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huuka 2018. 2. 17. 18:57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  나쓰카와 소스케 /  a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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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있어 책은 어떤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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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권, 요즈음 거의 하루에 한권의 책을 읽는다. 노동이다. 그것도 쉽지않은 노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책을 읽는 것일까? 특정 분야를 깊이 있게 연구하기 위한 책읽기도 아니다. 단순한 재미? 지식수집? 그것도 아닌듯 하다. 그렇다면 책을 읽는 목적이 무엇일까? 나는 책에서 무엇을 찾고 책은 나에게 무엇을 주기에 나는 책을 놓지 못하는 것일까?

한달 전 그이가

 "당신이 좋아하는 고양이랑 책. 그 고양이와 책의 만남이네요."라며 건넨 책이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책을 받아든 순간 심장의 박동수가 빨라진건 말할 필요가 없다. 서가가 펼쳐진 방에 마주 앉은 남주와 고양이. 일러스터로 그려진 표지만으로도 그 책은 충분했다. 나의 마음을 끌기에는....

그런데 지은이가 특이하다. 의사란다.세상에 의사만해도 대단한데 이렇게 글을 적어내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그의 특이한 이력만큼이나 그가 사용하는 이름 역시 기발하다.그의 이름 나쓰카와 소스케(夏川 草介) 는 펜네임으로 나쓰메 소세키 + 가와바타 야스나리 +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에서 각각 따온 것이란다. 얼마나 멋진 이름인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들의 이름을 하나씩 따와 이름을 만들다니 기발하고도 기특한 이름 아닌가? 나도 이렇게 만든다면 무슨 이름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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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고서점에서 살아가던 소년, 린타로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와 함께 "갇혀 있는 책을 구하러"가는 이야기이다.  "가두는 자" "자르는 자" "팔아치우는 자"가 있는 미궁. 그리고 책의 의미를 발견하는 마지막 미궁. 이렇게 4곳의 미궁에서 펼쳐지는 각각의 책에 관한 모험이야기. 우리는 그 미궁을 함께 여행하면서  오늘날 독서의 실태와 잘못된 독서 그리고 진정한 책의 힘과 의미를 발견해 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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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미궁에서 린타로는 책을 책장에 가둬놓은 사내를 만나게 된다. 그 사내는 책을 읽는 의미와는 상관없이 책을 읽었다는 행위과 수집에만 열광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책을 다시 읽는 일은 없이 습관적으로 읽어내는 것이다. 기계적 독서와 과시용 독서가의 모습을 빗된 첫번째 미로에서 린다로는 그 사내를 향해 할아버지의 말을  전한다


 "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눈에 보이는 세계가 넓어지는 건 아니란다아무리 지식을 많이 채워도 네가 네 머리로 생각하고 네 발로 걷지 않으면 모든 건 공허한 가짜에 불과해."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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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가들이 빠지기 쉬운 자기모순을 적나라하게 들어내어주는 조언이 아닐까 한다. "아. 그 책 읽어봤어."하면서 정작 저자가 그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커녕  책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모순. 누구라도 한번쯤은 빠져 본 함정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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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미궁에서는 책의 일부만 잘라 요약하고 줄거리를 짜집기 하여 빨리 많은 정보를 갖도록 하는 속독학자를 만나게 된다.  현대 독서의 성향을 가장 냉정하게 빗대고 있다 할 수 있다. 나역시 7년간을 입시학원을 하면서 언어영역 모의고사 대비용 줄거리 요약 프린트를 엄청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 줄거리 만으로는 그 책을 읽었다 할 수도 그 책이 가지는 의미를 다 파악할 수 없다. 간단한 줄거리나 핵심만으로는 책 전체를 관통하는 의미를 깨닫기는 어렵다. 사고의 근육이 점점 약해지는 현대인들은 고서나 문학적 상징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넘어서 이해하기를 귀찮아한다. 그 필요에 의해서 쉬운 요약본은 우리곁에 넘쳐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린타로는 이 미궁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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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에도 힘든 독서라는 게 있지물론 유쾌한 독서가 좋단다하지만 유쾌하기만 한 등산로는 눈에 보이는 경치에도 한계가 있어길이 험하다고 해서 산을 비난해서는 안 돼숨을 헐떡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는 것도 등산의 또 다른 즐거움이란다기왕에 올라가려면 높은 산에 올라가거라아마 멋진 경치가 보일게다."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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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힘들고 어려울 때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짧지만 유쾌하고 따뜻한 책은 분명히 있다. 사건의 얽히고 섥힌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것보다 해결된 정제된 요리만을 맛보는 것도 좋다.하지만 단 것만 먹으면 이빨이 상하고 쉬운 것만 찾다보면 성장이 없다. 또한 어렵고 힘들더라도 내 입으로 씹는 밥이 링거액보다 내 몸을 건강하게 하고 자라게 한다. 그렇듯 힘들더라도 책한권을 깊이있게 완주하고 보면 어느새 체득되는 귀한 그 무엇이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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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미궁은  자극적이고 상품성이 강한 책들만을 출판하려는 상업적 성격에 찌든 출판계와 오늘날의 세태를 꼬집고 있다. 작품성은 갖추었으나 독자들이 찾지 않으면 사장되는 책들. 생각과 키를 자라게 하는 어려운 책들은 기피하는 현상. 책을 소모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들. 그런까닭에 효율적 소비를 먼저 생각하는 출판계. 적나라한 오늘의 모습아닌가? 그들을 향해 린타로는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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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책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당신 뜻대로 되지 않아도 책을 소모품이라고 말해서는 안 돼요. 큰 소리로 당당하게 말해야 합니다. '나는 책을 좋아해요!하고요. ... 책을 좋아한다고 말한 순간 좋아하지 않는 책을 만들 수 없게 되니까요"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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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지막 미궁. 마지막 미궁은 앞서 말한 다독. 속독. 상업성에 상처받고 일그러진 책의 마음을 해결하기 위한 모험이다. 우리는 책의 마음을 통해 책을 읽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게 한다. 많은 책을 읽은 사람은 인격가인가? 책을 읽으면 사람은 변하는가? 책이 성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가? 독서의 이유. 독서의 의미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저자는 린타로의 입을 통하여 책은 논리적으로 말하는 것 이상의 소중한 것을 전해준다고 말한다. 


 "책은 지식이나 지혜가치관이나 세계관처럼 많은 걸 안겨줘요몰랐던 것을 아는 건 즐겁고 새로운 견해를 만나는 건 굉장히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에요하지만 책에는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책은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르쳐주는 게 아닐까요?

책에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그려져 있어요괴로워하는 사람슬퍼하는 사람기뻐하는 사람웃음을 터뜨리는 사람 ... 그런 사람들의 말과 이야기를 만나고 그들과 하나가 됨으로써 우리는 다름,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어요가까운 사람많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의 마음까지도요."p260-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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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타로가 미궁으로 여행하게 된 계기는 얼룩고양이와의 만남에 있다. 이 얼룩고양이는 모든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은 아니다. 특수한 조건을 갖춘 사람이 아니면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그 특수한 조건은 초능력 같은 게 아니다 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조건이 무엇인지 사요의 눈에 얼룩고양이가 띄인 즉시 린타로에게 설명하고 있지 않다. 얼룩 고양이는 궁금증을 마지막 미궁을 여행하기 전 린타로에게 풀어 준다. 바로 "책은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르쳐 준다."  이 말을 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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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란 건 달콤한 목소리로 싸구려 동정의 말을 늘어놓는게 아니야고민하는 사람과 같이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사람과 같이 괴로워하며 때로는 같이 걸어가는 태도를 말하는 거지.

그건 특별한 능력이 아니야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가지고 있는 중요한 심성이지하지만 급하고 답답하게 살아가는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그런 마음을 잃어버렸지너처럼 말이야.

숨 막히는 일상 속에서 누구나 자신의 문제만으로 벅차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잃어버리고 있어마음을 잃어버린 사람은 남의 고통을 느끼지 못해거짓말을 하고 남을 상처 입히며 약한 자를 발판 삼아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지이 세상에는 그런 자들이 너무 많아졌어."p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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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라는 것은 바로 다른이들을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통한 다양한 경험들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게 되고 그 인정속에서 좀더 풍성함을 누리게 되는 삶. 그것이 바로 우리가 책을 읽는 의미가 아닐까?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은 먼저 자신을 생각하게 하고, 미미할지라도 변화로 이끈다는 것. 타인의 변화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변화가 다른이들에게까지 이어지게 된다는 것을 린타로의 변화를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끝까지 기분좋았던 책.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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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담아둔 문장> 

"책에는 힘이 있지."

 

"시대를 초월한 오래된 책에는 큰 힘이 담겨 있단다. 힘이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읽으면 넌 마음 든든 한 친구를 많이 얻게 될 거야." p26

 

"중요한 건 항상 이해하기 힘든 법이지. 2. 많은 사람들이 그런 당연한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하루하루흫 살아가고 있어.'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아.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지.'"p34

 

"이 세상에는 이치가 통하지 않거나 부조리한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 고통으로 가득 찬 그런 세계를 살아갈 때 가장 좋은 무기는 이치도 완력도 아니야. 바로 유머지."p37

 

"이 미궁에서 가장 강한 건 진실의 힘이지. 거기에 신념이 더해지면 아무리 일그러져 있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아. 하지만 모든 게 진실은 아니야."p59"

 

"책을 많이 읽는 건 좋은 일이야. 하지만 착각해서는 안되는게 있어.

 

책에는 커다란 힘이 있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책의 힘이지 네 힘은 아니야.

 

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눈에 보이는 세계가 넓어지는 건 아니란다. 아무리 지식을 많이 채워도 네가 네 머리로 생각하고 네 발로 걷지 않으면 모든 건 공허한 가짜에 불과해.

 

책이 네 대신 인생을 걸어가 주지는 않는단다. 네 발로 걷는 걸 잊어버리면 네 머릿속에 쌓인 지식은 낡은 지식으로 가득 찬 백과사전이나 마찬가지야. 누군가가 펼쳐주지 않으면 아무런 슬모가 없는 골동품에 불과하게 되지."p65

 

"책을 읽는다고 꼭 기분이 좋아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리지는 않아. 때로는 한 줄 한 줄을 음미하면서 똑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읽거나 머리를 껴안으면서 천천히 나아가기도 하지.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면 어느 순간에 갑자기 시야가 탁 펼쳐지는 거란다. 기나긴 등산길을 다 올라가면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 것처럼 말이야. "p124

 

"독서에도 힘든 독서라는 게 있지. 물론 유쾌한 독서가 좋단다. 하지만 유쾌하기만 한 등산로는 눈에 보이는 경치에도 한계가 있어. 길이 험하다고 해서 산을 비난해서는 안 돼. 숨을 헐떡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는 것도 등산의 또 다른 즐거움이란다.

 

기왕에 올라가려면 높은 산에 올라가거가. 아마 멋진 경치가 보일게다."p125

 

"고독에 지지마. 너는 혼자가 아니야. 많은 친구들이 너를 지켜보고 있어."p202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란 건 달콤한 목소리로 싸구려 동정의 말을 늘어놓는게 아니야. 고민하는 사람과 같이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사람과 같이 괴로워하며 때로는 같이 걸어가는 태도를 말하는 거지.

 

그건 특별한 능력이 아니야.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가지고 있는 중요한 심성이지. 하지만 급하고 답답하게 살아가는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그런 마음을 잃어버렸지. 너처럼 말이야.

 

숨 막히는 일상 속에서 누구나 자신의 문제만으로 벅차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잃어버리고 있어.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은 남의 고통을 느끼지 못해. 거짓말을 하고 남을 상처 입히며 약한 자를 발판 삼아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지. 이 세사에는 그런 자들이 너무 많아졌어."p220-221

 

"책에는 마음이 있지.

 

책은 존재하는 것만으론 단순한 종잇조각에 불과해. 위대한 힘을 감추고 있는 걸작도 장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대작도 펼치지 않으면 하찮은 조잇조각일 뿐이지.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담아 소중하게 간직한 책에는 마음이 깃들게 되는 법이야."p227

 

"치열한 고뇌 끝에 인간의 마음이 일그러지는 일이 있듯이 책의 마음도 일그러지는 일이 있어. 마음이 일그러진 사람의 손에 닿은 책은 자신의 주인처럼 일그러진 마음을 갖게 되지. 그러다 결국 폭주해."p230

 

"책은 지식이나 지혜, 가치관이나 세계관처럼 많은 걸 안겨줘요. 몰랐던 것을 아는 건 즐겁고 새로운 견해를 만나는 건 굉장히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에요. 하지만 책에는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책은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르쳐주는 게 아닐까요?

 

책에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그려져 있어요. 괴로워하는 사람, 슬퍼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 ... 그런 사람들의 말과 이야기를 만나고 그들과 하나가 됨으로써 우리는 다름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어요. 가까운 사람많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의 마음까지도요."p260-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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