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적 마음> 김응교, 책 읽는 고양이, 2017.
우리는 지금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간다. 인터넷을 통해 혹은 출판물들을 통해 다양한 정보들을 듣고 그 정보를 활용해나간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들 속에서 정확한 정보, 진실 된 정보를 찾아 취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진실이란 과연 무엇일까? 진실(眞實)이란 바르고 참된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진실이란 어떤 사건이나 문제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한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란 무엇인가? 존재하는 모든 사실은 그 존재자체가 다원적(多元的)이다. 또한 중요한 사실일수록 그 존재의 이면에는 복잡하게 얽힌 그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된다. 하물며 오랜 시간을 거쳐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으로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야 할 한일(韓日)관계에 있어서는 더할 나위없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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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라는 말은 틀리지 않다. 1993년으로 기억한다. 일본에서 대학생활을 할 때였다. <醜い韓国人(혐오스러운 한국인)>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한국인이 지은 것으로 발표되었지만 후에 일본인이 한국인을 가장하여 적은 글로 밝혀져 충격을 가져온 책이다. 분명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책 내용은 상당히 역사적 관점에서 기록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결론은 한마디로 한국이 싫다. 한국이 부끄럽다. 라는 편협한 극우세력의 글로 “혐한(嫌韓)”이 핵심이었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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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자료가 진실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사물을 역사적으로 관찰할 줄 아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즉 사물의 의미와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 사물의 가치라는 것은 역사의 발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오늘에 부정된 가치가 내일에는 새롭게 평가받기도 하고 오늘 인정받은 것이 시간이 흐른 뒤 부정되기도 한 예는 역사를 통하여 우리는 익히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또한 사물을 바라볼 때 자유롭고 또한 다각도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편협하고 고루한 사고의 활동이 아닌 올바른 역사관 속에서 자유로운 사고활동이 필요로 하다는 것이다. 1993년 내가 읽은 <醜い韓国人(혐오스러운 한국인)>이라는 책은 이러한 점에서 진실성을 갖지 못한 책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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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일본에서 13년 생활을 바탕으로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응교 교수가 <일본적 마음>이라는 인문여행에세이집을 출간했다. 그 책의 표지에는 일본의 모든 것은 일본적 마음에서라는 단문이 제목과 함께 적혀져 있다. 일본인의 문화, 일본인의 사고방식과 일본인들의 행동양식은 일본적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뜻과 더불어 일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김응교 교수 본인이 일본인의 마음에서 좀 더 일본을 이해하는 창으로 이 글을 적었다는 표현으로도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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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몇 가지 키워드로 풀어내고 있는데 먼저 표지를 보면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 北斎)의 목판화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神奈川沖浪裏)”가 디자인되어 있다. 김응교 교수는 이 그림을 통하여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상이 자기 문화 속에 들어왔을 때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일본인의 집단심리의 표현으로 소개한다. 또한 마쯔리의 미코시를 통하여 일본인으로서의 원형을 만끽하고 일본인으로 태어난 환희의 원천을 맛보는 것으로 하나의 제의가 주는 동질성의 힘, 피의 힘으로 바라본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디즈니와 비교하여 정지와 침묵의 공간으로 표현된 와비사비(わびさび)미학으로, 또한 우리가 몰랐던 정로환의 역사에 대하여 김응교교수는 설명하고 있다. 또한 불편하지만 이야기 할 수밖에 없는 야스쿠니에 관한 문제를 ‘국가적 자존심’의 문제로 소개하면서 유감을 표현하고 있다.
“물론 국가적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 비난할 필요는 없다. 어느 나라나 그것은 필요한 정서이다. 그러나 그것이 첫째 사실에 근거한 판단에 기초한 ‘사실적인 자존심’이냐 하는 잣대를 물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 그것이 이웃 나라와 더불어 역사의 미래를 위한 ‘공생의 자존심’이냐하는 문제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유감스럽게도 야스쿠니 신사의 민족적 자존심은 두 가지 모두에서 빗겨나 있다.” p216-217
이러한 유감의 표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일본과 일본인을 ‘체념’, ‘집단주의’, ‘부끄러움과 수치’, ‘죽음’이라는 창을 통해 그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그것은 앞서 말한 <醜い韓国人(혐오스러운 한국인)>과는 몇 가지 다른 점을 가지기 때문인데, 일방적인 일본이 싫어요, 일본이 나빠요. 가 아니라는 것이다. 역사적 고찰을 통해 일본인이 가지는 정신적, 문화적 특성을 파악하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그리고 공생(共生)이라는 인류문화적차원에서 이 글을 기록하고, 일본인을 고발하는 글이 아닌 그들을 따뜻한 가슴으로 열린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 글쓴이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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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한국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윤봉길의 도시락투척 사건이 우리들에게는 의거(義擧)가 되지만 그들에게는 단순한 테러가 되는 다른 자국의 역사적 관점을 가지고 있지만, 자국의 역사적 관점보다 인류의 보편적 역사가 우선되어야 함을 깨닫는다면 치기(稚氣)어린 수치가 아닌 진정한 부끄러움을 알게 되지 않을까? 김응교 교수의 작은 이 한권의 책이 서로를 좀더 이해할 수 있고 다가갈 수 있는 아름다운 가교(架橋)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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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비란 가난함이나 부족함 가운데서 마음의 충족을 끌어내는 미의식의 하나이다. 서글프고 한적한 삶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탈속에까지 승화되는 경지 바로 가난함의 미의식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인간의 본질을 붙잡으려는 정신이다. 사비란 한적한 곳에서도 더없이 깊고 풍성한 것을 깨닫는 미의식이다. 단순하 호젓함이 아닌 깊이 파고드는 고요함 그 속에서 한없는 깊이와 넗이를 깨닫는 미의식이다.p18"
"시의 생명이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의 관계에서 사람의 마음을 암시하고 독자에게 그 해독을 요청하는 점에 있다는 관점이다......... 극도로 짧은 우주적 축소미를 지향하는 하이쿠 같은 시는 서양에는 없다.p70."
"차가운 침묵을 가지고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본인의 심리에는 '그렇다면'의 철학 곧 체념의 철학이 깔려 있다.p144"
"아름답게 미화된 죽음, 큰 것을 위해서는 죽어도 된다는 생각이 이들이 만든 문화물 곳곳에 스며 있다. 이런 생각 때문에 일본이란 나라의 큰 거짓말은 미화된 죽음으로 감추어져 유지되어오고 있다는 것을 몇몇 일본 지성인이 솔직히 인정하기도 한다.p146"
"일본의 겉은 녹색의 푸른 초장이지만 속은 끓는 마그마를 숨기고 있는 나라인지도 모른다.p198."
"전사자 신을 찬양하는 것을 현창이라고 하는데 현창을 반복하는 국민들은 자신도 모르게 일왕과 국가를 위해 전사하는 것을 희망하게 된다 따라서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전쟁에 대한 반성이 아니다 오히려 패전에 대한 반성 혹은 전승에 대한 결의를 다지는 감정적 행위로 보아야 한다.p223"
"자유의 소중함을 깨닫는 일본인들과 한국인들의 연대가 절실하다.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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