기구한 운명을 철저하게 중립적으로 그린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의 주인공 잔느는 순진하기에 현실을 모르고, 지적이며 몽상가인 그녀였기에 더더욱 현실앞에서 철저하게 망가진다. 주체적 삶을 살아가지 못하게 만든 환경들이 구경꾼이 되어 망가져가는 그녀의 삶에 오히려 희열을 느끼게 되는 구조다.삶에 대해, 신에 대해 끊임없이 냉소적인 모파상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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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f로서의 삶은 섞이지 않는 기름처럼 미묘한 정서상태를 만들어왔다. 권위적인 아버지밑에서의 성장은 나로하여금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지 못하게 했다. 소심함과 불안이 만들어내는 공격성들이 사람들과의 관계에 늘 주춤거리게 하는 그 무엇이 있었다. 그런까닭에서일까? 내 삶은 잔느의 삶처럼 무너져내리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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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다가왔다.
그 남자는 나의 내면을 파고 들었고, 듣고 싶지 않은 말들을 아주 간단히 해버렸다. 그의 말은 내가 마주하고 싶지 않아 오랫동안 숨켜둔 들키지 않은 나만의 것이었는데 하나하나 들춰내어 마주하게 했다. 아주 고약하고 잔인했다. 여러날이 아팟고 내 마음에는 생채기가 생겼다. 하지만 그것들은 짜내지 않으면 안되는 '고름'처럼 내 마음에서, 내 삶에서 제거되어야하는 썩은 것들이었다. 그는 그렇게 내 인생에 메스를 들었다. 아주 정교하고 세밀한 손놀림으로... 그리고 그는 새 살이 잘 돋을 수 있도록 사랑을 덧입혀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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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음뿐 아니라 연약한 육신을 가진 내게 손을 내밀어 남은 삶을 함께 하자고 했다. '사역의 깊이와 넓이를 더한' 꿈을 주었고, 고아와 같은 삶에 '가족''을 선물해주었다. 혼자서는 질 수 없는 인생의 무게를 함께 나눠져 주겠노라고 잡은 손을 놓치지 않도록 힘을 실어주었다.그는 내 마음의 외로움을 이해했고 엄마의 피가 주는 그리움을 헤아려주었다. 소박한 결혼식이었지만 많은 이들의 기도가 그 어떤 눈부심보다 밝음을 더하여 주었고, 그의 정성가득한 셀프웨딩사진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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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카타를 입었다. 엄마가 사 주신 옷이다.나는 옷을 입은 것이 아니라 엄마의 사랑을 엄마의 고향을 입은 것이다. 오랫동안 앓고 있는 "향수병(鄕愁病 )".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그이의 배려다. 도시 한복판에서 그것도 한일감정이 남아있는 한국에서 유카타를 입고 사진을 찍기 위해 거리를 걸었다. 그는 나를 위해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카메라를 잡았다.그리고 자신있게 웃어보라고 한다. 모델처럼 당당하게 걸어보라고 한다. 그이의 격려가 있다. 그가 나를 지켜주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눈부신 여자로 그가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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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간은 언제나 찰라와 같다.
그는 강진으로 나는 이곳에 남았다. 하나가 되고 싶어서, 더이상 혼자로 있고 싶지 않아서 함께한 결혼이지만 우리들에게는 300km의 물리적 거리가 놓여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기다림의 시간이다. 서로를 더욱 그리워함으로 하나님앞에 독대하는 시간이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둘이서 함께 이루어갈 새로운 사역의 길을 위해서. . .
나는 더욱 말씀을 깊이 있게 연구하기로 그와 약속을 했다. 그 어떤 독서보다 말씀에 시간을 더하고 근력운동을 해서 건강을 유지하기로 했다. 떨어져 있기에 더욱 서로에게 진실하고 신실함이 요구되어진다. 이것이 여보,당신의 독점적 관계다. 하나인 둘로서의 주체적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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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름다운 삶을 꿈꾼다. 행복을 꿈꾼다. 나도 그러했다. 그러나 아주 오랜 시간을 동굴과 같이 어둠을 걸었다. 하지만 그 긴 방황이 헛되지 않았다. 어둠이 길 수록 빛의 밝음은 더해진다. 내 삶에 햇살이 들었다. 그가 준 선물이다. 인생의 후반부에 어쩌면 살아온 날들보다 짧은 남은 인생일지라도 나는 더 이상 어둠에 있지 않다.주체적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언제나 휘둘리기만 한 나에게 사유의 능력을, 주체적 결정권을, 자라지 않는 아이에서 벗어나 성숙의 길로 그는 나를 이끈다. 사랑은 성장시키는 것이고 하나인 둘로
주체적 삶을 살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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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모파상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어둠이 짙은 인생일지라도 살아볼 만하다. 아무리 짦은 행복일지라도 긴 불행보다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짧은 태양빛이라도 빛이 비친 자리에는 풀이 생명이 자라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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