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

천상의 두 나라

huuka 2018. 2. 15. 23:58

천상의 두 나라 - 중국 / 일본  ..............니코스 카잔차키스  /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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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리 감명깊게 읽어도 책 내용만 남을 뿐 제목과 저자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하물며 이렇게 긴 이름을 기억할리조차 없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읽지는 않았지만 그 유명함은 익히 알고 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그리스인 조르바>의 저자이며 <천상의 두 나라>의 저자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유명해도 왠지 지루할 듯한 느낌에 그이가 읽을 때에도 그닥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서가 한 켠 <천상의 두 나라>를 펼치게 된 순간 <그리스인 조르바>도 반드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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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스 카잔차키스는 현대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내게는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수려한 문장력과 표현력에 나는 압도당했다. 그가 바라보는 세계에 그만의 사유함이 수려한 문체로 기록되어 있다. <천상의 두 나라>는 중국과 일본의 여행기다. 그는 동양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름다움 뒤에 숨어 있는 사람의 이면을 파고든 예리함이 나타난다. 자유를 향한 갈망과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추구한 그에게 여행은 어쩌면 필수불가결한 것이었으리라. 중국을 거대한 영혼으로, 일본을 신비로운 관능으로 표현한 그의 눈으로 바라본 두 나라가 읽는 이들에게 시대를 뛰어넘어 다가온다. 그가 일본에 관하여 적지 않았더라면 과연 내가 이 책을 읽었을까? 그래서 담아둔 문장도 중국에 관한 문장보다 일본에 관한 문장이 훨씬 많은지도 모른다. 산업화와 제국주의로 무장한 서양의 입장에서 본 당시의 동양은 모순적이고 혼란스러우며 비참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그 이면에는 매혹과 아름다움과 숭고함이 있으며 장차 세계무대의 중심이 될 중국과 일본의 저력을 발견한다. 카잔차키스의 탁월한 안목과 생생한 인식은 두 나라의 종교, 음악, 미술, 연극, 건축등에 까지 나타나며, 그 시대 그 나라가 가진 아픔과 어두운 일면을 바라본  그의 내밀하고 진솔한 고백이 조밀한 언어로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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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아둔 문장들.

 나는 육체가 없는 추상적인 기억에 의해 마음이 살찐 적이 없다. 만약 낸 마음이 혼탁한 육체의 기쁨과 쓰라림에서 비물질적이고 분명한 생각을 추출하기를 기대했다면 나는 굶주림으로 죽고 말았을 것이다. p5-6

 한자(漢字)는 지혜로운 늙은 뱀이 분노의 신과 에로틱하게 섞여 힘을 겨루는 어두운 정글같다. p27

 "이제 나는 이 세상에서는 행복한 일이 왜 그토록 드물게 일어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이상주의자들은 그것을 너무 높은 곳에 물질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너무 낮은 곳에 두기 때문이다. 실제로 행복은 우리 옆에 우리보다 더 높지 않은 곳에 있는데도 말이다. 행복은 하늘이나 땅의 딸이 아니라 인간의 딸이다. " 공자 p42

 한 여자가 강한 남자의 마음을 끄는 것은 기본적으로 연약함과 불안정함과 떨림 그리고 몸의 작은 불규칙성과 기형성에서 얻는 비뚤어진 쾌감이다. p51

중국은 영원하다. 봄이면 에메랄드 빛을 띤 초록색으로 여름이면 은회색으로 바뀌는 끝없는 비옥한 평원, 어머니처럼 젖이 넘치는 연민에 찬 대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개미 떼. 파란 면 작업복을 입은 대지의 아이들이 대지의 젖을 빨기 위해 몸을 숙인다.p99

 "돈으로 사주를 하는 것은 사람을 7년 동안 살찌게 하지만 좋은 말 한 마디는 70년 동안 살찌게 한다."부처 p182

 일본인만큼 예절 바른 사람들은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일본인의 경우 예절의 표현이 극치에 이른다. 일본인의 그 유명한 미소는 가면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인생을 좀 더 즐겁게 만들어 주며, 인간 관계에 위엄과 우아함을 부여한다. 도한 그것은 스스로 규율을 부여하고 자신을 억제하는 법, 그리고 고통을 스스로 견디고 자신의 걱정거리로 남을 힘들게 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 준다. 그러면 그 가면은 천천히 얼굴이 되며 단순히 형태에 지나지 않던 것들도 실체가 된다. p 185

 "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미소를 지으며 서 있게나

  자신 앞에서는 엄격한 얼굴로 서 있게나

  절망적인 상황에서는 용감하게 서 있게나

  일상생활에서는 기분 좋은 얼굴을 하게나

  사람들이 자네를 칭찬할 때면 무심하게나

  사람들이 자네를 야유할 땨면 꼼짝도 하지 말게나 " ......사무라이 가츠 가이스 p186

 일본인들은 형이상학의 끔찍한 문제에는 상관하지 않는다. 힌두교도와는 달리 그들은 자신의 인성을 상실하고 우주 속으로 사라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세상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그들에게 관심없는 질문이다. ... 그들은 시선을 좁혀 땅과 바다 조상들의 뼈와 재더미와 조국이라는 문지방의 제한된 완전함을 받아들일 뿐이다. p 189

  등나무는 순수한 기쁨의 상징이며 국화는 인내와 불멸을 상징한다. 진흙 위에 티 없는 모습으로 솟아 있는 연꽃은 미덕의 상징이다. 하지만 튼튼한 가지에 박혀 있다가 시들기 전에 땅에 떨어져 죽는 벚곷은 사무라이의 상징이다. 사무라이는 굴욕을 당하기 전에 죽는다 그 때문에 출전을 할 때면 사무라이는 벚꽃 가지를 투구에 묶는다.p217

 " 그리고 눈이 내리는 밤이면

   그리고 모두가 차를 마시는 밤이면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나를 찾아오시기를 간청합니다. " p251-252

 "왕은 바람과 같으며 백성은 풀과 같다 바람이 지나갈 때면 풀은 고개를 숙여야 한다." 바람이 지나가자 풀은 시들어 버렸다. 말씀만이 남았다. p255

 그녀의 외적인 상냥함은 유약함보다는 어떤 불행도 흔들림 없이 맞설수 있는 강한 의지력에서 나온다.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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