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의 분신을 잘라낸 나무는 붉디붉은 피빛의 눈물로 떨어진 잎사귀를 마주한다. 오히려 떨어져 나간 잎새는 가벼이 바람에 몸을 실어 분분히 땅으로 떨어졌다. 눈부신 잎사귀의 헌신. 삶을 향한 이기심이 시뻘건 잎맥을 세운 죽음앞에 처연하게 느껴진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이다지도 가까이 있다. 삶과 죽음이 마주한 그 자리에는 초록은 빛을 잃고 자꾸만 자꾸만 나뭇가지는 지면(地面) 가까이 기운다. 그렇다고 다시금 잇대어 붙일수도 없건만 무슨 미련이 남아 애써 땅으로만 고개를 떨어뜨리는 것일까?
.
가을이 깊을수록 해는 짧아지고 그리움은 사무친다. 모퉁이를 돌아설 때마다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까닭은 내가 걷는 이 길이 낯설어서가 아니라, 그렇다고 두려운것도 아니지만 그건 아마도 슬픔이 많아서, 보고픔이 깊어서겠지. 반년(半年)이면 잊혀지기에 충분하고, 나뭇잎 떨어뜨리듯 떨구어내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슬픔이 많아 슬픈 나는 그 충분한 시간을 흘려보내지 못했지만 이제는 안녕을 말해줄 수 있을듯하다. 나는 괜찮아. 모진 겨울을 지나 새로운 생명돋는 봄을 맞이하길 바래.
돈 만원이 크다 생각지 않았지만 8달러는 몇번을 지갑을 열고 닫게 한다. 그래도 보라가 좋아서, 그 신비가 좋아서, 그 꽃말이 좋아서, 데려와 볕 드는 창가에 두었다. 2-3일이 지나면 꽃잎을 열어 황금수술을 보여주겠지. 그날을 기대하는 나는 오늘하루도 최선을 다해 성실한 삶을 살았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지금 내가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라. (0) | 2022.11.10 |
---|---|
기러기. (0) | 2022.11.05 |
하늘보다 더 푸른. (0) | 2022.10.28 |
그댄 바람소리 무척 좋아하나요. (0) | 2022.10.25 |
가을... 그리고 그대. (0) | 2022.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