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

그대 사랑인가요?

huuka 2017. 10. 24. 12:05

< 일상 이야기 > - 그대 사랑인가요?


어제 그이로부터 장미 한 다발을 받았습니다. 팍팍한 살림에 무슨 호사인가 싶은 어울리지 않는 한 다발의 장미.

삶이 궁색할 수록 그 장미의 화려함은 짙어 어색함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 꽃다발을 건네는 뜨거운 그이의 손은 어색함을 녹이고 호박마차에 올라타는 공주로 만듭니다.

아침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장미꽃을 오래 보고 싶었습니다.

한 송이 한 송이 다듬어 오래 보기 위해 수분을 날려버립니다.

지금 우리 삶의 고통은 오랫동안 그분의 일을 하기 위해 몸을 가볍게 하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내게는 붉디붉은 장미의 빛깔보다 더 짙은 십자가의 사랑과 온몸으로 하루를 살아내는 그이의 사랑이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그이의 사랑으로 인해 좁은 방이 남부럽지 않은 서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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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사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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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는 매주 8개월을 왕복 600km를  달려와 주었습니다. 연애를 하면서 싸우는 날도 있었고, 그럴 때면 어김없이 그이는 " 이번 주 안 갈 거예요. 그렇게 알고 있어요."라고 했지만 어김없이 그 머난 거리를 달려 반 나절을 보내고 다시 그곳으로 돌아갔습니다. 사랑이 아니고서는 감당 못할 일이었겠죠. 그래서 저는 확신합니다. 그이가 나에게 첫눈에 반했고 내가 못견디게 좋아서 쫓아 다닌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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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전라남도 강진군 마량면 상흥리 하분마을입니다. 그 마을 연한 곳에 신리교회가 있습니다. 신리교회 목사님 내외분이 300km달려 오셨습니다. - 아무래도 순수 토박이 경상도 여자인 나에게는 전라도 분들을 끄는 묘한 매력이 있나봅니다. 그것이 아니고서야.... - 신리교회 목사님은 아버지를 일찍 여인 여동생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수술한 저에게 긍휼한 마음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그 마음은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임을 압니다. 주일 예배를 마친 후 감나무에 올라가 감을 땄다고 합니다. 결코 가볍지 않은 몸으로 나무에 올라가 "못생겨도 우리 집 감이 제일 달다"라는 정성으로 상하지 않게 익은 감을 따셨던 것이지요. 무릎이 아픈 그이를 위해 직접 잡아 만든 "말벌 꿀"을, 많은 식구 감당 못하는 햅쌀까지. 사모님은 사모님대로 이것저것 눈에 보이는 것은 다 담아 가져오신듯 합니다. 도시 고기는 시골 고기만 못하다고 두꺼운 삼겹살에 장아찌까지 장만해오셔서 저녁 한 끼 드시고 다시 300km를 달려 가셨습니다. 사랑이 아니고서야 감당하지 못할 수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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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사랑인가요?

예수님은 변방에서 가장 낮고 천한 자들과 함께 하셨습니다. 누구에게나 사랑은 필요한 것이지만 주님의 눈은 약하고 가난한 자들에게 머물러 계셨습니다. 지금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숙제처럼 지워진 나날을 살아가지만 하나님께서는 이런 결 고운 사람들을 통하여 당신의 살아계심과 함께 하심을 증명해 보이십니다. 일주일이 지나면 장미의 수분은 대부분 날아가버리지만 향기만은 더 짙어집니다. 그리고 한달 이상 창가에서 즐거움을 선물해주겠지요. 지금 우리들의 고난이 끝나는 그때를 바라봅니다. 고난이 끝나는 시점에서 우리들에게 남겨지는 것은 오직 그리스도의 사랑의 향기만 짙게 베여 있을 겁니다. 우리 주님께서 그렇게 일하고 계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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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검사결과를 보러 갑니다. 두렵지만 괜찮습니다. 고통에 내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나를 사랑하는 그이와 나를 위해 기도하는 많은 손들과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자비하심과 긍휼하심이 저와 우리 가정에 늘 함께 하심을 믿는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