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몇일 전 딸아이의 감기로 방문한 병원에서 수면제 2주분을 처방받았다. 딱히 불면증때문은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늘 생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내게 그림자처럼 가까이 있다. 누구나 한번즘은 자살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기도 한다. 죄악된 본성을 타고난 인간이기에 신의 영역을 탐하는 교만인지도 모른다. 최근 자주 죽음을 연습한다. 삶의 무의미함이나 지난한 삶때문은 아니다. 무의미가 아니 의미의 망각. 지난한 삶이 아닌 이겨낼 힘의 꺽임. 내가 누구인가보다 누군가에게 있어 나는 누구인가?라는 소속감의 상실때문이다.
.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라는 책을 읽었다. "죽기로 결심하다." 어떤 이유로. 어떤 방법으로? 그리고 그 결과는? 호기심을 자극하기보다 왠지 뻔한 스토리로 흐를것 같은 추측과 교훈을 예상하게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기막힌 반전에 뒤통수를 맞은 듯한 배신감과 함께 "맞아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의 생각대로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 " 죽지 않고 살아줘서 다행이다." 라는 허탈한 웃음을 웃게 한다. 그리고 그 웃음은 생명력 가득한 햇살로 읽는 이들의 가슴을 채워줄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그래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선물이다. 하지만 그 선물은 선물같지 않다는 것이 함정이다. 그런까닭에 그 빛나는 선물은 아픔과 고통이라는 포장지를 두르고 우리들에게 다가올 때가 많다. 손끝이 쓰리고 아플지라도 그 포장지를 뜯어 선물을 우리 가슴에 안을 것인지, 그 고통이 싫어 선물상자를 포기해버리는 편리한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 그것은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삶이 영원하다는 교만으로 나중으로 미룸과 삶이 살아볼 만한 가치가 없다고 믿고 잃어버린것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미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었던 사람들의 입을 통해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
그렇다면 나는 이 책을 읽고 다시금 살아갈 용기가 생긴 것일까? 얼마간은 그러할 듯하다. 일상의 소중함. 내가 짐으로 느끼고 힘들게 느껴온 것들이 내 삶을 장식하는 작은 보석들이라는 것을 더불어 아직은 조금더 힘을 내어보자라는 작은 결심과 누군가에게 새겨지는 내가 아닌 나로서의 존재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나는 나로서 살아있다. 그렇게 나는 나로 살아갈 것이다.
.
대략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그녀는 그녀의 삶이 이제 모든 것이 뻔하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세상에 아무런 쓸모가 없는 존재라고 느낌으로 자살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녀의 자살은 실패로 돌아가고 빌레트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그곳에서 자살의 휴유증으로 심장에 큰 무리가 있었고 일주일정도 밖에 살수 없다는 의사의 진단결과가 내려진다. 그녀는 선택적 죽음이 아닌 결과로 주어진 현실적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녀가 자살 실패 후 보낸 몇일간의 빌레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누리고 깨닫게 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녀는 다양한 미친 사람들을 만난다. 제드카. 형제클럽의 일원. 마리아. 그리고 에뒤아르. 그녀는 그곳에서 무슨행동을 해도 자유로울 수밖에 없는 미친사람들이라는 명제아래 자신을 억누르고 있던 자신의 모든 것들을 벗어버리고 자신의 본능을 표출하고 에뒤아르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랑은 삶에 강한 의지를 싹틔우게 하고 정신병원을 탈출하게 된다. 그러한 그녀를 바라보는 빌레트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
마음에 담아둔 문장.
"똑같은 광경을 삼사십 년이나 오십 년 동안 보고 듣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더욱더 행복했다. 몇십 년을 두고 봐야 한다면 이 아름다운 광경도 머잖아 독창성을 모조리 상실하고 모든 것이 반복되는 전날이나 다음날이나 다를 게 없는 존재의 비극이 되어버릴 테니까."p 21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고 그래서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고."p27
"난 미친 여자로 남고 싶거든. 다른 사람들이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가 꿈구는 대로 내 삶을 살고 싶거든."
"미쳤다는 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해......우린 모두 미친 사람들이야. 이런 식으로든 저런 식으로든."p92
"반달은 커지고 확장돌 공간을 자신의 전 표면을 빛으로 채울 가능성을 갖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이울어야 하는 보름달과는 달랐다."p93
"중요한 건 옳은 답이 아니라 남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답이니까."p128
"여러분은 정신의 길을 나아가는 데 가장 힘든 두 가지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제때를 기다리는 인내가 그 하나요 여러분이 찾은 것에 실망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가 그 둘입니다."p141
"여러분들도 이처럼 되어야 합니다. 마친 사람이 되세요. 하지만 정상인들처럼 행동하세요. 남들과 다르다는 위험을 감수하세요 하지만 주의를 끌지 않고 그렇게 하는 법을 배우세요."p146
"그 어려움은 카오스, 즉 질서의 붕괴 혹은 무정부 상태가 아니라 질서의 과잉에 기안하는 것이었다. 사회는 점점 더 많은 규칙들로 그 규칙들을 반박하기 위한 법률들로 또 그 법률들을 반박하기 위한 새로운 규칙들로 넘쳐났다. 그것이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고 그래서 그들은 그들의 삶의 지배하고 있는 봉지 안흔 법규를 일탈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었다."p151
"규정을 어기고도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 정신병원에 갇혀 지내는 사람들이 누리는 특권이었다."p157
"난 여기서 두 부류의 사람들을 만났어. 한쪽은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고 다른 한쪽은 병이 완전히 나았는데도 삶의 짐을 짊어지고 싶지 않아 미친 척하는 사람들이야. .................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무슨 실수든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 단 한 가지 우리 자신을 파괴하는 실수만 빼고."p183
"..... 할일이 너무 많아요. 내 삶이 영원하다고 믿었을 때 항상 나중으로 미루어왔던 것들요 내 삶이 살아볼 만한 가치가 없다고 믿기 시작하면서 더이상 내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들요."p199
"생각이 감당해야 하는 현실의 문제는 결코 받아들이지 않은 채 좋건 나쁘건 생각은 그것을 실펀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에만 존재하는 것인데됴."p213
"..... 사람들의 냉소적인 시선 고독 아이들의 불평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삶의 일부라고. 그 조그만 문제들을 우리의 문제로 인정하지 않고 피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맞서는 편이 결국은 수고를 더는 일이라고 생각해.....사실 일생을 사는 동안 우리에게 생기는 모든 일은 오로지 우리 잘못에서 비롯되는 거야.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똑같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그것에 대응했어. 우리는 격리된 현실이라는 쉬운 길을 택했던 거야."p216
"하지만 세상에는 어느쪽에서 보더라도 항상 똑같고 누구에게나 가치가 있는 절대적인 것들이 존재해 사랑이 그중 하나야."p230
"언제나 똑같은 물을 품고 있는 연못이 아니라 넘쳐 흐르는 샘처럼 되라."p282
"아무것도 아냐 아니 기적이야 하루를 또 살 수 있어."p292
.
'지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상의 두 나라 (0) | 2018.02.15 |
---|---|
동화쓰는 할미. (0) | 2018.01.20 |
그림책에 마음을 묻다. (0) | 2018.01.02 |
일본적 마음 (0) | 2017.12.23 |
학교에서 외계인을 만나다. (0) | 2017.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