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

섬. / 정현종 시선집 / 문학판

huuka 2021. 10. 12. 22:29

책값에 대해 후회를 잘 하지 않지만 간혹 책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나자신이 빈하고 초라하게 느껴진다.
책값이란게 안의 내용만으로 측정되지 않는 것인데.. 괜시리 책한테 미안해지고 삶이 남루해지는 것이 그렇다.
시집은 대체로 1만원이 넘지 않는다. 하지만 정현종 문학에디션4로 나온 <섬>은 책값이14000원이다. 오랫동안 소장할 수 있도록 책 자체의 가치를 높였는데 몇 편 되지 않는 시라 할지라도 양장본에 시인의 그림과 친필이 들어있으니 그 가격값은 한 셈이다. 여기서 또 함정이 대부분 시집 한권에 시가 60개정도 실리는데 그 시들이 다 내맘에 쏙 드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가짓수라도 많으면 마음에 들 확률이라도 높다. 정현종이라는 국민시인의 시를 두고 왈가왈부할 것은 아니지만 34개가 실린 이번 시집에서 내가 좋아하고 아 이 책 잘샀다 라고 마음을 보듬을 시는 6편 밖에 되지 않는다. 시 6개를 14000원에 산거다. 수지가 맞지 않다. 
.
< 방문객>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 어디 우산 놓고 오듯 > 

어디 우산 놓고 오듯
어디 나를 놓고 오지도 못하고
이 고생이구나

나를 떠나면 
두루 하늘이고
사랑이고
자유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