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의 기도. / 월터 브루그만. / 비아.

비아의 신간이다.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2016년 존 프리처드의 <기도>를 시작으로 <신학자의 기도>, <설교자의 기도>, <영성가의 기도>, <프로테스탄트의 기도>에 이어 2021년 월터 브루그만의 <예언자의 기도>가 나온 것이다.  차고 넘치는 것이 기도 관련 책들이다. 기도의 정의에서부터 기도의 방법, 기도를 회복하는 법, 응답받는 법, 성경대로 하는 기도 등등 이제는 더 이상 나올 거리도 없을 만큼  출판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기도말은 조악하기 이를 데 없다. 어디 그뿐이랴 어린아이가 엄마 화장품으로 덕지덕지 바른 얼굴처럼 어울리지 않는 미사여구와 겉도는 말들로 가득 차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뭐라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아마도 기도조차 보이기 위한, 남의눈을 의식해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까닭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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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의 기도>는 저자 월터브루그만이 학교 강의를 하면서 드린 기도들을 모은 책이다. 거창하게 대중을 향한 혹은 책 출간을 위해 적은 기도가 아니다. 일상의 삶 속에서 신학교의 오랜 전통을 쫓아 성령께 가르침을 구하고 교수와 학생들을 인도해주시기를 간구한 것이다. 이 기도 속에는 절대자를 향한 찬양과 경배가, 이 세상을 향한 간구가 녹아 있다. 일상의 언어로 친밀히 다가오지만 경건을 잃지 않았고, 무심히 툭 던지는 말 같지만 무례하지 않다. 늙은 신학자의 깊은 눈매에서 우러난 후학들, 목회의 현장으로 나아가는 이들을 향한 애정 담긴 기도가 있다. 기도가 필요한 소외된 자들을 바라보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폭력과 압제, 물질에 사로잡힌 현대를 향한 경종이 담긴다. 단순하지만 명료한, 짧지만 충분한 아룀이 기도에 담겨 있다. 마지막 파트는 "교회력에 따라 드리는 기도"로 되어 있는데 절기에 맞추어 묵상하며 읽어나가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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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쭉 읽어도 좋은 책이지만 날마다 조금씩 기도를 새기듯 읽어나가도 좋다. 한 번 읽고 끝인 책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곳에 두고, 기도의 말이 막힐 때. 혹은 내가 드리는 기도에, 세상의 욕심과 녹이 끼인듯한 마음이 들 때 손을 내밀에 펼쳐보라. 늙은 노신학자의 담담하지만 거룩한 삶의 기도가 우리의 기도를 인도해주리라.

코로나로 연말연시 특별 새벽기도가 없었다. 그냥 새벽기도라 하면 되지 뭣하러 "특별"이라는 말을 붙이느냐라는 왈가왈부도 있었지만 그마저 사라지고 나니 "특별 새벽기도"가 한없이 귀하게 여겨진다. 신년에 드리지 못한 기도를 작정하고 며칠 집중 기도하겠다고 페이스북을 쉰다. 24시간 기도하는 것도 아니고 기도원을 올라가는 것도 아니지만 삶의 자리에서 세상의 것을, 하나 절제하고 차단하는 것만으로도 영성은 많이 회복된다. 그 첫날 잡은 책이다. 이보다 현명한 선택이 있었을까? 비아의 다른 기도 책도 좋았지만 역시 월터 브루그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밑줄 그은 것과 새기고 싶은 기도문은 필사하려고 한다. 작은 노력을 통해 나의 기도 말이 정제되고, 하늘 보좌에 상달되는 그러한 기도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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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기다리며

힘을 모아 하루를 시작합니다.

기다리고 지켜보며 소망합니다.

 

무엇을 기다리는지.

왜 기다리는지 모를지라도 기다립니다.

당신께서 아직 끝내지 않은 일이 있으리라.

감히 상상하며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인내하며, 안절부절못하며, 불안해하며,

확신하며, 두려워 떨며, 용기를 내 꿋꿋하게 기다립니다.

당신께서 우리를 다스리고 계심을,

당신의 명령에는 분명한 뜻이 있음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는

당신께서 우리와 함께 슬퍼하실 날을 기다립니다.

당신의 통치는 흠 없고 순전할지라도.

우리는 당신께서

우리로 인하여 우리와 함께 우리 너머에서

슬퍼하시고 아파하시며 감싸 안아주시기를 기다립니다.

우리와 함께 폭력을 질타하소서

우리와 함께 고통에 슬퍼하소서

우리와 함께 가난과 상처에 통곡하소서.

주님, 우리에게 자비와 권능으로 오시어

이 낯선 세상을 우리가 거할 집으로 바꾸소서.

머리 둘 곳 없으셨던 예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 앨러게니 대학에서 드린 기도, 1989,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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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우리에게 말씀을

주님 당신은 말씀을 새기시는 분입니다.

말씀을 주시는 분입니다. 말씀을 이루시는 분입니다.

당신이 말씀을 새기심으로써 말씀을 주심으로써

말씀을 이루심으로써 우리는 우리 자신을 알게 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당신이 당신의 영으로

다시금 우리에게 당신의 말씀을 새겨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얕은 사랑에서 벗어나

당신의 압도적인 사랑에 잠기도록

다시금 우리에게 말씀을 새겨주소서.

금방 끓어오르고 또 식는 분노에서 벗어나

진리를 말하는 당신의 자유에 동참하도록

다시금 우리에게 말씀을 새겨주소서.

우리의 말라비틀어진 희망에서 벗어나

거대한 파도와도 같은 당신의 약속에 들어가도록

다시금 우리에게 말씀을 새겨주소서

말씀을 듣는 귀와, 말씀을 받는 손과

말씀에 반응하는 마음을 주소서

기쁨과 순종 가운데 위험과 감사 가운데 

당신의 자유로운 협력자가 되도록

다시금 우리에게 말씀을 새겨주소서.

바람과도 같은 성령으로 

다시금 우리에게 말씀을 새겨주소서. 

아멘  ------- 몬트리트 컨퍼런스에서. 200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