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와 이토
2008년 소설 <달팽이 식당>으로 유명세를 타게 되었지만 그녀의 데뷔는 1999년 ,<밀장과 카레>를 발표하면서이다.그녀는 남편 미즈타니 기미오가 소속되어 있는밴드 Fairlife에서 작사가로도 활동중이다. 그녀의 책에는 상실을 경험한 인물들이 나온다. 하지만 그 상실의 아픔도 그 상실을 극복해가는 과정도 그렇게 대단하고 유별나게 표현하지 않는다. 상처를 안고도 묵묵하게 일상을 살아내어야 하는 당신과 나의 모습처럼 그냥 그렇게 묵묵하게 그려나간다. 그 극복의 과정마저도 별스럽지 않다. 주변에서 쉬이 찾아볼 수 있는 일상중의 소재로 담담하게 하지만 너무나 우리의 이야기 같아서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냥 치유를 경험하게 되는 그런 자가 특유의 매력이 있다. 가슴 먹먹할 때 그냥 꺼내 읽기만해도 위로가 되는 책, 비슷비슷한 내용과 과정을 전개하지만 지겹지 않고 질리지 않은 것이 우리의 일상을 소재로 근력있게 펼쳐나가는 그녀만의 독특한 마력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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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 오가와 이토 / 북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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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80만부 이상 판매된 스터디셀러이며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카모메 식당에 버금가는 따뜻한 요리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진다. 이 소설을 크게 두 개의 이야기 축이 있다. 하나는 실연 후 모든 것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와 식당을 연 주인공 린코가 요리를 통해 닫힌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주는 이야기와 사생아로 태어나 엄마만은 사랑할 수 없었던 린코가 엄마를 이해하게 되고 용서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어쩌면 요리로 사람의 마음을 녹이고 영원한 숙적이라 할 수 있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자짓 뻔한 스토리로 여겨질만도 하지만 요리를 대하는 린코의 마음과 조밀한 구성이 읽는이로 하여금 식상하지 않은 위로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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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담아둔 글귀
막 낳은 달걀의 노른자처럼 매끈하고 짙은 오렌지색 태양. 대도시의 빌딩과 빌딩 사이에서 아련하게 가라앉은 태양도 멋있지만 이 석양은 마치 대자연이 알통을 만들어 보이는 것 같았다. 이런 장엄한 석양을 만나면 사람은 자신의 힘으로 자연을 멋대로 주무르겠다는 생각 같은 건 하지 못할 것이다. 보잘것 없는 내 몸에서 막대기처럼 긴 그림자가 생겼다. p47
세상에는 개인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건 안다.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일은 극히 미미한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건은 큰 강물에 휩쓸려 흘러내려가면서 내 뜻과는 상관없이 누군가의 커다란 손바닥 안에서 좌우된다.p186
확실히 엘메스는 이제 원래의 엘메스가 아니다. 울지도, 먹지도, 응석부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엘메스는 절대 죽은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고기를 썰면서 그런 확신으로 가슴이 벅찼다. 이 사방 1밀리미터의 고기 속에도 엘메스의 그 맑은 혼은 잠들어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지금 엘메스의 따뜻한 기운 같은 것에 보호받으면서 그립고 온화한 봄 바다 위에서 한들거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p205
나는 마지막까지 남김없이 들비둘기 로스트를 먹었다. 먹으면서 문득, 엄마도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뼈 주위의 살은 손으로 잡고 뜯어먹었다. 레드 와인도 다 마셨다. 비둘기의 작은 심장이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내 숨결에 녹아들었다. 엘메스와 들비둘기가 내 몸속에서 합체했다. 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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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함을 드세요. > 오가와 이토 / 북트리오
7가지의 음식과 그에 엮인 이야기가 담겨있는 무지개빛 이야기.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일체의 음식을 거부한다. 하지만 할머니는 온몸으로 당신이 먹고 싶은 것을 표현하는데 그것은 바로 가족들과의 추억이 담긴 후지산을 닮은 빙수. 손녀 마유는 할머니의 그 마음을 알고 아이스박스에 빙수를 담아와 할머니께 드린다는 "할머니의 빙수" 치즈를 처음 맛보고 찡그린 마유에게 "부패하는 것과 발효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달라p15"라고 표현하면서 할머니의 치매는 부패가 아니라 "달콤하게 발효되고 있다"p26라고 말해준다.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남기지 않고 깨끗이 잘 먹는 사람이라면 지갑을 맡겨도 괜찮다. 당신은 어떤 사람과 결혼하시렵니까? 배우자 결정에 대한 새로운 방법 한 가지를 가르쳐주는 "아버지의 삼겹살 덮밥"
이별하는 애인과 마지막 여행에서 먹게 되는 송이버섯, "마음속으로 오늘로 인생이 끝나버리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 찾아올 성가신 감정과 마주하지 않아도 될 텐데. 정말로 이것이 마지막 식탁이었다. 눈앞의 음식물이 다 없어지고 나니 갑자기 할 일도 없어졌다.p64" 헤어짐의 자리에서 애인의 새로운 모습을 반견하게 되는 모습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복선이었을까? "안녕, 송이버섯"
<하나와 미소시루>라는 영화로도 개봉된 "코짱의 된장국" 시한부 인생을 살다간 엄마가 어린 딸에게 제대로 된 된장국을 끓이는 법을 가르쳐주고 결혼전날까지 아빠를 위해 된장국을 끓이라는 유언. 코짱은 그 유언을 성실히 지키고 오늘 마지막 된장국을 끓인다. "매일 된장국을 끓여줄 테니 당신의 아내가 되게 해주세요.p82" 엄마의 된장국은 단순한 된장국이 아닌 아빠에 대한 사랑이었다.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며 남편과 먹었던 하트콜로릿 사연 "그리운 하트 콜로릿" 남편이 죽은 지도 13년이 지나서도 그 남편을 그리워하다 시간이 멈춰버린 할머니. "그런데 어째서 내 눈에서 뜨거운 것이 흘러내려 뚝뚝 하고 테이블보를 적셨습니다. 이런 기분을 언젠가 느낀 적이 있는 것 같은데요 하지만 역시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슬;이 붙는 마음이었던 것 같은데. 슬,슬, 슬슬,슬슬. 아아 역시 생각나지 않아요.p106"
이해하기 어려웠던 돼지와 동성연애를 나누는 "폴크의 만찬"
아빠의 49제를 맞아 아빠가 좋아하던 기리탄포를 엄마랑 만들어 먹으며 추억을 나누는 "때아닌 계절의 기리탄포"
7가지의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가슴에 쌓인 응어리를 풀어주고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고운 이야기 묶음집.
<트리 하우스 > 오가와 이토 / 북스토리
드라마 [츠루카메 초산원]의 원작 소설이다. 과거의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은 채 남편 오노데라에게 의지해 살아왔던 마리아.그 남편이 증발해버리자 그녀는 결혼 전 남편과 여행갔었던 하트모양의 섬으로 떠난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녀는 증발한 남편대신 자신의 뱃속의 아이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 아이의 존재를 알려주는 건 다름아닌 그 섬 조산원의 원장 카메코. 카메코는 어릴 적 엄마에게 버림받은 마리아로 하여금 선생님이 아닌 엄마와 같은 존재로 그려지며 카메코를 통해 마리아는 치유되고 회복되어간다. 버려짐의 기억이 만든 절대 의존적인 존재성향을 가진 마리아. 섬이라는 독립적 공간안에서 의존적이었던 주인공이 자립하고 강해지면서 한 사람 몫을 하는 성인으로 성장해 가는 성장 소설.
이토는 이 책을 통해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결국 사람에게 치유받아야 하고 사람은 사람들 속에서 비록 상처를 주고 받더라도 그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음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이 책을 읽은 당신이라면 상처받고 지친 그누군가에게 "밥 먹고 가요."라고 권할 손을 내밀 수 있지 않을까? 카메코 원장처럼 말이다.
< 이 슬픔이 슬픈 채로 끝나지 않기를 > 오가와 이토 / RH코리아.
세가지 슬픔의 세가지 회복의 이야기. 우리의 정서로는 이해할 수 없는 "모유의 숲" , 캐나다의 숲속에서 어린자신과 엄마와 화해하는 가에데의 이야기. 원시의 광장 몽골에서 불륜관계의 상처를 치유받는 미미의 이야기. 오가와 이토의 작품의 뻔한 설정과 상처, 그리고 회복의 이야기이지만 그녀가 가진 문장력은 그 지리멸렬함 속에서도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사쿠라. 여긴 누가 더 슬픈지 재 보는 곳이 아니야. 이곳은 말이야 살다가 지친 사람들이 와서 치유받고 다시 태어나는 곳이라고.P50"
"그랬다. 어린 나는 그런 어머니도 사랑했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다. 완전히 잊고 있었지만 만약 눈앞에 어린 시절의 내가 있다면 나는 양팔로 꼭 끌어안아 주었을 것이다.P116"
"나 되돌린 수 없는 짓을 저질렀는지도 모르겠어. 내 자신이 한심해서 견딜 수 없을 지경이야.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살아 있다면 몇 번이고 기회가 와. 살아 있다면
나루야는 마지막 단어를 힘주어 강조했다. 살아 있다면 어떻게든 다른 문이 열린다.P239"
<츠마키 문구점 > 오가와 이토 / 예담
자신만의 상처를 안고 대필을 위로해온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과 그들의 사연에 귀 기울여 마음을 담아 사연을 적어내는 대필가의 이야기. 이 책은 따로 소개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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