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 장미가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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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딸에게 물려줘야 할 것이 여자로서의 갖추어야 할 소양이라고 생각한 듯 합니다. 천방지축 말괄량이로 자라온 저에게 엄마는 꽃꽂이와 다도를 가르쳐주셨으니 말이예요. 엄마는 한참 어울려다닐 청춘의 때를 무릎꿇어야 배울 수 있는 꽃과 차의 세계로 보냈습니다. 그 덕분에 전 신학을 하기 전 교회에서 7년간 꽃꽂이 봉사를 할 수 있는 은혜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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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배움들이 내게 무엇을 남겼을까를 생각해보면, 아니 엄마가 딸에게 그 배움을 통해 무엇을 남겨주고 싶었을까를 생각해보면 단순히 여자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만은 아니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여전히 여자로서의 소양보다 남성적 에너지가 넘치는 활동적이면서도 보스적 성향이 강한 에고를 가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꽃을 대하는 마음. 작은 생명체를 향한 존귀함과 생명의 경이로움, 자연이 주는 선물과도 같은 위로와 평안을 누구보다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심성을 갖게 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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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저는 지금 생의 전환기를 맞는 어지러움속에 놓여있는 듯합니다. 불안과 낯섬, 자신없음, 두려과 낙망등이 깊이 파고 들어 심해진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하루 24시간을 롤러 코스트를 타는 기분변화를 경험케 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드리는 기도나 말씀을 읽을 때 조금의 회복을 경험하지만 깁고 기워도 바람이 쑹쑹 파고드는 삶의 고독과 힘듬은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절망을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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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사랑하고 사랑주는 남편도 때때로 느껴지는 낯섬과 다른 환경에서 자라 내손을 뛰어넘는 아이들과 버텨주지 않는 육신의 연약함등은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만으로 두기에는 예민하고 유약한 나의 성품이 마음을 자꾸만 가라앉게 만듭니다. 오늘 아침 햇살이 드는 창가에 잘 말려진 장미꽃다발이 불쑥 눈에 들어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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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가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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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받은 장미가 너무나 아름답게 눈안 가득 들어왔습니다. 마치 남루한 삶은 없다고, 모든 인생은 그 생명으로 인해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자신의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갈 때, 바싹 마른 자신의 육신을 대하는 것은 고통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온 몸이 신경을 모아, 모든 수분을 빼앗겨도 향기만은 남긴 잎과 줄기의 숭고한 희생이 삶의 자리로 파고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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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 장미가 이렇게 아름다웟던거야?"
"당신이 장미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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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다 빼앗겨도 향기만은 간직하는 그런 장미꽃으로 살고 싶습니다. 비록 삶은 남루할 지라도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길 원하고 가진것은 없을 지라도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신앙의 유산을 물려줄 수 있는 엄마가 되기를, 작은 생명에도 그분의 창조적 섭리를 발견할 수 있는 눈을, 어떠한 불합리와 절규하고픈 상황속에서도 그분께 순종함과 영광을 드릴 수 있는 그런 인생이 되고 싶습니다. 바라기는 바싹 말라버린 가진 것 없는 내 삶속에 깃든 향기가 있다면 그 향기가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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