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환영과 처형 사이에 선 메시아 / 애덤 윈 / 북오븐

huuka 2021. 5. 11. 20:09

대단한 책을 읽었다. 이렇게 굉장한 책은 리뷰를 적기가 곤란하다. 글로 간추리기에 감정이 넘쳐나버리기 때문이다. 이 책이 소설이라는 문학적 장치를 가질 수밖에 없는 사실을 읽으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맞다. 이 책은 소설이다. 즉 허구라는 것이다. 지어낸 이야기다. 하지만 지어낸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삶이 묻어나고 더 조밀하게 입체적으로 극대화시켜보여주는 효과도 있다. 허구이지만 더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이런 것에 있다. 유기적으로 엮어 개연성있게 표현되는 소설속 현장감은 내가 그 소설속 한 인물로 서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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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친절한 책이 아니다. 세세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 불친절함이 세기를 뛰어넘어 읽는 이로 하여금 자기해석과 적용이 가능하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성경기자가 보여주는 굴찍한 사건, 그리고 기록자의 정리된 이야기를 글로 읽을 뿐이다. 기록되지 않은 행간의 사건과 사건속 인물들의 속내를 우리는 다만 우리의 상황을 견주어 미루어 짐작할뿐이다. 그런까닭에 이 책이 담아낸 내용은 굉장하다. 세밀한 감정표현과 그들의 선택의 순간에 깊이있는 고뇌로 함께 한다. 이야기을 읽다보면 내 얼굴이 뜨거워짐과 나의 내밀한 속내가 드러나 까발려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갑자기 헷갈리기 시작한다. 이거 사실이야?
이 책은 십자가처형사건당시의 사회 정치적 배경을 세밀히 분석 재구성하여 보여준다. 특히 예수와 그의 제자중심의 서술이 아닌 철저히 주변인물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한 사람 한 사람 집중조명하여 한 사건을 바라보는 그들의 심리적인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고 타협해나가는 지 살아남기 위해 취할 수 밖에 없는 보통의 이야기가 극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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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을 경험한 대단한 믿음의 조상들이 사라졌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율법과 성전의 예식이다. 절기와 행위로 근근히 자신들이 믿음의 백성이라는 이름만 연명하고 있는 그들. 오랜기간 속국으로서의 삶은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졌고 어느 정도 안정도 이루어냈다. 더 잘 살고 싶은 욕구도 있고, 과중한 세금도 면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의 생활이 무너지고 불안에 휩싸이고 싶은 생각은 없다. 누군가는 의식을 가지고 이스라엘의 회복을 이야기하지만 지금의 평안을 무너뜨려가며 바라지는 않는다. 많은 이들이 구원자라는 이름으로 왔고, 그들의 철저한 몰락과 그들이 한 번 휩쓸고 갈 때마다 돌아온 박해들은 자신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때 예수가 나타났다.
이 예수는 이때까지의 구원자들과 조금 다르다. 로마에 반격을 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제사장들과 민족의 지도자들을 공격한다. 기득권층들은 발빠르게 정치세력과 결탁하여 이 예수를 처리하고자 한다. 처리를 위해 필요한 것은 정보. 정보를 사는 자와 파는 자와의 얽히고 설킨 이야기 그 이야기의 중심에 밀정 갈렙과 대제사장 가야바가 있다. 이 소설은 이들이 엮에 내는 사건속에 벌어지는 심리와 가족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과 평화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배를 불리는 기득권자들의 잇속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많은 이야기들이 설득력있게 와 닿았지만 가룟유다의 속마음을 아는 순간 그래 나라도 예수를 팔았겠다.라고 긍정안할 수가 없었다.

"나도 좋아서 하는 짓은 아니라는 걸 분명히 말해 둡니다. ...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한때 그분이 해주실 것이라 믿었던 일, 그 일을 그분은 하지 않으시리라는 걸 이제 내가 안다는 것뿐이오. 설령 그렇더라도 이게 내 목숨만 걸린 일이라면 나는 그분을 위해 죽을 수도 있소, 하지만 내게는 딸린 가족이 있고 이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지. 순교자로 내 목숨을 바치는 게 가족들의 목숨까지 포기한다는 의미라면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는 거요.p247"

유다는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묻고 있다. 그렇게 애써 달려왔는데 그 신념이 무너진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나의 신념이 나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 뿐만 아니라 나로 인하여 가족들의 목숨까지 담보가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답을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나를 향해 돌을 던지지 마시라. 배신자라 말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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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선지자는 다가올 한 나라를 약속했고 그 나라를 실현하는 메시아 행세를 했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 백성들의 뜻을 이뤄 주기 위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 하지만 요셉과 시므온은 진짜 로마 놈들의 피를 손에 묻힌 채 죽는 거야. 이 친구들의 믿음은 진짜배기였고 이들의 열심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지.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게 하려면 요셉과 시므온 같은 사람들이 더 많아야 할거야.p300"

우리의 신념이라는 것이 얼마나 신기루와 같다는 것을 보여주는가? 메시아를 대망하며 저항운동을 하지만 그 행위가 우상이 되어 진정한 메시아를 알아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마는 몽매함.우리 안에는 이런 것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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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라는 장치를 통해 표현된 사건이지만 우리의 이야기로 더 가까이 느껴진 이유는 아마도 분단국가를 살아가는 너와내가 통일에 대해 갖는 생각이 겹쳐 보여 더더욱 와닿았는지도 모른다.  재미있게 깊이 빠져 행복하게 읽은 책이다.